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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달라져 가는 남과 북의 지·덕·체 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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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12 | 달라져 가는 남과 북의 지·덕·체

평양 모란봉제1중학교 학생들이 2012년 9월 22일 시청각교재를 이용하여 수업을 듣고 있다. 이러한 시설은 일부 특수교에 한정되어 있으며 북한 학교의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다. Ⓒ연합뉴스

평양 모란봉제1중학교 학생들이 2012년 9월 22일 시청각교재를 이용하여 수업을 듣고 있다. 이러한 시설은 일부 특수교에 한정되어 있으며 북한 학교의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다. Ⓒ연합뉴스

학교라는 공간이 그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본적인 지식과 인성을 함양하는 곳이라고 할 때 북한의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으로 남북한 학교에는 같은 형식의 교과목이 편재되어 있지만, 북한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로 기르기 위해 우리와는 다른 과목, 다른 내용이 존재하기도 한다. 북한의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까?

필수과목 ‘어린시절’ … 영어·컴퓨터 교육 확대강화

우리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소학교에는 총 13개의 과목이 있다.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도덕, 국어, 수학, 자연, 영어, 컴퓨터, 음악, 체육, 도화공작, 위생독본 등으로 여기에 ‘어린시절’이라는 3개 과목이 더해진다. 이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김정일의 생모)의 어린 시절을 다룬 것들로 이 과목들에서는 김일성 가문의 역사를 우상화, 신격화하여 어려서부터 김일성 일가에 대한 충성심을 갖도록 한다. 특히 이 과목들은 단순히 배우는 데에 그치지 않고 세세한 내용들까지 암기해야 하는데, 그래서인지 한 단원을 수십 번씩 쓰게 하는 숙제는 기본이고, 시험 또한 주관식으로 완벽히 전문을 써서 제출해야 한다. 특히 김일성 가문의 역사에서 연도와 날짜는 절대 틀리면 안 되는 것으로 각각의 날짜를 외우느라 애먹던 어린 시절이 기억난다.

영어와 컴퓨터 과목은 2008~2009년부터 시작됐다. 사실 영어는 1980년대 이미 도입됐던 과목으로 당시는 우리말로 영어 단어를 가르치는 수준으로 약 2년 정도 실시되다 없어졌다. 최근 다시 시작된 영어 교육은 교과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영국에서 발행한 어린이용 교재를 들여와 북한식 이름과 내용으로 고쳐 사용하고 있다. 청취교재는 평양외국어대학 교수들이 교과서를 녹음한 것을 사용한다. 하지만 북한 교육현장의 사정상 청취교재를 이용해봤다는 사람을 찾긴 어렵다. 한국의 아이들은 원어민 교육을 하고, 틈틈이 영어 듣기평가를 하며 수능 외국어영역, 각종 외국어 시험에도 듣기평가 항목이 있는데 북한에는 입학시험에조차 청취시험이 없어 대조적이다. 그래서 외국어를 전공하는 외국어학원(외국어고등학교)의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 학교에서의 외국어 수준은 암담한 상태이다. 그중 간혹 개별과외를 받는 유복한 아이들이 있지만 그들조차 청취지도는 받지 않아 실질적인 회화실력은 좋지 않은 편이다.

컴퓨터 과목도 전력사정, 학교별 조건에 다라 수업형식이 각각 다르다. 일부 학교에는 컴퓨터가 보급되고 있지만, 여전히 컴퓨터없이 칠판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타자는 종이를 두고 연습을 하며, 학교마다 몇개 배치되지 않은 컴퓨터가 행여나 고장날까 실습은 꿈도 꿀 수 없는 실정이다. 중학교의 과목은 소학교에서 취급하는 13개 과목 외에도 역사, 지리, 한문, 생물, 물리, 화학, 논리학, 심리학, 군사, 여학생실습, 남학생실습이 있다. 한편 교과서 집필과 편집, 출판은 당에서 정한 한 곳에서 이루어진다. 유일 교과서라는 소리다. 교과서별로 표현하는 내용이 달라 문제시되고 있는 한국과 같은 문제가 북한에서는 발생할 소지가 전혀 없다.

1970~1980년대만 해도 교과서에 나오는 외래어를 우리말로 순화시켜 사용했는데, 1990년대에 들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소문에는 평양에 온 외국기자들이 중학교 2학년에서 배우는 물리의 법칙에 대해 물었는데 아이들이 용어가 달라 전혀 대답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교육성에서는 용어에 대한 검토 및 수정을 제의했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뿌리표라고 부르던 것을 로그로 바꿔 사용하고, 시누스(사인), 코시누스(코사인), 탕겐스(탄젠트)와 같은 러시아식 발음도 도입하기 시작했다.

남과 북의 역사교육, 달라도 너무 달라

남과 북의 사상과 이념, 체제가 다르니 교과 내용이 다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역사 과목에서도 차이가 있는데, 주로 사실보다 내용 구성의 차이, 원인 해명에서 차이를 보인다. 특히 개인에 대한 우상화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 북한에서는 한국과 달리 개인의 일대기를 구체적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그리고 역사문제에서도 수령에 대한 우상화를 강조한다. 가령 안중근 열사의 의거 같은 경우 위대한 수령의 영도를 받지 못했다는 점, 개인적 테러(항거)로는 나라를 구할 수 없다는 점 등을 함께 가르친다. 이것은 북한 영화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에서 마지막 안중근의 대사에서도 나타난다. “아, 위대한 위인을 모시지 못한 이 나라의 운명이 한스럽구나. 우리도 언제면 위인을 만날 수 있을는지.” 물론 여기서의 위인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김일성을 떠올리게 하고, 위안과 행복을 느끼게 한다.

한국에 갓 입국한 탈북자들에게 명성황후에 대해 물어보면 대다수가 모르지만, 민비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이 안다. 이는 명성황후를 ‘수구세력의 옹호자’, ‘외세에 의존해 정권을 유지한 사대주의자’로 평가하기 때문에 비하하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 것이다. 또한 민씨 세력을 ‘민가일당’, ‘민가통치집단’, ‘민비일파’로 폄하하여 이 땅에 열강을 불러들이는 결과를 초래한 세력으로 평가한다. 이렇게 역사적 관점이나 평가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민족, 같은 조상을 갖고 있음에도 오늘의 남과 북 아이들은 다른 역사관을 가지고 과거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북 학교에서 함양하는 지·덕·체는 점차 달라져 간다.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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