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6월 2일 0

윗동네 리얼 스토리 | 왕의 여자 황수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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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 스토리 52

왕의 여자, 황수옥

1980년대까지만 해도 캄보디아 왕국의 노로돔 시아누크(1922~2012) 전 국왕은 거의 북한에서 살다시피 했다. 당시 북한 주석이었던 김일성은 그를 동생으로까지 부르며 각별한 애정을 갖고 극구 치하해 주곤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잦은 방북을 텔레비전 영상을 통해 볼 때마다 북한 주민들은 남다른 친근감을 보였다.

“황수옥을 현지 아내로 맞고 싶습니다”

사실 김일성과 형제로까지 불렸다는 사실은 수령우상화에 열광하던 주민 정서에 불을 붙였다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강연을 통한 친선과 혈맥에 관한 정부 선전을 누구나 다 들은 터라 그를 미국처럼 적대감을 가지고 볼 근거는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북한 노인들 속에서는 그가 올 때마다 “이보게 노로돔이 또 왔다네. 그 사람 캄보쟈(캄보디아) 사람 맞아.”, “그러게 이번엔 시아누크도 같이 왔다던데.” 하며 모두 즐거워했다. 한 사람의 이름을 착각해 두 사람으로 본 노인들의 덕담이지만 아무튼 그의 잦은 방북이 한때 북한의 이슈가 되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사생활의 진면목을 알았다면 그렇게 친근감만을 가지고 그의 방북을 환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로돔 시아누크 전 국왕은 평양을 방문할 때 늘 삼석구역에 있는 호위사령부초대소인 장수원영빈관에 거주했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어 공존하는 초호화 건물인 장수원영빈관은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 별장이라고까지 불렀다고 당시 호위처장으로 근무했던 고위탈북자 A씨는 전한다.

당시를 회상해 들려 준 그의 증언 자체가 필자에게는 충격이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당시 22살이었던 황수옥이다. 그녀는 영빈관 관리원이었다. 어느 날 전화를 받고 국왕의 침소로 들어간 황수옥은 뜻밖의 황당한 일을 당했다. 60이 넘은, 머리가 하얀 국왕이 그녀가 들어서자 와락 포옹을 한 것이었다.

당황했던 그녀는 얼결에 국왕의 뺨을 후려쳤고 즉시 침소에서 뛰쳐나왔다. 이 사실이 곧 김일성에게 보고되자 김일성은 국왕과의 면담에서 혼자 지내기가 몹시 적적한가 넌지시 물었다고 한다. 자신이 저지른 낯뜨거운 일이 생각나서인지 얼굴을 붉히며 “그런 일로 주석님께 폐를 끼쳐드려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김일성은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그때 시아누크 국왕은 김일성에게 황수옥을 여기 북한의 현지 아내로 맞고 싶다고 청했다 한다. 현지 아내란 말에 김일성도 일순 당황했지만 시아누크 국왕의 눈에 비친 애틋함과 간절함을 보고선 고개를 끄떡였다고 했다.

얼마 후 장수원영빈관에서는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과 황수옥의 결혼식이 성대히 진행됐다. 비록 귀뺨을 후려치긴 했지만 황수옥도 당의 권유에 의해 캄보디아의 늙은이를 배척할 힘이 없었던 것이다. 결혼 당일 백발의 사위가 저보다도 아래인 황수옥의 부모에게 무릎 꿇고 절을 올릴 때 모인 참석자들은 요란하게 박수를 쳤지만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과히 짐작할만한 일이었다.

결혼 후 황수옥과 그의 부모들은 장수원영빈관에서 생활했고 황수옥에게 아들이 생기면서 시아누크 국왕의 방북은 더욱 잦아졌다. 시아누크는 북한뿐이 아닌 중국에도 장기간 체류하는 일이 많았다. 당시 캄보디아의 불안정한 정치 정세로 인해 국내에서 피할 처지였던 국왕의 안식처가 바로 북한과 중국이었던 것이다. 김일성은 캄보디아 국내뿐만 아니라 그가 치료받는 중국에도 황수옥이 자주 갈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캄보디아 안방마님 13명 모두 황수옥 닮았다?

시아누크는 이후 병에 시달리면서도 황수옥의 걱정을 누구보다 많이 했다고 한다. 그에게는 황수옥뿐만 아니라 무려 13명에 달하는 현지의 아내들이 있었지만 소문에 의하면 북한 여성 황수옥을 특별히 아꼈다고 한다. 황수옥을 대동해 캄보디아에 다녀온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시아누크가 황수옥을 위해 누구에게도 베풀지 않던 궁전 연회까지 주최하며 그녀를 끔찍히 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의 안방마님 13명의 얼굴이 모두 황수옥을 닮아 있더라는 우스갯소리도 했다.

현재 황수옥은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동의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아들은 국가의 주요기관에서 수장으로 일하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은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황수옥에게 많은 유산을 남겼고 북한 가족의 안녕을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부탁했던 만큼 캄보디아와 외교마찰이 없는 이상 황수옥의 앞날은 그런대로 보장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지명 / 망명작가펜(PEN)문학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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