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3월 1일 0

알쏭달쏭 겨레말 | 너와 나는 ‘딱친구’야! 2015년 3월호

알쏭달쏭 겨레말

너와 나는 ‘딱친구’야!

초등학교 6학년 때 그 친구를 처음 만났다. 남들보다 턱이 좀 길었고 착한 친구였다. 그 친구와 나는 점심시간이 되면 늘 함께 도시락을 먹었다. 그 친구는 늘 소시지를 싸왔다. 그 당시 소시지는 최고의 도시락 반찬이었는데 그 친구의 소시지는 요리한 지가 꽤 되어 말라 비틀어져서 무말랭이 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난 그 친구 덕분에 소시지에 질려 버렸고 지금도 소시지를 잘 먹지 않는다.

중학교 때 몹시 추운 날 그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떡볶이를 사 줄 테니 지금 삼거리로 나오라고. 그 친구는 좋아하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난 삼거리로 나가지 않았다. 장난이었고 사 줄 수 있는 돈도 내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한 시간 정도 지난 후 그 친구는 씩씩거리며 우리 집에 왔다. “너 왜 떡볶이 사준다며 안 나오는 거야. 내가 1시간 동안 기다리면서 얼마나 추웠는지 알아!”

고등학교 때 길을 가다 동네 깡패에게 두들겨 맞았다. 맞다가 도망을 쳤다. 난 집으로 간 것이 아니라 그 친구 집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다급하게 물었다. “어머니, ○○이 있어요?”, “지금 샤워하는데.”, “에잇!” 난 친구 집에 가방을 던져놓고 다시 집으로 가서 배드민턴채를 들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그리고 부리나케 샤워를 끝낸 그 친구는 내가 그 깡패에게 다시 맞지 않도록 함께 해주었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아는 내 친구이고 학창 시절 추억을 같이 쌓은 귀한 내 친구이다. 이런 친구를 우린 불알친구라고 하는데 이 말은 그저 어릴 때부터 같이 놀면서 가까이 지냈다는 말 이외에는 더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친구와의 관계를 정의하는데 불알친구는 부족한 것 같다. 그러다 이번에 아주 적절한 말을 찾았다. 남쪽에서는 쓰지 않는 말인데 말만 들어도 ‘딱’이다는 생각이 든다.

우린 학창시절의 { 딱친구인데 } 서로 흉허물이 없지요.(허여극, 철산봉)

그는 고등중학교시절 한 고향 앞뒤 집에서 그리고 한 학급 한 책상에서 공부하던 둘도 없는 나의 { 딱친구였다 }. (림채수, 내가 설자리)

위의 예는 모두 북측 용례이다. 용례를 보면 오랫동안 사귀었다는 의미 외에 서로 돕고 흉허물이 없는 아주 친한 친구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남쪽 말로 하면 ‘절친한 친구’ 정도 되는 것 같다. 이 딱친구를 <조선말대사전>에서는 “서로 속을 터놓고 지내는 친한 동무”라고 풀이하고 있다. 오늘은 나의 딱친구에게 연락을 해봐야겠다.

김완서 /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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