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10월 1일

시사초점 | ‘전쟁할 수 있는 국가’ 일본, 어디로 가는가? 201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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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초점

전쟁할 수 있는 국가일본, 어디로 가는가?

2015년 가을 일본은 역사적 전환점을 맞았다. 일본 정부가 일관되게 유지해 온 집단적자위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헌법 해석을 변경하여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한 안전보장 관련 법제를 성립시킨 것이다. 집단적자위권이란 자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무력공격을 받을 경우 자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하여 이를 무력으로 저지할 권리로서, 자국을 방위하는 개별적자위권과 함께 유엔 헌장이 보장하고 있는 주권국가의 권리다. 일본 정부는 집단적자위권은 “보유하고 있지만 행사하지 않는다.”는 헌법 해석을 유지해 왔지만, 아베 내각은 작년 7월 집단적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헌법 해석 변경을 단행했으며 이어 올해 9월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법제를 성립시켰다. 전후 일본이 ‘전쟁하지 않는 국가’가 된 전수방위의 원칙을 파기한 것이다.

지난 8월 22일 일본 시즈오카현 고텐바시 소재 히가시후지 연습장에서 자위대의 연례 사격 훈련인 ‘후지종합화력연습’이 열리고 있다. 전차 등의 장비가 대거 동원돼 섬 탈환 작전을 마무리하는 장면이다. ⓒ연합뉴스

지난 8월 22일 일본 시즈오카현 고텐바시 소재 히가시후지 연습장에서 자위대의 연례 사격 훈련인 ‘후지종합화력연습’이 열리고 있다. 전차 등의 장비가 대거 동원돼 섬 탈환 작전을 마무리하는 장면이다. ⓒ연합뉴스

안보법제 개정 집단적자위권 행사 가능 법제 성립

이번에 성립한 안전보장 관련 법제는 자위대법 등 10개의 개정법을 하나로 묶은 『평화안전법제정비법』과 새로운 법률의 제정 없이 자위대의 해외파견을 가능하게 한 『국제평화지원법』이다. 이 중 『평화안전법제정비법』이 미국 등이 공격받아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는 경우 집단적자위권을 행사하여 자위대의 무력사용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안보법제 개정에 의해 일본이 공격받지 않더라도 미국 등 자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공격받을 경우 내각의 결정으로 자위대를 출동할 수 있게 되었다. 안보법제 개정으로 인한 자위대 활동의 주요 변화는 다음 표와 같다.

안보법제 개정 이후 일본 국내 여론조사에서 ‘국회에서 충분히 심의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75~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아베 내각은 왜 집단적자위권 행사의 문을 열었는가? 일본 정부는 중국의 대두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같은 일본 주변의 안전보장 환경의 변화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아베 총리의 최종 목표는 헌법을 개정하여 군대를 보유하고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헌법 해석을 변경하고 안보법제 개정을 통해 집단적자위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려는 것이다. 특히 아베 총리의 자민당 및 내각 장악력이 강력할 때 안보법제 개정을 이뤄내려는 목적으로 국민의 이해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법 개정을 강행하였다.

안보법제 개정이 동아시아에 미치는 영향 중에서는 중·일관계가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는 궁극적으로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영향력 확대에 일본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미국과의 공동 군사 행동의 폭을 획기적으로 넓혀 일본과 미국이 군사적으로 함께 한다는 것을 중국에 보이기 위함이다. 따라서 이에 대해 중국은 군사력 증강으로 대응할 것이며 이러한 중·일의 군사적 대립구도로 동북아의 군비경쟁이 촉발될 수밖에 없다. 안보법제 개정으로 미국과 중국의 동아시아 지역 패권경쟁에 일본이 미국을 지원하는 구도가 고착화 될 것이다.

우리가 더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은 한반도로의 영향이다. 먼저 일본이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강행한 것은 한반도에 대한 군사개입이 1차 목적은 아니지만, 『무력공격·존립위기사태법』에 의하면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공격을 받아 일본의 존립이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하게 되면 자위대를 파견할 수 있다. 즉 한반도에 무력 충돌이 발생한 경우 자위대가 한반도에 파견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일 양국 정부는 한국의 주권이 미치는 지역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고 하지만,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진 미국이 일본에 요청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러한 경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안보법제 개정 전후

집단적자위권 행사, 동북아 군사긴장 연결되지 않도록 해야

안보법제 개정으로 일본은 ‘전쟁할 수 없는 국가’에서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변신하였으며, 자위대는 전 세계에서 외국군을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의 변화가 한국의 안보에 불리하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반도 유사시 일본은 주한미군의 후방기지의 역할을 하게 되어, 대북억지력 강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고조로 연결되지 않도록 미·일에 외교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중국의 급속한 부상과 이에 대한 미·일의 견제가 급박해지는 가운데 곧 개최될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한국 외교의 전체상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재균형 정책, 미·일동맹 강화와 일본의 안보법제 개정, 증가하는 북한의 안보 위협이라는 동아시아 국제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한·미·일 안보협력과 한·중·일 경제협력의 중층적 매커니즘을 병진시키는 창조적이며 균형적인 복합질서, 공생의 구도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 일본의 안보법제 개정 이후의 우리 정부의 정책 대안이 무엇인지 우리가 한·중·일 정상회담을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진호 / 광운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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