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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 전유되지 않는 기억 201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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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 <더 기버 : 기억전달자>
전유되지 않는 기억

CS_201411_74 영화 <더 기버 : 기억전달자(The Giver), 2014)>는 전쟁·차별·가난 등 고통이 없는, 모두가 행복하고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미래사회를 그리고 있다. 영화 <더 기버 : 기억전달자>의 원작은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조지 오웰의 류의 계보를 잇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슈퍼 베스트셀러다. 인류가 공유하고 있던 기억은 사랑과 고통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통제된 ‘행복 커뮤니티’의 구성원들은 기억이 삭제되거나 조작되어 있다. 영화의 무대인 커뮤니티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통제되어 있는 행복 시스템을 구현한 세계다. 때문에 개인의 감각이나 생각의 자율성은 거의 커뮤니티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 개개인의 위임된 기억은 커뮤니티에서 기억보유자라고 하는 특수한 개인에게 위탁되어진 상태다.

원작소설인 〈더 기버〉는 1993년 출판되었다. 전형적인 디스토피아형 SF인데 이 책은 21개 언어로 번역, 전 세계 1,100만부의 판매고를 돌파한 슈퍼 베스트셀러다. 게다가 뉴베리 상과 보스톤글로브-혼 아너 상을 수상했고 미국의 중고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교육적 가치도 인정받은 작품이다.

영화 <더 기버 : 기억전달자>를 보면 떠오르는 유사한 영화가 있다. 바로 〈메트릭스, 1999〉와 〈이퀄리브리엄, 2002〉이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디스토피아류의 SF영화는 그동안 꽤 나왔다. 표준화된 사회와 옭아매는 비폭력적 압제, 그리고 주인공이 ‘각성’의 단계를 거쳐 자신의 세계를 인식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앞의 두 영화는 많이 닮아있다. 출품시기를 봤을 때는 〈메트릭스〉와 〈이퀄리브리엄〉은 오히려 원작 <더 기버>의 세례를 받았다고 보는 편이 맞다. 그리고 〈더 기버〉의 포맷 역시 거슬러 올라가면 1932년에 나온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계보를 잇는다.

이질적 요소 제거 통해 행복한 커뮤니티 유지

영화 〈더 기버 : 기억전달자〉는 여러 가지 부문에서 주목을 받았다. 우선 슈퍼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다는 점, 그리고 영화 〈솔트〉를 연출한 필립 노이스 감독,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상을 거머쥔 연기파 제프 브리지스, 최고의 여배우로 인정받고 있는 메릴 스트립, 할리우드의 슈퍼 루키 브렌튼 스웨이츠,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케이티 홈즈까지 참여해 조연과 주연의 구분이 힘들 정도로의 호화 배역을 갖추고 있다.

영화의 구성도 파격적이다. 영화는 주인공인 조너스(브렌튼 스웨이츠)가 행복 시스템 ‘커뮤니티’에서 ‘기억보유자’의 임무를 부여받으면서 시작한다. 이 커뮤니티에서 모든 사람들은 만 12세가 되면 직위 수여식을 통해 직업을 부여받는다. 여기서 약간 공산주의식 직장배치 시스템의 냄새가 난다. 그리고 어떤 개인이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부적합 판정을 받는 경우 직위해제된다. 이 사회에서 직위해제란 사형을 의미한다. 누가 직위해제되었다는 말이 돌아도 커뮤니티 사람들의 일상은 그저 평온하다. 슬픔이나 동정은 없다. 직위해제를 통한 이질적 요소의 제거 역시 행복한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직위 수여식에서 주인공의 친구들인 피오나(오데야 러시)는 보육사가 되고 애셔(카메론 모나한)는 무인정찰기 조종사의 임무를 부여받는다. 원작과는 조금 다르다. 원작에서는 애셔가 개그맨에 해당하는 오락지도자에 임명받는다. 그리고 조너스는 영광스럽고 성스러운 기억보유자에 임명되고 전임 기억보유자인 기억전달자(제프 브리지스)와의 훈련을 통해 커뮤니티 내에서는 인식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다. 이른바 진정한 의미에서의 고통이 수반된 ‘멋진 신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진정한 ‘멋진 신세계’란 고통 수반되는 현실

영화의 처음 장면들은 흑백으로 시작된다. 주인공인 조너스가 조금씩 기억을 전달받으면서 컬러 화면으로 바뀐다. 기억의 전달과정은 일종의 ‘각성의식’과도 같다. 커뮤니티의 진실은 단지 기억전달자와 기억보유자만이 알 뿐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커뮤니티가 잃어버린 기억을 되돌려주자는 결정을 하게 되면서 주인공인 조너스의 여정이 시작된다. 사실 이 부분 이후는 원작과 차이가 있다. 영화적 재미를 위해 위기구도를 만들어낸 것이다.

영화 〈더 기버 : 기억전달자〉 등의 디스토피아 영화가 공통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미래사회는 ‘평형사회’다. 전쟁, 차별, 가난, 질병 없이 모두가 공평한 커뮤니티다. 구성원들은 매일 동일하게 반복되는 일상과 마주한다. 대부분의 미래세계를 주제로 한 영화는 ‘장미빛 미래는 없다’는 다소 암울한 메시지로 시작한다. 영화 〈더 기버 : 기억전달자〉 역시 과연 인류의 미래는 디스토피아일 수밖에 없을까의 질문에 커다란 물음을 던진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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