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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 ‘해님 달님’ 밧줄 내려준 건 하늘이 아니다? 2015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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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25

‘해님 달님’ 밧줄 내려준 건 하늘이 아니다?

분단된 70년 동안 남북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생겼다. 정치제도는 물론이요, 경제제도의 차이에 의해 생활문화가 달라졌다. 정치와 경제 제도가 다르다고 해도 문화는 같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그렇지 않다. 문화는 시대의 반영이요, 사회의 산물이다. 정치가 다르고, 경제가 다르면 사물을 보는 시각이나 생각하는 관점이 달라진다. 구체적인 산물로 문화나 의식, 태도도 달라진다. 남북의 문화차이, 남북 문화의 이질감은 괜한 이야기가 아니다. 떨어져 있던 만큼 문화의 간격도 벌어졌다.

“밧줄을 내려서 살려주세요”

<오누이와 나무꾼>은 조선4·26아동영화창작소에서 2000년에 제작한 17분짜리 아동영화이다. 우리에게 알려진 전래동화 <해님 달님> 또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북한판이다. 남북이 공유한 전통문화에 대한 해석 차이를 통해 남북의 문화적 거리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산골마을에 신혜와 호동이라는 오누이가 살고 있었다. 아랫마을에 사는 총각, 장쇠는 이웃에 살고 있는 오누이를 돌보고, 나무를 판 돈으로 오누이의 어머니에게 약까지 구해주는 마음 착한 청년이었다. 장쇠는 어머니를 위해서 약초를 캐어 오겠다면서 길을 나서려고 했다. 오누이의 엄마는 “오래된 호랑이가 있는데,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사람말을 하면서 사람을 해친대.” 라며 걱정했다. 장쇠는 “걱정할 것이 있나요. 마주치면 물리쳐버리면 되지요.” 하면서 오누이와 함께 씩씩하게 길을 나섰다.

숲이 깊어지자 장쇠는 위험하다며 오누이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오누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를 피하기 위해 동굴에 들어갔다가 그만 오래된 호랑이를 만났다. 오누이는 꼼짝없이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게 생겼다. 다행히 번개가 치며 나무가 쓰러졌고, 호랑이는 그 나무에 깔리면서 허리를 다쳤다. 그 사이 오누이는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 온 오누이는 “정말 하늘이 우리를 도와 주었을까요?”라고 엄마에게 물어 보았다. 엄마는 말했다. “물론이지. 저 하늘은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기도 하고, 범처럼 나쁜 놈에게는 벌을 내리기도 한단다.”

장쇠가 캐온 약초 덕에 병이 나은 엄마는 아이들에게 줄 버섯을 캐기 위해 산으로 향했다. 엄마는 떠나기 전, 방문을 단단히 잠그라고 일렀다. 산으로 가던 길에서 이번에는 엄마가 호랑이를 마주쳤다. 호랑이에게 쫓기던 엄마는 그만 벼랑 아래로 떨어졌다. 호랑이는 엄마의 바구니를 챙겨 오누이의 집으로 가 빨랫줄에 걸려 있던 옷을 입고는 엄마 흉내를 냈다. 목소리가 다른 것을 의심한 오누이에게 호랑이는 “소리를 질러서 목이 쉬었구나.”라며 문을 열라고 했다. 누이는 엄마가 아닌 것을 알았지만, 동생은 엄마라고 믿어 문을 열고 말았다.

호랑이가 오누이를 잡아먹기 위해 덤볐다. 그 순간, 호랑이는 화롯불에 발을 데였고, 오누이는 창문을 열고 달아날 수 있었다. 오누이는 호랑이를 피해 나무 위로 올라갔다. 오누이를 쫓아간 호랑이는 나무 위로 올라가려 했지만 허리를 다쳐서 올라갈 수 없었다. 누이는 꾀를 냈다. “참기름을 바르고 올라왔지.”라는 누이의 말에 호랑이는 참기름을 바르고 올랐지만 미끄러워 올라갈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본 동생은 자기도 모르게 “도끼로 찍으면서 올라왔다.” 고 말을 했다. 동생의 말을 들은 호랑이는 도끼로 찍으며 나무를 올랐다.

오누이는 하늘을 향해 기도했다. “밧줄을 내려서 살려주세요.” 그러자 정말 신기하게도 하늘에서 밧줄이 내려왔다. 오누이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본 호랑이도 기도했다. 곧 하늘에서 또 다른 밧줄이 내려왔다. 오누이는 밧줄을 타고 올라오는 호랑이를 보며 “호랑이를 물리쳐 주세요.”라고 기도했다. 그러자 호랑이의 밧줄이 끊어지고, 호랑이는 하늘에서 떨어졌다. 오누이는 자신들의 기도를 들어준 하늘이 신기했다.

호랑이를 피해 나무 위로 올라간 오누이는 밧줄을 내려달라 기도한다. 에서 오누이는 하늘이 내려준 밧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해와 달이 되었지 만, 에서 오누이에게 밧줄을 내려준 건 하늘이 아닌 이웃에 사는 장쇠였다. 장쇠는 급한 때일수록 하늘만 쳐다보지 말고 스스로 뚫고 나가야 한다고 가르쳐 주었다.

“급할수록 스스로 뚫고 나가야”

그때 장쇠가 웃으면서 밧줄을 타고 내려왔다. 사실 그 밧줄은 장쇠가 내려준 것이었다. 오누이의 엄마를 찾으러 나갔던 장쇠가 절벽에서 떨어진 오누이의 엄마를 만나 자초지종을 듣고 꾸민 일이었다. 장쇠는 오누이에게 “너희는 도끼를 들고도 범을 물리칠 생각을 하지 못했지. 급한 때일수록 겁먹지 말고 스스로 뚫고 나가야 한다.”고 가르쳐 주었다.

우리나라 전래동화인 <해님 달님>과는 다른 결말로 차이가 있다. 남한식 결말은 떡 팔러 간 어머니를 잡아먹은 호랑이가 오누이까지 잡아먹으려 했고 오누이는 하늘에서 내려온 밧줄을 타고 올라가 해님, 달님이 된다. 반면 호랑이에게는 썩은 밧줄이 내려와 호랑이는 수수밭에 떨어져 죽고 만다. 지금도 수숫대가 붉은 것은 그때 떨어져 죽은 호랑이의 피 때문이라고 한다.

아동영화 <오누이와 나무꾼>에서도 밧줄이 내려온다. 하지만 사실은 이웃에 사는 장쇠가 줄을 내려 구해준 것이었다. 장쇠는 급한 때일수록 하늘만 쳐다보지 말고 스스로 뚫고 나가야 한다고 가르쳐 주었다. 즉 남에게 의존하지 말고 자신의 일은 자기의 힘으로 해야 한다는 자주성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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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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