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9월 1일 0

장용훈의 취재수첩 | 6·28조치 … 장성택 방중, 김정은식 경제개혁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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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6·28조치 … 장성택 방중, 김정은식 경제개혁 신호탄?

원자바오 총리는 장 부위원장과 면담에서 중국이 북한의 경제 발전과 인민생활 개선을 굳게 지지한다며 특구 성공을 위해 시장 시스템을 보장하는 가운데 토지 이용과 세제 등 측면에서 북한이 양호한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를 움직이는 실세로 알려진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에서 장 부위원장은 황금평·위화도 및 나선 특구 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킴으로써 특구사업이 본격적인 실행단계에 들어가도록 했다.

북·중, 황금평·위화도·나선 특구 본격화 시동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북·중 양국은 공동개발의 큰 원칙을 다뤄온 개발합작연합지도위원회를 해산하되 별도의 관리위원회를 구성, 공동개발을 구체화하기 위한 세부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관리위원회는 황금평·위화도, 나선 지구 2곳에 별도로 설치된다.

황금평·위화도 지구는 지식집약형 산업단지로, 그리고 나선 지구는 선진 제조업 및 물류기지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양국은 공단 건설은 물론 경제기술과 농업 분야의 포괄적인 협력을 약속하고, 나선 지구에 대한 전기공급에도 합의했는데 지리적으로 가까운 지린성의 전기가 나선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황금평·위화도, 나진 지구에 통신시설을 확충하는 데 협력하고 통관 편의, 경제개발구에 적합한 법률 및 규정 마련, 그리고 인재 확충에 힘쓰기로 합의했다. 북·중 양측은 관리위원회 출범 뿐 아니라 이른바 ‘3통(通)’ 문제에도 합의를 한 셈이다.

장 부위원장은 또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 원자바오 총리를 만나 변함없는 북·중 관계를 재확인했다. 특히 원자바오 총리는 장 부위원장과 면담에서 중국이 북한의 경제 발전과 인민생활 개선을 굳게 지지한다며 특구 성공을 위해 시장 시스템을 보장하는 가운데 토지 이용과 세제 등 측면에서 북한이 양호한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요구는 북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어서 앞으로 북한이 보여줄 모습에 관심이 집중된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6월 28일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 체제 확립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경제방침을 제시했으며 이후 북한 당국은 경제 각 분야에서 시장 요소의 확대를 골자로 하는 경제조치를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도 8월 16일 “우리 조국 땅 위에 펼쳐지는 위대한 변혁”이라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조치가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2002년 7·1조치와 2009년 화폐개혁에서 보듯이 공급능력을 확보하지 않은 경제조치는 늘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동반했고 오히려 주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경제조치에 앞서 외부로부터의 자원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개혁 성공의 관건임을 재확인한 셈이다. 따라서 장 부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과 이를 통한 경제협력 기반 구축은 북한이 더욱 적극적으로 경제적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지난 8월 2일 김 제1위원장은 방북 중이던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경제를 발전시키고 생활수준을 증진해 주민이 행복하고 문명적인 생활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당의 목표라고 밝혔다. 이러한 언급 자체가 중국의 측면지원을 염두에 둔 것인 만큼 앞으로 주민생활 개선을 위한 개혁조치가 힘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북한의 변화모색은 내부적으로도 포착되고 있다. 북한의 대표적 경제잡지인 계간 <경제연구>(2012년 2호, 4월 30일 발행)는 ‘노동보수 규모와 소비품 유통의 균형을 바로 설정하는 데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잡지는 이 글을 통해 근로자의 임금과 소비품 유통의 균형을 잡는 것이 인민생활을 높이는 중요한 문제라며 둘 사이의 합리적 균형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잡지는 임금이 근로자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역설했는데 이처럼 임금의 ‘실질적 크기’와 생활비에서 임금의 중요성 등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식량난 등으로 쌀값과 환율이 계속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것으로 알려졌고 국가정보원도 최근 북한이 경제관리방식 개편의 일환으로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 신경제방침 제시 … 외부 자원확보가 관건

또 <경제연구> 2012년 3호는 ‘현 시기 가격전략을 바로 세우는 것은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중요 요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사회주의에서 가격전략을 바로 세워 인민생활을 향상시키자면 우선 소비품의 가격 수준을 체계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잡지는 북한 당국이 협동농장 생산물 수매가격을 인상할 필요성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잡지는 “농업생산물의 수매가격 수준을 어떻게 정하는가 하는 것은 농업근로자들의 화폐소득에 영향을 주게 된다.”며 “대중소비품의 가격을 체계적으로 낮추고 농업생산물의 수매가격을 합리적으로 제정하는 것은 농민들의 생활수준을 높이는데 중요한 작용을 한다.”고 밝혔다.

결국 <경제연구>는 북한이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추진하는 한편, 곡물 수매가를 높이고 대중소비품의 가격을 사실상 인하하는 정책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내부적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꿈틀거리고 장 부위원장의 방중이 마무리 된 상황에서 김정은 체제의 국제무대 진출이 빨라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최근 외교 무대를 향한 북한의 발걸음은 매우 분주하다. 지난 8월 9∼10일 베이징에서 열린 적십자회담을 거쳐 북한은 8월 29일 일본과 당국 간 회담을 4년 만에 재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북한에 남아있던 일본인의 유골문제를 논의하지만 일본 측은 납치자 문제에 대한 논의도 희망하고 있어 앞으로 북·일 당국 간 회담이 본격적인 단계에 접어들 가능성도 커 보인다. 미국과도 뉴욕 채널을 가동하면서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싱가포르에서는 북한의 6자회담 차석대표인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전(前) 미 국무부 북한 담당관인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 등과 ‘트랙2’ 성격의 접촉을 가졌다.

여기에다 오는 9월 상순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북한이 구소련에 진 110억달러(약 12조원)의 채무 가운데 90% 정도를 러시아가 탕감해 주기로 한 최근 합의를 바탕으로 러시아와 관계에도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장용훈 /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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