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소삼통(小三通)으로 시작한 ‘작은 통일’ 2015년 3월호
특집 | 지방자치단체, 남북교류 ‘작은 길’ 열자
중국-타이완 사례는? | 소삼통(小三通)으로 시작한 ‘작은 통일’
중국과 타이완은 지난 시기 동안 타이완 해협을 두고 수많은 정치·군사적 분쟁을 경험해왔다. 타이완은 1949년 장제스의 국민당이 타이완섬에 망명정부를 수립한 후 중국에 대한 3불정책(불접촉, 불협상, 불담판) 원칙을 내세웠고, 중국 본토 또한 이에 대해 불통과 무력통일 정책으로 맞서왔다. 특히 중국 본토 푸젠성(福建省)의 샤먼(廈門)과 타이완 진먼다오(金門島)는 양국 간 분쟁의 화약고였다. 1949년 국공내전 이후 1958년 8월부터 10월까지 지속된 중국의 진먼다오 포격 사건으로 타이완 측은 440여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1990년대 중반에는 타이완해협을 두고 중국의 미사일 배치 강화 등으로 전쟁의 위기를 경험하기도 했다.

중국과 타이완이 지난 2010년 6월 29일 충칭시 소피텔호텔에서 제5차 양안회담을 열어 자유무역협정(FTA)격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정식 서명함으로써 분단 60년 만에 단일 경제공동체로 거듭나게 됐다. ⓒ연합뉴스
타이완, 2001년 소삼통 선포 … 교류협력 통한 신뢰 쌓아가
하지만 이러한 정치·군사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타이완은 대화의 장을 만들어갔다. 1993년 분단 40여 년 만에 양안 간 첫 대화가 실시되었고, 마침내 2001년 타이완의 소삼통(小三通, 통항·교역·우편거래) 선포를 계기로 1949년 이후 단절된 중국과 타이완 간 교류가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양국 간 교류는 우선적으로 중국의 푸젠성과 타이완의 진먼다오, 마주다오(馬祖島)에서 실시되었다. 양국은 제한된 지역에서의 교류협력을 바탕으로 신뢰를 지속적으로 쌓아갔고, 2008년 12월 전면적인 대삼통(大三通)에 합의, 2010년 양안경제협정(ECFA)과 2012년 화폐 청산 양해각서를 체결해 경제통합 시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양국 간 교역과 인적교류 또한 급격히 성장하였다. 2001년 300억 달러에 불과하던 양안교역은 현재 연간 1천억 달러에 이르고, 2001년 350만명 수준이었던 양국 간 인적교류도 1천만명 이상으로 확대되었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 본토 푸젠성의 샤먼과 타이완의 진먼다오는 소삼통 교류를 최초로 시작한 상징적인 지역으로 양국 간 ‘화해의 문’, ‘평화의 문’ 그리고 ‘협력의 문’으로 거듭나고 있다. 타이완은 1958년 포격 때 사용했던 포탄 잔해로 ‘평화의 종’을 제작하여 평화와 교류협력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중국도 푸젠성에 양안 경제통합 시범지구인 핑탄(平潭)종합실험구를 조성해 양국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과 타이완의 성공적인 교류협력 요인이 무엇인지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중국과 타이완의 역사적 동질감이다. 양국은 ‘중화사상’이라는 동일한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정치·군사적 분쟁과는 별개로 교류협력을 추진할 수 있었다. 실제로 중국과 타이완이 일본과의 댜오위다오(釣魚島) 영토분쟁에서 한 목소리를 낸 사례도 존재한다. 그리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양안은 같은 조상과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 피는 이어져 있고 문화는 서로 통한다.”며 양국 간 긴밀한 유대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둘째, 양국의 정경분리(政經分離, 정치와 경제는 분리), 선경후정(先經後政, 경제가 우선이며 정치는 나중) 원칙에 의거한 경제 우선주의가 관철되었다. 경제교류와 정치적 통일 문제는 별개라는 인식 아래 분단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교류협력을 진행할 수 있었다. 2001년 소삼통 직후 타이완의 천수이벤 총통이 일변일국론(一邊一國論, 타이완과 중국은 별개의 국가임)을 주장하면서 중국과의 긴장관계가 재차 고조되긴 했지만, 양국 간 경제협력을 비롯한 교류협력은 끊이지 않고 지속되었다.
마지막으로 중국과 타이완은 선이후난(先易後難, 쉬운 것을 먼저, 어려운 일은 나중)의 원칙을 견지하여 교류협력을 확대해 나갔다. 양국은 우선 본토 푸젠성과 타이완 진먼다오를 잇는 ‘소삼통’을 시범적으로 운영했고, 이를 바탕으로 교류협력의 폭을 점차 확장시켜 나갔다. 만약 양국이 처음부터 어려운 일을 한 번에 해결하고자 했다면 지금의 양안관계는 아마도 정립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정경분리·선경후정·선이후난 원칙 아래 ‘작은’ 협력 확대
현재 고착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중국과 타이완의 사례를 다시금 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먼저 정경분리 원칙 확립으로 남북 간 상호이익 증진을 위한 경제협력을 활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과 타이완의 경우 지속적인 정치·군사적 갈등구조 아래서 경제관계 및 인적교류를 확대시킴으로써 기능적인 통합을 지향하였다. 따라서 남북관계도 다시금 정치와 경제 분리를 통한 보다 안정적인 경협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작은 협력을 먼저 실시하는 노력이 모색되어야 한다. 중국과 타이완의 ‘소삼통’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한 번의 큰 결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작은 협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단위의 큰 협력에 앞서 남북 지자체 교류 등 작은 부문의 교류협력을 우선적으로 확장하는 노력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과 타이완이 중화사상에 기반하여 협력을 강화시킨 만큼 남과 북도 한민족으로서의 민족적 동질감을 회복하여 교류협력을 다시금 재개, 확대하는 노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정상회담과 같은 빅이벤트에 치중하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중국과 타이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남북관계에 있어 큰 길(大路)을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선 작은 길(小路)을 차근하게 구축하는 것이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이용화 /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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