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4월 1일 0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망치가 가벼우니 못이 솟을 수밖에” 201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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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46 | “망치가 가벼우니 못이 솟을 수밖에”

남한은 먹고 살만한 세상이다. 그래서 어디서 생계형 범죄가 있었다는 보도를 들을 때면 다 변명처럼 들린다. 아무리 없어도 굶어죽지 않는 세상이다. 쉽게 무엇을 얻으려니까 그렇다. 정신병자가 아니라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지, 뭐가 생계형이냐 하는 생각이다.

범죄와 부정비리가 그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너무 가벼운 처벌에 있다고 본다. 필자가 교도소에 가본 적이 있다. 교통법 위반으로 교도소에 들어갔던 고향 후배가 출소하는 날이었다. 물론 생계형 범죄는 아니다. 음주운전이 습관으로 굳은 탓이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북한에서는 먹을 것 때문에 돼지를 도둑질해 감옥살이를 했던 친구인데 남한에 와서 자동차까지 타고 다니게 되니 이번엔 그것이 화근이 되어 이 좋은 세상에서 교도소에 가게 됐다. 괘씸하긴 했지만 ‘혼 좀 났으니 다시는 안 그러겠지’ 하고 출소하는 그를 마중했다.

지난 2011년 12월 14일 서울 구로구 천왕동 신축 서울남부교정시설 실내를 교도관이 지켜보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 14일 서울 구로구 천왕동 신축 서울남부교정시설 실내를 교도관이 지켜보고 있다.

남한 교도소, 근심걱정 없는 천국?

그런데 출소 수속을 마치고 정문을 나서는 그의 인상이 마치 개선장군 같다. 교도소에 가기 전보다 더 살이 찌고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 ‘혹시 영양실조로 퉁퉁 붓지 않았나’ 하고 다시 봤지만 아니었다. 북한이었으면 감방이나 교화소(교도소)에서 나올 때 살이 바짝 말라 뼈에 쭈글쭈글한 가죽만 붙어 나오거나 영양실조로 퉁퉁 부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전보다 더 건강해져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그를 보니 “네가 앞으로 잘못을 고치긴 틀렸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반성하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자기가 잘못해서 처벌을 받았다고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고 푸념했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법무부 소속의 교정시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법무부 소속의 교정시설

‘매 맞는 경찰’이 왜 생기나?

교도소 생활에 대해 물어보니 자유가 제한되어 있을 뿐이지 ‘천국’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인권유린도 없다고 했다. 먹을 것 다 먹고 ‘근심걱정 없이’ 지내는 교도소 생활이 어쩌면 밖에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보다 나은 것 같았다고 했다. 죄수들은 그 안에서 서로 경험을 나누며 앞으로 어떻게 하면 법의 눈초리를 피할 수 있을지 ‘워크숍’을 한다고 한다. 가책을 느끼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장소, 새로운 출발을 결심하게 하는 장소가 아니라 범죄자가 ‘넘어진 김에 쉬어가는 식’의 휴식처가 된 꼴이다. 고향 후배는 출소한지 1년 만에 또 구속됐다. 무면허 운전에 술까지 마시고 사고를 친 것이다.

남한은 북한에 비해 범죄수사와 적발수준이 대단히 높다. 어떤 범죄자도 귀신같이 잡아낸다. 북한은 너무 한심하다. 끔찍한 연쇄살인범도 시간이 지나면 잡기 어렵다. 생계형 경범죄는 너무 많아 물증이 즉각 노출되거나 현행범이 아니면 적발하기 어렵다. 알쏭달쏭한 사건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 꼬리를 물고 터지는 다른 사건들 때문에 수사역량이 역부족이다.

그러나 일단 범인이 체포되면 처벌이 상상을 초월한다. 재수 없으면 그리 크지 않은 죄로도 죽을 수 있다. 교화소에서 형기를 채우지 못하고 고통 속에 죽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재판 날짜가 되기도 전에 구류장에서 죽기도 한다. 북한에도 서로의 범죄경험과 요령을 교환하는 죄수들이 있는데 대체로 강력범, 상습범들이다. 그러나 조심해야 하고 들키면 죄가 추가될 수 있다. 무자비한 처벌과 인권유린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죄수들은 살아나가면 다시는 죄를 짓지 않으리라 결심한다. 그래도 대개 생계형 범죄자들이어서 석방된 후에도 굶어죽지 않으려고 다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다반수다. 제3국에서 체포되어 북송된 탈북자들도 석방되면 다시 국경을 넘는다. 북한의 현실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남한은 어떤가. 범인에 대한 지나친 자비가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범죄의 악순환을 낳는지도 모른다. 지하철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 이른 새벽 신문배달을 다니는 청년, 남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며 체면과 담을 쌓은 듯 광고전단을 돌리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교도소를 ‘휴게실’이라며 새로운 범죄요령을 ‘탐구’하는, 후배가 이야기해 준 범죄자들의 모습이 상상된다.

죄를 지었으면 뼈아픈 자책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매 맞는 경찰’이 왜 생기나? 망치가 가벼우니 못이 솟을 수밖에 없다. 연쇄살인범, 억대의 돈을 먹은 사기꾼, 국가안보를 해치는 간첩도 인권이란 간판을 방패로 사용하는 풍토인데, 술 마시고 파출소 한번 들부수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울까 싶다.

도명학 / NK지식인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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