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3월 1일 0

시론 | 미래 통일시대 주역,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 2015년 3월호

시론

미래 통일시대 주역,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

2015년 1월 19일 통일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인 ‘국민이 함께 하는 통일준비’를 통해 통일시대 주역을 양성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명료하게 밝힌 바 있다. ‘협업을 통한 통일준비’라는 제목을 통해 분명하게 알 수 있듯이, 통일부는 교육부, 행자부, 인사처 및 시·도 교육청과 유기적인 협업을 통하여 학교 통일교육을 내실화하고, 범정부 통일준비 인력 양성 시스템을 구축하며, 탈북청소년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공표하였다. 통일부의 추진전략이나 추진과제의 타당성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으로 여겨짐에도, 이러한 과제의 실현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현행 통일교육에 대한 고언(苦言)과 함께 향후 개선방향을 살펴본다.

통일부는 학교 통일교육의 내실화를 기하기 위해 통일교육 시수 확대, 청소년용 기본 교재 보급, 교원 연수를 강화하고, ‘한반도통일미래센터’를 활용하여 상시 통일미래 체험연수를 실시할 것이라고 한다. 통일교육 시수 확대, 교원 연수 강화, 통일교육 교재 보급, 통일교육 체험활동 강화 등은 이미 통일교육의 활성화 방안을 통해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 온 사항이기에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인다.

먼저 통일교육 시수를 확대하는 문제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잘 알다시피 입시 위주의 현행 학교교육 체제에서 통일교육의 입지는 매우 약화되어 있다. 현재 개정 작업 중인 새 교육과정에서 통일교육이 어떻게 시수를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보이지 않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통일교육은 도덕 교과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 물론 사회, 국어 등의 일부 교과에서도 통일교육 관련 내용이 다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통일부가 ‘학교 통일교육 지침서’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통일교육의 내용은 거의 도덕 교과를 통해 이루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개정 중인 새 교육과정에서는 도덕 교과가 사회과에 통합되어 기존의 학습 내용이 대폭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에, 통일교육의 시수가 확대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축소될 위기에 처해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통일교육에만 초점을 맞춘 새 교과목을 만드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학교 통일교육 구조적 한계 직시해야

평가되지 않는 교육 내용, 달리 말해 시험 문제로 출제되지 않는 교육 내용은 학생들의 학습 흥미와 욕구를 유발하지 못한다. 그러나 통일교육의 내용은 시험 문항으로 출제하기엔 이견의 소지가 많으므로 온 국민의 관심사인 수능 시험의 문제로 출제되기가 매우 어려운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단편적이고 객관적인 사실 지식을 묻는 문항만이 출제가 가능한데, 그것은 대입 수능 시험의 기본 취지에 위배되기 때문에 통일교육의 내용은 입시에서 제 위상을 가질 수가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통일교육에 대한 열정과 소신을 갖춘 일부 교사들이 교수 및 학습 활동을 통해 아무리 통일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해도, 눈앞의 시험 성적에만 급급한 학생들에게 통일 문제는 지금 당장의 학습 의욕과 동기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또한 강제적인 집합 연수를 통해 교사들의 통일교육 역량을 키워주겠다는 것 역시 효과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교사들이 주축이 되어 자율적으로 운영되던 통일교육 직무연수 프로그램마저도 최근에는 교사들의 무관심과 예산의 부족으로 인해 유명무실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통일교육은 교사들의 자기 계발이나 자기 연찬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으로서 타 프로그램들에 비해 매력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교사들은 당장 교실로 돌아가서 학생들에게 직접 투입할 수 있는 맞춤형 연수 프로그램들을 선호함에도, 통일교육 연수 프로그램들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북한 실상이나 정부 정책 홍보, 개별적으로 이미 체험해 본 적이 있는 시설이나 장소의 반복적인 견학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탈북 강사를 활용한 강연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매력도가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자신들의 제한된 지역에서의 북한 생활을 토대로 하여 북한 전체를 과잉 일반화하는 것에 대해 그리고 남한 사람들보다 더 남한 사회를 찬양하고 미화하는 것에 대해 많은 교사들은 일종의 심리적 거부감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남북공존의 삶에 필요한 역량 키울 새 프로그램 짜야

남북한의 통일은 상이한 이념과 가치관을 지니고 살아 왔던 사람들이 공존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기에, 우리는 통일교육에서 그러한 공존적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기초 역량들을 키워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통일교육을 위한 교사 연수 프로그램들도 갈등해결 역량, 상호문화 역량, 반편견 역량 등과 같은 공존적인 삶의 역량들을 키워줄 수 있도록 새 틀을 짜야할 것이다.

이것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통일교육 교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역설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과 북한 사회의 비참한 실상을 확산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구시대적인 교재보다는 장차 남북한 주민들이 함께 생활하는 데 필요한 필수적인 삶의 역량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춘 미래지향적인 통일교육 교재들이 필요하다. 통일미래 체험 활동 역시 통일에 대한 비전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동시에 남북한 주민들이 공존할 때의 예상되는 삶의 모습들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생동감 있는 체험 활동으로 변모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육성하고자 하는 통일 주역들은 우후죽순처럼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임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통일부가 구상하는 통일교육의 패러다임은 국민을 어떻게 통제하고 보호할 것인가라는 소극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서, 어떻게 육성하고 번영(flourishing)시킬 것인가라는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추병완 / 춘천교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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