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11월 1일

박계리의 스케치北 | 보천보전투 승리기념탑 혁명의 세찬 전진 율동적으로 형상 2012년 11월호

print
박계리의 스케치北

보천보전투 승리기념탑  혁명의 세찬 전진 율동적으로 형상

CS_201211_65

지난 호에 이어 이번에는 <보천보전투 승리 기념탑>의 특징을 살펴보자. 기념탑의 형식적 특징은 탑 전체를 휘날리는 붉은 기로 형상화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기념비 미술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형식으로, 그만큼 붉은 깃발이 장중하고 선명하게 느껴지도록 배려함으로써 이 깃발이 탑의 형상을 장악하는 효과를 가지게 하였다.

기념탑의 크기는 흰 화강석 기단으로부터 붉은 밤색의 화강석 깃발탑까지 총 높이 38.7m, 길이는 30.3m이며 청동으로 형상한 60명의 군상들의 총 길이는 78m, 인물의 크기는 앞부분이 8.5m, 뒷부분이 3.7m다. 또한 탑의 구성은 기념탑 정면의 군상과 그 좌우의 부주제 군상들, 그리고 깃발탑으로 구성되어 있다.

재봉기, 피리, 책보따리 … 시대상 드러내
특히 탑의 형상을 장악하고 있는 깃발의 폭이 탑의 기본 공간이 되도록 구성하여, 이 깃발의 움직임을 통해 ‘혁명의 세찬 전진’을 율동적으로 형상하고 있다. 이 깃폭은 앞에서 보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포물선을 그으면서 바람에 나부끼듯 형상하였고, 옆에서 보면 앞에서 점차 사선으로 곡선을 그으면서 내려오다가 다시 휘두르고 끝에 와서 약간 추켜올려 긴장감과 함께 속도감과 율동감을 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붉은 깃폭으로 된 탑신과 그 탑신 좌우(동쪽과 서쪽)에는 부주제를 다루는 조각 군상들을 배치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풍부히 서술하고 있다. 이 부주제 조각 군상은 총 6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붉은 깃발의 동쪽에는 ‘조국광복의 서광’, ‘조국 진군’, ‘진격’이라는 주제에 맞춰 조각군상이 배치되어 있고, 서쪽에는 ‘무장을 위하여’, ‘고난을 뚫고’, ‘격멸’이라는 주제가 군상을 통해 표현되어 있다.

각 군상 안에는 부두 노동자, 광부, 농민 등 각 계층의 사람들과 어린이로부터 나루터 할아버지에 이르는 각 세대의 모습들을 조각하였다. 이러한 각 계층의 특징은 한 개인의 리얼리티를 표현하기보다는 전형적인 성격을 드러내려고 노력하였다. 이에 따라 유격대원들은 근육질 몸에 힘 있게 긴장된 팔둑의 핏줄을 표현하여 강인함으로 극대화시키려 하였다.

그러나 나이 어린 대원들을 따뜻하게 돌보는 눈빛 등에서 인간적 리얼리티를 표현하려 하였고, 재봉대원의 등에 짊어진 재봉기, 어린 대원의 배낭에 간직된 피리, 어린이 어깨에 걸친 책보따리, 각종 무기 등의 표현에서는 당시 생활상을, 시대사를 충실히 반영하여 구체적인 리얼리티를 통해 실감나게 표현하고자 하였다.

앞으로 갈수록 격동적 전투 고조돼
<보천보전투 승리 기념탑>은 조각 군상의 뒷부분을 관중들이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게 형상하고, 앞부분은 약 6m의 높은 기단 위에 뒤의 인물보다 두 배나 더 큰 크기로 조각상을 형상하였다. 뒷부분 조각에서는 미술관 등과 같이 실내에서 조각을 가까이에서 감상하게 될 때 특히 요구되는 섬세함과 함께 야외조각으로서 요구되는 형태의 명료성을 지니면서 될 수 있도록 큰 운동감을 피하도록 기획되었다.

즉 뒷부분에서 앞부분으로 갈수록 서서히 율동을 가하여 점차 앞으로 감에 따라 격동적인 운동과 전투가 고조되는 장면에 맞게 양감을 강조하고, 공간도 시원하게 형성하여 전체적으로 극적인 서사구조를 완성해내려 한 것이었다. 이러한 공간형성과 운동감은 앞부분의 조각을 덩어리감이 육중한 환각으로 처리하고 뒷부분으로 내려가면서 낮은 부각으로 처리하여 조각의 덩어리감을 절제함으로써 실현되고 있다.

기념탑에는 불과 30m의 길이에 60명의 조각 군상이 등장하고 있으나 그 길이가 더 길어 보이고 군상도 많아 보이는 것은 앞에서 뒤로 내려가면서 인물의 크기를 점차적으로 작게 차감시키는 방법, 흔히 회화에서 사용하는 ‘선원근법인 투시적 비례관계’를 조각에 설정하여 공간의 깊이를 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념비미술은 공공미술의 특징을 지니고 있어 선전선동을 중시하는 북한에서는 매우 중요한 장르로 자리매김 될 수밖에 없다. 북한에서 중요한 장르로 평가되는 북한의 기념비미술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감상할 때 예술적 의의와 한계는 무엇인지 다음 시간에 다른 작품을 통해 자세히 알아보자.

박계리 / 이화여대박물관 학예연구원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