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3월 1일 0

북녘 배낭여행 | 역사도시 개성 나들이, 어디가 좋을까? 2015년 3월호

북녘 배낭여행 1

역사도시 개성 나들이, 어디가 좋을까?

설레는 북한으로의 첫 여행, 어느 곳을 가 볼까 고민하다가 우리에게는 개성공단으로 익숙한 개성지역을 방문해보기로 했다.

개성시는 황해북도 남부에 위치해 있고, 남한 기준으로는 경기도 북서부에 위치해 있다. 서울에서 북서쪽으로 불과 78km 떨어져 있어 주말을 이용해 1박2일 여행하기에 적합했다. 첫 여행인 만큼 이번여행은 가이드와 동행하기로 했는데, 약속장소인 개성역에 도착하니 가이드가 마중 나와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관광지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가이드가 개성에 대한 소개를 해주었다. 개성은 면적이 약 179㎢이며 현재 행정구역이 27동 2리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고려의 옛 도읍지인 만큼 문화유적이 많은 역사도시라고 한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첫 코스인 개성역사유적지구에 도착했다. 개성역사유적지구는 201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으로 12개의 개별유적인 개성 남대문, 개성 성곽, 개성 첨성대, 만월대, 고려 성균관, 숭양서원, 선죽교, 표충사, 왕건릉, 7릉군, 명릉, 공민왕릉이 있는 곳이다. 지난해 <KBS>에서 방영했었던 고려 말, 조선 초를 그린 사극드라마 ‘정도전’을 재밌게 봤었다. 정도전이 고려의 마지막 희망으로 보았던 공민왕의 사랑이 깃든 공민왕릉, 정몽주가 죽은 장소인 선죽교 등의 그 시기 관련된 유적들을 직접 만나 볼 수 있어 반가웠다. 또한 성균관은 고려박물관이 되어 고려시기 유물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고려의 유적지에 와서 고려의 유물을 보고 있자니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가이드 말로는 고려시기 유적들이 집약되어 있어 요즘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많다고 하였다. 한 지역 내에서 많은 유적들을 둘러보다 보니 남한의 경주역사유적지구와 비슷한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박연폭포, 하늘의 은하수가 거꾸로 쏟아진 듯”

또한 개성역사유적지구에서는 유적들과 더불어 천연기념물도 만나볼 수 있었다. 성균관 마당에는 북한에 있는 느티나무 가운데서 대표적으로 오래자란 ‘성균관 느티나무’가 있었다. 성균관에서 북서쪽으로 500m 떨어진 인민군열사묘 앞에는 ‘개성 자목련’이 있었는데 이 또한 북한에 있는 자목련 가운데서 제일 큰 나무 중 하나라고 한다. 잘 보존된 나무들은 주변의 문화재들과 어울려 보기 좋은 경관을 만들어 주었다. 아직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은은히 풍겨오는 개성 자목련의 자줏빛 향기를 맡으며 다음 코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두 번째 코스로는 개성시 북부 박연리에 위치한 박연폭포를 방문했다. 박연폭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폭포로 북한에서 이름난 3대 명폭포 중에 하나라고 하였다. 박연폭포는 성거산과 천마산 사이의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리는 폭포로 높이 37m, 너비 1.5m라고 하는데 이 폭포는 다른 폭포보다 물이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고 물소리 또한 큰 편이라고 했다. 웅장한 폭포는 깎아지른 듯한 벼랑과 사방에 병풍처럼 둘러선 층암절벽에 안겨 있었는데 폭포 주변의 봄 마중 나온 진달래들과 어울려 더욱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16세기 여류 시인인 황진이는 박연폭포를 두고 “한줄기 냇물 구렁에 내리꽂혀 / 백길 용소에서 물살이 솟구치네 / 하늘의 은하수가 거꾸로 쏟아진 듯 / 흰 무지개가 비껴 드리운 듯 / 물소리 골 안에 우레를 일으키고 / 물방울 공중에 구슬이 흩어지네 / 여산이 좋다고만 말하지 마오 / 천마산의 이폭포 누리에서 제일이오”라는 시를 남겨 놓았다고 한다. 아름다운 박연폭포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박연폭포 아래에서 장관을 보고 있다 보니 정말 신선놀음이 따로 없는 것 같았다.

저녁은 개성무찜, 기념품은 개성초물제품

첫날 일정을 마무리하고 저녁식사 시간, 개성지역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이라는 개성무찜을 맛보았다. 사실 무찜이라길래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특이하게도 개성무찜에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모두 들어가 있어서 그 풍미가 무척이나 좋았다. 개성무찜과 함께 개성고려인삼주를 곁들였다. 개성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려인삼의 원산지인 만큼 개성고려인삼을 원료로 인삼주, 인삼화장품 등의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개성고려인삼주는 마실수록 감칠맛이 나서 음식의 맛을 한층 돋우어 주었다. 숙소는 역사도시인 개성에 온 만큼 일반호텔과 달리 특색 있는 개성민속여관에서 묵기로 하였다. 개성민속여관은 조선식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 곳인데, 옛 한옥을 호텔로 개조하여 객실이 온돌방이었다. 꽃샘추위가 아직 물러나지 않아 여행하는 동안 제법 쌀쌀하였는데 뜨끈뜨끈한 온돌방이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었다.

이튿날, 아침을 먹으며 이번 개성여행을 기념할 만한 기념품을 구입하고 싶은데 무엇이 좋을까 물어보니 개성초물제품이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해주었다. 개성초물제품은 원래 개성 고장농민들이 생활도구를 자체로 만들어 쓰는 데로부터 발생한 것인데 오랜 기간 전통적으로 계승·발전되어 지금은 개성지역의 특산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식사를 마친 후, 초물제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가보니 돗자리, 방석, 가방, 바구니 등의 다양한 초물제품들이 많았다. 개성초물제품 중에서도 아름답게 수놓아진 꽃돗자리가 마음에 들어 하나 구입하였다.

마지막 코스로 판문점에 들러보기로 하였다. 북한 지역의 판문점은 황해북도 판문군 판문읍에 위치해 있고, 개성에서는 8㎞ 떨어진 곳에 있어 금방 도착하였다. 남한에서는 예전에 몇 번 판문점에 방문한 적이 있어 판문점 자체는 생소한 곳이 아니었다. 그러나 전에는 남한 쪽에서 북한을 바라봤었는데 이번에는 북한 쪽에서 남한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 기분은 사뭇 생소하게 느껴졌다.

판문점을 마지막으로 첫 북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이번여행을 되돌아보니 개성지역은 문화유적지와 자연관광지를 두루 둘러볼 수 있었던 곳이라고 생각되었다. 참 만족스러운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는 느낌과 개성 외의 북한 방방곡곡을 더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다음 북한 여행은 어느 곳이 좋을까?’

박지혜 / IPA 온라인 홍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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