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3월 1일 0

극동으로 달려오는 러시아 | 러시아 신동방정책, 경제적 배경은? 2015년 3월호

극동으로 달려오는 러시아 3

러시아 신동방정책, 경제적 배경은?

 

소련 붕괴 이후 체제전환을 단행한 지난 시기 동안 러시아는 1998년 모라토리엄 사태 이후 지금껏 여러 차례 금융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이 위기의 근원은 세계 1위의 영토대국 러시아의 광대함과 자원의 보고(寶庫), 특히 일방적으로 편향된 석유 및 가스 산업에 근거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부터 정체 상황이었으며, 우크라이나 사태와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 조처, 국제유가의 하락 등으로 인해 최근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을 보이고 있다. 중기적으로 러시아의 경제성장은 가능하지만 글로벌 성장 평균치보다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부터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강한 러시아’라는 슬로건을 내걸면서 구소련의 복원, 특히 EU와 유사한 관세동맹(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을 확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포함하여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유라시아연합과 신동방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극동·바이칼 지역이 러시아 성장의 모멘텀

러시아는 유럽·태평양 국가로서 자원과 물류 잠재력이 높은 극동·바이칼 지역을 새로운 성장공간의 모멘텀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를 위해 푸틴 3.0(2012~2018) 초기에 ‘극동개발부’가 창설됐다. 3,300억 달러 상당의 국내외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는 ‘2025년까지 극동·바이칼 지역 사회경제 발전 프로그램’은 푸틴의 신동방정책 핵심과제로서 유럽연합의 경제 정체의 대안과 에너지·자원 수출의 유럽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의 부상과 세계경제 중심축으로 나아가는 APEC과의 경제협력 강화를 이룩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특히 수출 잠재력의 실현과 북극권을 포함한 동 지역의 에너지·자원·물류·농업개발을 가속화하여 정체된 극동·바이칼 지역 성장 잠재력의 고양과 동 지역 주민의 안정된 삶의 질 향상을 통해 인구학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그 목표가 있다.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 조처로 푸틴의 신동방정책은 재원확보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계기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 2013년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한반도와 유라시아의 철도를 연결하는 ‘실크로드익스프레스(SRX)’ 사업, 유라시아 에너지네트워크(전력망, 가스관, 송유관 연계) 구축, 유라시아 단일 교통·물류·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위한 거대 단일시장 형성의 실행계획을 담고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의 구축을 위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정책은 푸틴 정부의 ‘신동방정책’과 밀접한 교집합을 이루고 있어 한·러 협력의 가속화에 시금석으로 작용할 여지가 높다. 철도, 가스, 전력 연결 등 메가톤급 프로젝트의 실현과 극동·바이칼 지역 프로그램에서 공동협력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된다.

남·북·러 3각 협력 프로젝트, 적극적으로 추진해 볼만

최근 러시아는 대러시아 경제제재 조치에 참가하지 않는 국가들(중국, 남북한, 인도, ASEAN, 남미 등)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극동·바이칼 지역 사회경제 발전 프로그램 실행과 서방의 대러 경제제재 조치 과정에서 제일 큰 수혜자는 중국과 북한이다. 우선 2014년 5월에 러시아 가즈프롬사와 중국 국영석유사(200억 달러 상당의 에너지 인프라투자) 간 4천억 달러에 이르는 장기 가스공급 계약의 체결과 극동·바이칼 지역 발전 프로그램에서 제시된 여러 프로젝트 협력을 통해 중·러 전략적 동반자관계는 심화되고 있다.

또한 2013년부터 북·러 관계는 우호적으로 발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모든 부문에서의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려고 하는 북한과의 공통분모가 증가하면서 UN의 대북한 경제제재 조처에 참가함에도 불구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밀가루 등의 식량지원과 기타 물자(소방차 등)를 공급하고 있다. 또한 최근 수차례 북·러 고위급 관료회의에서 러시아는 구소련의 대북한 채무 110억 달러 중 100억 달러의 탕감과 무역결제에서 루블화 사용, 비자간소화 양해각서 체결 등 일련의 제도적 틀을 조성해 왔다. 또한 2020년까지 북·러 교역을 현재 대비 10배 증가된 10억 달러의 달성 목표를 세운 가운데 나진-하산 철도 건설과 북한 철도의 현대화 사업인 ‘파베다(승리)’ 프로젝트, 광산 특히 희토류 개발, 농장개발, 항만개발, 나선경제특구, 개성특구 프로젝트 등 적극적인 투자협력과 인적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극동·바이칼 프로젝트 사업에서 현재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2만여 명 수준인 북한 노동자의 유입을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푸틴의 대북한 협력의 강화 배경에는 대중국 견제는 물론 지금까지 미진했던 메가톤급 프로젝트 등 여러 형태의 남·북·러 3각 협력의 실현과 극동·바이칼 지역 프로그램에서 제시된 프로젝트에 한국의 적극적인 투자 참여를 도출하는 데 있다. 아직까지 남·북·러 3각 협력의 성공적 사례는 없었지만 나진-하산 물류 프로젝트의 간접적 3각 협력 가능성 등 주변여건은 양호하다고 판단된다.

정부는 자원과 식량안보 차원뿐만 아니라 북한체제의 연착륙과 유라시아로 뻗어 나가기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러시아와 경제협력, 특히 극동·바이칼 지역 프로그램에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남·북·러의 메가톤급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성사해 낼 필요가 있다. 1998년 러시아의 금융위기 시 많은 구미의 기업, 특히 가전회사들은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그러나 당시 한국의 가전회사들은 위기 속에서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며 생존의 길을 모색해 러시아에서 시장 점유율을 극대화 했다. 시사점이 있다.

한종만 / 배재대 러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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