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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 스토리 | “장군님, 제 손에 터십시오!” 2015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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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 스토리 50

“장군님, 제 손에 터십시오!”

며칠 전 평양호위사령부 복무경력을 가진 진인사필름의 시나리오 작가 A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들려 준 이야기는 이렇다. 전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는 당 중앙위원회 청사의 층마다 엘리베이터 양 옆엔 두 명의 호위병이 늘 부동 자세로 중무장을 하고 서 있다. 절대 권력자의 신변안전을 위해 호위 임무를 수행하는 병사들이다.

골초로 유명한 김정일은 시도 때도 없이 연기가 나는 담배를 손가락에 끼우고 다녔는데 어느 날 3층 집무실로 올라가려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수행원들과 함께 걸어왔다고 했다.

“재가 떨어질 것 같아서… 용서하십시오”

엘리베이터가 상승하는 짧은 사이에도 김정일은 담배를 피웠는데 담배를 빨 때마다 그걸 쳐다보는 두 호위원의 눈이 커졌다. 이미 피우며 들어 온 상태라 절반 정도 남아 타 들어간 담뱃대의 재가 위태롭게 매달려 금방이라도 바닥에 떨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단다.

사실 알고 보면 담뱃재가 바닥에 떨어질 염려는 없었다. 특별히 제조된 담배여서, 측근의 말을 빌면 ‘담배에 꿀(?)을 많이 섞어’ 재가 길게 생겨도 아래로 떨어질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설사 떨어진들 이내 치워버리면 되지만 국가의 수반이고 하늘처럼 우러르는 위대한 영수가 담뱃재를 아무 곳이나 뿌리며 다닌다는 평이 있을까 염려해 어느 아첨꾼이 생각해 낸 기발한 착상이라 한다. 그런데 그런 사연을 엘리베이터 보초 병사가 어찌 알 수 있을까.

김정일은 담배를 한 모금 빨고는 가만히 있지를 않고 담배 쥔 손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동행한 수행원들에게 뭔가를 열심히 말하고 있었다. 그러다 움직이는 손이 보초병 앞에 미치자 병사는 날쌔게 두 손을 뻗어 재가 길게 달린 담뱃대 아래에 가져다 댔다. 사실 그건 인위적인 동작이 아닌 수령을 호위하는 병사로서 자연스런 행동이었다.

그런데 병사의 돌발적인 행동에 김정일은 깜짝 놀라 병사를 쳐다보았다고 했다. ‘신’ 같은 장군님을 놀라게 하다니, 이제 어떤 결론이 떨어질까? 당황한 병사는 몸을 떨며 겨우겨우 변명했다.

“경애하는 장군님, 재가 떨어질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그만, 용서하십시오.”, “그러니까 당장 떨어질 담뱃재를 손으로 받으려 했다는 건가?”, “네!”

김정일은 곧 “이봐, 그럼 받아봐!” 하더니 피우던 화르륵 타고 있는 담배를 병사의 손에 떨어뜨렸다고 했다. 그 다음 끄덕끄덕 하더니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 안으로 휘적휘적 걸어 들어갔다. 며칠 후 병사는 모든 절차를 뛰어넘어 즉시 강건 군관학교에 추천됐다. 강건 군관학교라면 우리의 육군사관학교와 비견될 수 있는 군 엘리트 인재양성 기지다. 이러한 사연은 날개가 돋친 듯 전체 호위국 병사들에게 퍼졌고 운이 좋고 기회를 맞은 그 병사에 대한 선호와 부러움으로 모두의 가슴을 뛰게 했단다.

물론 이런 사연은 사연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고 장군님의 고매한 은덕으로 재편성되어 부풀려 선전되는 것이 북한 사회의 현주소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A가 전해준 당시 소문을 들어보자면, 몇 달쯤 지났을까? 그날도 역시 김정일은 담배를 피워 물고 엘리베이터 앞에 나타났다고 했다.

‘기회는 찾아오는 것이지 만드는 것이 아니다’

문 옆에 서서 호위임무를 수행하는 두 병사의 눈은 병아리를 채려는 독수리눈처럼 김정일의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러저러한 지시인지 덕담인지 옆 수행원들에게 던지는 김정일의 말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기다란 재가 붙은 장군님의 손만 두 눈에 비치고 있을 뿐이다. 그 날은 한 쪽이 아닌 엘리베이터 중심에 서서 말을 했는데 김정일의 손이 언뜻 엘리베이터 쪽으로 나오자 일시에 달려 온 두 병사의 손이 장군님의 손을 움켜잡았다.

“경애하는 장군님, 재를 제 손에 터십시오!” 두 병사가 동시에 터뜨린 말이다. 김정일의 입에서 어떤 말이 튀어 나왔을까? 다음 날로 두 병사는 심한 질책을 받고 엘리베이터 근무를 다른 병사들에게 인계하고 말았다. 그 일이 있은 후 호위국 내에는 이런 말이 떠돌았다. ‘기회란 것은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지 만드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독재체제의 수령우상주의, 절대 권력만이 만들어 낸 북한판 블랙유머라 하겠다.

이지명 / 망명작가펜(PEN)문학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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