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11월 1일

영화리뷰 | “사랑하고 일하라, 일하고 사랑하라 그게 삶의 전부이다”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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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 <인턴(Intern)>

사랑하고 일하라, 일하고 사랑하라 그게 삶의 전부이다.”

요즘은 3포 세대를 넘어 7포 세대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취업시장이 얼어붙어있다. 먼저는 사오정(45세가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놈)라는 말이 기성세대가 빠르게 현직에서 물러나는 현상을 풍자하는 말로 회자되었다. 직장이라는 파이를 두고 구세대와 신세대 간의 갈등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어느덧 우리 사회에서 ‘인턴’이란 이름의 정규직원 이전의 한시적 직책을 일컫는 말이 풍미하고 있다. 인기 드라마 〈미생〉에서 그려진 ‘인턴’ 직원의 모습은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희비극이 녹아있는 자화상이었다.

CS_201511_74인턴젊은이만의 이야기? ‘시니어 인턴역발상

 

이렇듯 ‘인턴’이란 우리시대 젊은이들의 애환이 묻어있는 용어다. 하지만 최근 개봉한 영화<인턴>은 정반대로 무미건조하게 찾아온 노년의 삶을 의미있게 사는 ‘시니어 인턴’의 활약상을 담고 있다. 물론 이 영화의 감독인 낸시 마이어스는 지금까지 미국 중산층 페미니스트 여성을 주 관객층으로 영화를 만들어왔고 이 영화 역시 중심적인 색채는 다소 페미니스트적이다. 이 영화의 중심에는 여성해방적인 메시지가 자리 잡고 있지만 조금만 각도를 달리해서 보면 멋지게 늙은 로버트 드니로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영화 <인턴>은 창업 18개월 만에 직원 220명의 성공신화를 이룬 젊은 여성사업가 줄스(앤 해서웨이)와 전화번호부 회사에서 정년을 마치고 노후의 여유를 만끽하는 70세 인턴사원 벤(로버트 드니로)이 엮어가는 이야기다. 줄스는 사무실에서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1분1초도 끊임없이 움직이는 정신없이 바쁜 CEO다. 박스포장 방법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열정적인 30대 여성 CEO인 줄스는 남편과 딸아이를 하나 갖고 있는 커리어 우먼이다. 영화의 흐름은 복잡하고 냉혹한 실제 현실보다는 온화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형태다. 두 주인공인 벤과 줄스 역시 낸시 마이어스식으로 잘 정돈된 전형적 인물이다.

‘시니어 인턴’인 벤 휘태커는 전화번호부를 만드는 회사의 부사장을 역임하고 정년 퇴임한 노신사다. 아내와 사별한 후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노년 생활이 지겨워지고 세계일주 여행도 하며 새로운 것을 찾아서 배워보지만 지루할 뿐이다. 그러다 새 출발하는 기분으로 시니어 인턴에 지원한다. 직장분위기는 과거와 달라서 모든 직원들이 자유복 출근이지만 벤은 정장출근을 고집한다. 신입사원의 떨림을 간직하고 회사를 향하는 벤. 그러나 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고리타분함을 싫어하는 30대 CEO 줄스. 주인공인 벤은 주연인 로버트 드니로의 실제 나이인 70세에 맞추어져 있다. 명품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자칫 생기 없을 수 있는 70세 노인 모습을 맛깔나게 잘 연기했다.

사장인 줄스 오스틴은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일환인 ‘시니어 인턴’을 포함한 6주 인턴 과정을 개설했지만 곧 폐기할 생각이다. 시니어 인턴인 벤을 마뜩치 않게 바라본다. 대충 시간을 때우게 해주면서 내보낼 생각이다. 벤을 바라보는 줄스의 시선은 심드렁하기만 하다. 하지만 줄스의 생각과는 달리 벤은 젊은 동료들의 부동산 상담부터 이성문제까지 자신의 경험을 나눠주면서 사내 인기남으로 떠오른다. 줄스도 70세 노인의 경륜에서 우러나오는 여유와 포근함에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의지하게 된다. 벤은 그런 줄스를 ‘아빠미소’로 쳐다보며 다독여 준다.

30대 여성과 70대 남성 성 역할의 반전 곳곳에서!

 

페미니스트 감독은 주인공인 줄스의 보좌역으로 70세의 벤을 내세워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지만 성 역할의 반전은 영화 곳곳에서 나타난다. 우선 성공한 여성 CEO인 줄스는 나름 직장에서 잘 나가던 남편을 가정주부로 앉혔다. 줄스의 벌이가 더 낫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위기구조를 만들어내던 줄스의 전문경영인 영입과 가정으로의 복귀 선택에 있어서도 벤은 CEO로 남을 것을 조언한다. 줄스의 사회활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우군은 역설적으로 가장 고리타분해야 할 노인인 벤이다.

우리 주변에서 나이든 사람들은 속된 말로 ‘꼰대’라고 불린다. “내가 왕년에는 말이지.”,

“우리 때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수식어를 반복적으로 말하는 꽉 막힌 존재다. 하지만 그렇게 비판하던 젊은이도 어느새 나이가 들면 똑같이 ‘꼰대’기질이 서서히 발현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 속 벤은 ‘꼰대’로 늙지 않는 법을 여성 페미니스트의 시각에서 제시한다.

이 영화는 수직적 문화에 익숙한 우리 사회에서는 보기 힘든 설정이다. 나이 어린 사장이나 동료와 은퇴한 시니어 간의 수평적 관계가 영 어색하다. 그래서 나이차이가 있는 상대와는 서로 ‘세대차이’란 이름의 스트레스를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정형화된 인물이지만 벤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자화상을 다시 그려보면 어떨까?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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