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의 창 | 크림 반도 사태, 가장 큰 수혜자는 북한? 2015년 3월호
외신의 창
크림 반도 사태, 가장 큰 수혜자는 북한?
작년 이 맘 때쯤 냉전 이후에는 볼 수 없었던 일이 생겼다. 2014년 2월 23일 이후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에서 러시아 군복을 입은 친러시아계 무장 세력이 공공시설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무장 세력의 이러한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러시아는 이 사건에 군사적으로 개입했다. 물론 우크라이나는 이 행위를 침공으로 규정했다.
그 이후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왠지 냉전 시기와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요청한 우크라이나 내에서의 군사력 사용 안에 대해 러시아 상원은 이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3월 1일). 그때까지 언론을 통해서나 반감을 표현해 온 미국도 이번만큼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의 군사 행동 중지를 요구했고 위기는 지속되었다.
美, 경제적 채찍으로 크림 땅따먹기 대응
2008년 있었던 조지아-러시아 전쟁은 조지아 대통령 샤카쉬빌리가 먼저 남오세티야에 강력한 반응을 보여줘 발생한 사건이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푸틴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의 큰 자극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이제까지 국제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고집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크림 위기가 계속되면서 전 세계 각국이 이 문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해 하고 있을 무렵, 3월 18일 크림 반도에서 실시된 국민 투표로 위기의 본질이 달라졌다. 러시아 귀속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에서 95% 이상이 찬성하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 공화국 총리, 블라디미르 콘스탄티노프 크림 공화국 최고회의 의장, 알렉세이 찰리 세바스토폴 시장이 러시아-크림 공화국 병합 조약에 서명하였으며, 3월 19일 러시아 헌법재판소는 이 조약이 합법이라고 판결했다. 그 후, 러시아 하원 의회와 상원 의회가 조약 내용을 심의하여 채택하였다.
3월 21일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크림 공화국 병합 문서에 대해서 최종 서명함으로써 종결된 이 사건은 냉전 이후 반서방 국가가 남의 나라의 땅을 빼앗아 먹은 첫 사건이 되었다. 크림 위기의 단기적인 결론은 러시아가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영토를 얻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으로 러시아는 쉽게 떡(이득)을 얻은 것인가? 물론 아니다. 시리아 냉전으로 골치가 아파서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던 미국은 조금 늦었지만 러시아의 행동에 반대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를 고립화시키고 싶은 서방이 드디어 유가를 낮추며 경제적인 채찍으로 대응한 것이다. 필자가 이 문장들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석유 값은 내려가고 있고, 러시아의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그 결과 크림 반도 위기의 떡을 얻은 것은 유가하락에 따른 운전자들, 그리고 북한이다.
러시아, 김정은 초청 … 군사협력까지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한 간에 경제적인 협력이 약해지자, 북한은 남한을 위협할 정도로 중국과 가까워졌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한·중 교류가 급물살을 타자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취임한 후, 북한이 아닌 남한을 먼저 방문하여 화제가 되었다. 중국의 대한반도 외교정책에서 북한이 이 정도 제외되자, 조선노동당은 새로운 외교의 길을 모색하려고 했다. 외교다변화를 모색한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의 장에도 다시 나선 것이다.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가 멀어지며 외교적으로 힘든 분위기에 들어섰다. 이때 러시아는 서방 세계의 압박을 느끼고 있었고, 몇 장의 카드를 제시했다. 그 카드 중 하나가 극동지역이다. 또한 러시아는 오는 5월에 있을 제2차 세계대전 승전 행사에 남북을 동시에 초대했다. 아직 박 대통령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러시아의 초대에 수락했고, 이로써 김 제1위원장의 첫 해외 순방은 중국이 아닌 러시아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북·러관계의 회복을 가져온 요인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회담을 열고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할 것이라는 1월 말 경의 보도도 있었다. 반면 지금 북한의 자세를 보면 남북고위급회담은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크림 반도의 위기는 북한에 큰 떡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외교적 흐름은 북한 문제가 더 이상 한반도의 틀에서 볼 문제가 아니라는 시사점을 준다. 북한과의 관계는 세계의 정치 흐름 속에서 봐야하는 것이다.
시나시 알파고 / 터키 <지한통신> 한국특파원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