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적극적 억제 핵심은 보복…단호히 행동해야 2011년 5월호
특집 | 5.24조치 1년…남북관계 현주소는?
적극적 억제 핵심은 보복…단호히 행동해야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지난 1월 2일 서해 어청도 해군전탐감시대를 방문, 서해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김 총장은 “2011년 전투형 군대 확립의 원년으로서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하여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0년 3월 26일 우리 해군의 천안함이 공격을 받아 해군장병 48명의 귀중한 생명이 희생되었다. 국제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북한이 어뢰를 사용하여 폭침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5월 24일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를 발표하였다. 이 조치는 시행 과정에서 일부 축소되고 변경되었으며, 그해 11월 연평도 포격을 억제하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5·24조치는 궁극적으로 북한에 대해 저자세를 보임으로써 한반도 안보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던 ‘유화정책(appeasement policy)’의 흐름을 차단하고 북한에 도발의 책임을 지우는 ‘강압정책(coercive policy)’을 추구하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며,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보다 원칙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5·24조치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6년 동안 중단되었던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4년 6월 남북은 ‘서해상 우발충돌방지 관련 합의’에서 상호 적대행위를 금지하고 군사분계선 인근에서의 선전활동을 중지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이 천안함 도발로 그러한 합의를 파기함에 따라 정부는 정당한 대응조치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심리전을 재개하기로 결정하였다. 둘째, 한·미 연합훈련을 강화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한·미 간의 연합해상훈련 및 대잠수함훈련 외에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연장선상에서 실시되는 역내외 해상차단 훈련을 포함한다.
대북 확성기 방송 이행되지 못해
셋째, 북한의 도발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는 것이다.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고, 기존 유엔 결의안 1874호와 1718호를 보다 엄격하게 이행토록 촉구하는 한편, 외교적으로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고 압박하기 위한 조치이다.
넷째, 남북교류와 협력을 사실상 전면적으로 중단하기로 하였다. 여기에는 제주해협을 포함해 우리 측 해역에 북한 선박의 운항과 입항을 금지하고, 남북교역을 중단하며, 우리 국민의 방북을 불허하는 조치가 포함되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우선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 계획된 전단 살포의 경우 기상여건 및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여 취소되었으며, 확성기를 통한 대북방송도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행되지 못했다.
서해상에서 계획되었던 한·미 연합훈련은 서해를 자국의 내해라고 주장하는 중국 측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혀 동해로 장소를 변경하여 실시되었다. 또한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유엔 안보리에 상정하고 의장성명을 채택하는 데 성공하였으나 중국의 반대로 북한을 천안함 공격의 주체로 명시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데 그쳤다.
이 과정에서 일부 단체는 천안함 폭침사태 조사결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서한을 유엔 안보리 이사국 15개국과 유엔 사무총장실에 발송함으로써 우리 정부의 북한 규탄 및 제재노력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이와 같이 천안함 도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분열과 단호하지 못한 태도는 북한으로 하여금 더 대담하고 뻔뻔스러운 연평도 포격을 도발하도록 한 원인을 제공한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24조치는 과거 대북 유화정책의 고리를 끊고 원칙에 입각한 새로운 대북정책 방향의 이정표를 제시하였다. 최근 북한의 핵개발과 6자회담의 교착, 그리고 대남도발은 분명히 한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하였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책임은 그동안 ‘민족’이라는 감상에 젖어 한반도 안보현실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우리에게 있다. 물론, 지난 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경제협력 사업 등을 추진함으로써 한반도 정전체제를 마감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며 나아가 통일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막연한 기대와 환상 속에서 우리는 북한 김정일 정권의 통치 및 핵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해 주었고 북한주민들에 대한 인권탄압 행위를 눈감아 주었다. 최근 노골적으로 가해오는 북한의 핵위협, 군사적 도발, 그리고 공갈과 협박은 북한에 대한 더 이상의 희망적 사고가 금물임을 가르쳐주고 있다.
한국의 군사안보적 과제를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원칙에 입각한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제시한 천안함 및 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은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 6자회담이 급하다고 해서 북한에 또다시 면죄부를 부여한다면 북한은 더욱 기고만장할 것이고 더 큰 도발을 야기할 것이 분명하다.
북한 도발하면 반드시 응징해야
이번이 기회이다. 섣부른 남북회담보다는 북한의 명확한 태도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차후 6자회담의 결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또한 결연하고 단호한 행동이 중요하다. 적과 진흙탕에 같이 뒹굴어선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이를 회피하려고만 하면 적은 더욱 진흙탕에서 놀려 할 것이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적극적 억제’의 핵심은 ‘보복’이다. 과거의 억제가 우리의 군사력을 증강시켜 적으로 하여금 도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적극적 억제는 군사력 증강은 물론 보복 위협을 가함으로써 적의 도발을 억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만일 적이 도발한다면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면 차후의 더 큰 도발을 억제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곳을 방비할 수는 없다. 손자가 말했듯이 모든 곳을 방비하다보면 모든 곳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이 도발했을 때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간파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강력한 대북조치를 통해 북한정권으로 하여금 천안함 및 연평도 도발, 그리고 향후 추가도발이 3대 세습 완성, 내부안정 도모, 남남갈등 야기, 6자회담 조기개최 등 그들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역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5·24조치의 충실한 이행이 곧 북한의 추가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기본조건이 되는 셈이다.
박창희 / 국방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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