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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감사의 마음 전하는 5월, 북한에서는? 2015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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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29

감사의 마음 전하는 5월, 북한에서는?

아이들은 어버이 날 부모님께 드릴 카네이션을 손수 만들며 다시금 가정의 소중함을 느낄 것이다. 또한 자식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손수 달아준 카네이션을 하루 종일 가슴에 달고 다니는 이 땅의 아버지, 어머니를 보면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온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로 가득한 5월은 가정의 달이라는 것이 새삼 와닿는다. 가정의 달이란 말이 입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걸 보니 나도 이젠 한국 사람이 다 된 것 같다. 사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가정의 달이란 말이 귀에 설었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애틋함이 느껴졌다. 아마도 개인보다 집단을, 가정보다 사회를 더 중시하는 곳에서 살아서였을까, 가정의 달이란 말이 더 친근하게, 더 가까이 다가온 것 같다.

지난해 북한의 어머니 날 주민들의 모습. 북한은 2012년 5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11월 16일을 어머니 날로 제정, 매년 기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북한의 어머니 날 주민들의 모습. 북한은 2012년 5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11월 16일을 어머니 날로 제정, 매년 기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대신?

북한에는 가정의 달이라는 개념이 없다. 5월의 가장 큰 기념일은 5·1절, 이곳으로 말하면 근로자의 날이다. 하지 만 먹고 살기가 힘드니 5·1절도 큰 기업소나 운동회 등을 하며 분위기를 띄울 뿐, 작은 기업소는 집에서 휴식하는 것으로 대체한다. 더구나 요즘은 명절 공급 같은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북한 TV를 떠올려보면 북한만큼 5·1절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나라가 있을까 싶다. 당 및 정부 간부들 이 기업소를 방문해 노동자들과 운동도 하고, 장기자랑도 하고, 저녁에는 평양에서 무도회를 하는 등 모두가 즐기는 날이다.

이처럼 의미는 비슷하지만 남북한의 명칭과 날짜가 다른 것들이 종종 있다. 앞서 우리가 근로자의 날이라고 부르는 5·1절을 북한에서는 국제노동절이라고 명명한다. 어 린이 날도 북한에서는 국제아동절(6월 1일)이라 부른다. 북한의 국제아동절 대상은 만 9세 미만의 아동들이다. 만 9세부터는 소년단이라는 생애 첫 정치조직에 가입하는데 이때부터는 연령대에 맞는 소년단절, 청년절을 보낸다. 또한 어린이날이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는 한국과 달리 국제아동절은 공휴일이 아니다. 한국에 와서 아이들을 대하 는 태도를 보며 많이 놀랐다. 어린이날을 비롯해 주말이 면 부모들은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봤는데, 이때마다 남북의 차이를 크게 느낀다.

국제아동절이면 북한 아이들은 바빠진다. 예전에는 간단히 운동회를 하고는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유치원 꼬마들도 집단체조(매스게임)를 준비한다. 지방에서도 하나의 관례처럼 된 것이 아마 1990년대 후반쯤으로 기억한다. 단체로 유니폼을 맞춰 입고, 한 달 내내 연습을 하다 보니 금전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생기는 부담이 여간 크지 않다. 아이들이 뙤약볕에서 운동하느라 저녁에는 잠자리에 오줌 싸는 일도 집집마다 벌어지는 광경이다. 힘들게 행사를 준비한 아이들을 위해 부모님이 이날만큼은 함께하면 좋겠지만, 휴일이 아니다 보니 직장을 가진 부모님들은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없다. 자연히 아이들을 위해 가족이 함께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없다.

女스승의 날? 꽃·선물 주는 새로운 미풍 생겨

스승의 날을 대신하는 기념일에는 교육절(9월 5일)이 있다. 그러나 스승의 노고나 사제 간의 애틋한 정을 되새 기는 것이 아니라 김일성이 교육테제를 발표한 날이라고 기념하는 의미이다. 북한의 교육절에는 대체로 운동회를 겸한다. 경제난이 심해질수록 선생님의 도시락까지 마련해야 하는 학생, 학부모는 여간 부담스러운 날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 스승의 날이면 학생들이 선생님의 가슴에 꽃을 달아주고 발도 씻어주는 장면을 보고 처음에는 울컥 했다. 단순한 꽃 한 송이가 아니라 학생들이 스승에게 표현할 수 있는 최대의 성의, 최대의 예의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선생님들은 그 꽃 한 송이로 인해 교단에 서있는 사 명감을 더 깊이 느낄 수 있고, 교사라는 말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최근 들어 북한에도 이런 미풍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절이 아니라 국제부녀절(3월 8일)에 여선생님들이 수업에 들어오면 꽃을 달아주고 선물도 주는 것이다. 선물도 대체로 A4용지 100매 혹은 고급노트, 볼펜, 양말 같은 것이다. 여 유 있는 학부모들이 있으면 간혹 옷을 선물하기도 한다. 씁쓸한 건 이날이 스승에게 감사를 표한다는 의미보다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교사에게 축하하는 것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 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남성교사들에게는 선물이 없다.

반면 북한에서 어버이 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 같은 것은 없다. 대신 2012년 11월 16일을 어머니 날로 따로 제 정해 최근에서야 기념하기 시작했다. 아이러니 한 것은 북 한만큼 가정의 중요성을 선전하는 나라도 없다는 것이다. 가정은 사회의 세포라느니, 가화만사성이라느니 요란한 구호는 있지만 정작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기념일이 없다 는 것에 의구심이 든다. 아마도 수령을 어버이로 우상화하는 데에 가정의 어버이가 소홀히 될 수밖에 없고, 부부 간의 정도 당과 수령, 사회와 혁명을 위해서는 희생되어야 하기 때문인가 보다.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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