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7월 2일

영화리뷰 | 멸망의 세계, 독재에 맞설 자는 누구인가? 2015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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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매드맥스>

멸망의 세계, 독재에 맞설 자는 누구인가?

 

CS_201507_74핵전쟁 이후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아포칼립스(세계의 멸망) 장르의 영화들은 미·소 냉전체제가 끝나면서 서서히 사라졌다. 그래도 간혹 이러한 영화들이 보이기도 하는데 대부분 1970~1980년대 핵전쟁 이후의 참화에 대한 상상력이 유행하던 시기에 제작된 영화의 후속편이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터미네이터’ 시리즈도 1편은 냉전체제가 종점에 다다르고 있던 1984년에 제작됐다.

냉전종식 시기, 핵전쟁 이후 배경의 ‘매드맥스’ 시리즈 등장

최근 개봉한 영화 <매드맥스> 역시 핵전쟁 이후 문명이 멸망된 세계를 그리고 있는데 1편은 1979년에 개봉되었다. 제법 연륜이 있는 영화인만큼 그동안 문화계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지난 1990년대에 인기를 모았던 만화 <북두의 권>은 1981년에 개봉된 <매드맥스 2>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그 특유의 가죽 자켓과 금속제 보형물로 범벅이 된 악당들의 얼굴들, 몬스터 카를 연상시키는 괴상한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 <북두의 권> 역시 <매드맥스>와 동일한 시대적 배경을 갖고 있다.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 물과 식량은 항상 부족하고 야만족에 가까운 폭력배들이 활개 치는 세상이다. 인간적 도덕이나 법은 존재하지 않는 약육강식의 무법지대다.

영화 <매드맥스>의 구상은 전적으로 감독인 조지 밀러의 머리에서 나왔다. 감독인 조지 밀러는 의대를 다니면서 단편영화를 찍었다. 나중에는 수련의로 일하면서 저예산 영화를 제작하게 되는데 그것이 영화 <매드맥스>의 시작이었다. 1979년에 선보인 1편은 황량한 호주 벌판을 배경으로 멜 깁슨을 미친 형사 맥스 역으로 등장시켰다. 당시 주인공인 맥스는 진짜 가죽옷을 입었지만 다른 배우들은 비닐 옷을 입을 정도로 제작환경이 열악했다. 거기다 폭주족들에 대한 세미 다큐영화라고 속여 당시 호주 정부의 문화부 지원금까지 수령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것이 영화 <매드맥스>다. ‘매드’ 맥스가 아니라 ‘매드’ 조지 밀러다.

영화 <매드맥스> 시리즈는 1979년 1편을 시작으로 1981년 2편이 등장했고 1985년에 3편이 나왔다. 그리고 30년 만에 4편으로 돌아왔다. 전편은 호주 출신의 맬 깁슨이 주연으로 출연해서 이야기를 이끌었다면 4편부터는 톰 하디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톰 하디는 과묵한 남성적 분위기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인데 이미 후속편에 대한 출연계약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전편 <매드맥스> 시리즈가 그렇듯 4편 역시 이야기 구성은 매우 단순하다. 아주 단순하다 못해 야만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4편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단연 아날로그식 액션이다. CG를 사용하지 않고 배우와 엑스트라의 몸 액션으로 거의 만들었다. 나미비아 사막에서 1,700여 명의 스텝들이 축구장 3개 크기의 베이스캠프를 차려놓고 촬영에 임했다. 실제 촬영필름이 400시간 분량일 정도로 살인적인 촬영 강행군이었다. 120일 동안 촬영이 이어졌는데 바이크 추격 씬은 실제 호주 모터크로스 경주 챔피언에 오른 스티븐 갤 등 선수들이 참여했고 두프 워리어의 소란스러운 하드코어 로큰롤 연주 역시 실제 호주의 싱어송 라이터이자 배우인 아이오타가 맡았다.

폭력의 희생자, 독재자 임모탄에 대항하다!

영화는 독재자 임모탄이 통치하는 도시인 시타델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인 맥스는 워 보이(war boy)들에 의해 납치되어 그들의 피 주머니로 양육되는 처지에 놓인다. 워 보이들은 핵전쟁의 후유증으로 스스로 혈액을 생성해 내지 못하기 때문에 멀쩡한 사람의 피를 강제로 뽑아서 생명을 이어가는 존재들이다. 시타델은 핵전쟁 이후 황폐화된 지구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유일한 도시다. 그 곳을 미치광이 독재자인 임모탄이 통치하고 있다.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일반적인 영웅서사의 이야기 구조와 유사하게 고난-여행-금의환향의 포맷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매드맥스>에 ‘영웅’은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인 맥스도 일당백의 전투력을 갖고 있지 않다. 약간 용감할 뿐이다. 여장부로 나오는 퓨리오사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전체적인 무드가 마초적이고 거칠다.

기승전결의 구조에서도 서정적인 부분은 거의 생략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페미니즘적인 메시지가 엿보인다. 실제로 영화 속 여성들은 임모탄의 다섯 씨받이 부인들, 모유를 착유당하는 여성 등 폭력의 희생자로 그려진다. 여기에 폭력의 원흉인 임모탄을 몰아내고 여성인 퓨리오사가 새로운 지도자로 추대되는 흐름이 그렇다. 영화 <매드맥스>에서 영화적 ‘슈퍼영웅’의 액션이나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모래사막에서 전개되는 아날로그식 액션의 칼칼한 스릴은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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