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 Movie | “아버지! 통일이래요!” 2016년 7월호
Uni – Movie <간 큰 가족>
“아버지! 통일이래요!”
현재 생존한 이산가족의 수는 6만4천여 명이다. 이들 중 이산가족 1세대의 고령화는 진행 중에 있고, 앞으로 30년이 지나면 이들은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와 있다. 지금까지 북한 이산가족을 만나 본 실향민은 ‘이산가족찾기’ 신청자 총 12만8천명 중 2,500명에 지나지 않는다. 분단의 아픔을 가족사 깊숙이 간직하고 있는 이산가족의 문제는 아직까지 남북한 통일문제에서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영화 〈굿바이 레닌〉이 통일 전 서독으로 망명한 아버지와 동독에 남은 가족 간의 이야기를 동독에 남겨진 아들의 시각에서 그려냈다면, 영화 〈간 큰 가족〉은 반대로 6·25전쟁 때 북한에 부인과 딸을 남겨둔 김 노인과 남한에서 새로 형성된 가족 간의 이야기를 큰 아들의 시점에서 풀어나간다. 이별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두 주인공이 불치병을 얻는다는 설정이나 이들을 속이기 위해 가족들이 가짜 ‘통일’을 만들어내고 가짜 TV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 등이 동일하다. 두 영화를 비교한 학술논문도 있으니 영화 〈간 큰 가족〉이 영화 〈굿바이 레닌〉의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판 ‘통일 연극’ … <굿바이 레닌>에서 영감 얻어
영화 〈간 큰 가족〉의 김 노인 역시 북한에 두고 온 부인과 딸을 위한 재산을 남한의 가족들 몰래 소유하고 있다. 그러한 사실은 김 노인이 이산가족상봉을 신청한 후 계단에서 굴러 크게 다치고 우연히 암 말기라는 검사결과가 밝혀지는 과정에서 알려지게 된다. 큰아들 명석은 아버지의 후배인 엄 변호사를 통해 아버지에게 50억원 가량의 토지가 있으며 “통일이 되면 모든 재산을 북한에 있는 딸에게 주고, 만약 통일이 되지 않으면 모든 재산을 통일부에 기부하겠다.”는 유언장의 내용을 전해 듣는다. 순간 명석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사업상 떠안고 있는 부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명석에게 아버지의 유산 소식은 한 줄기 복음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김 노인의 50억 부동산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던 큰 아들 명석과 다소 엉뚱한 성격의 영화감독인 둘째 아들 명규가 가상의 ‘통일한국’을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눈물겨운 노력을 그려낸다. ‘간 큰 가족’들이 벌이는 가상 통일극은 스케일이 커지면서 결국 넘지 말아야할 선까지 넘게 된다.
가짜 연극은 오래 가지 못하고 막을 내린다. 김 노인은 크게 상심하고 다시 건강이 악화된다. 하지만 김 노인이 이산가족상봉자로 확정되면서 가족들은 금강산으로 향한다. 김 노인은 북한의 가족들을 다시 만날 부푼 기대감을 갖고 출발하지만 가슴 통증으로 입원하면서 대신 명석과 명규가 상봉장소로 향한다. 남쪽에서 대리상봉자가 나갔지만 북쪽에서도 딸을 대신해서 사촌 언니가 나온다. 불행하게도 북에 살던 김 노인의 가족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여기서 가족들은 아버지를 위해 다시 마지막 ‘사기극’을 펼친다. 사촌조카를 가족으로 속이고 김 노인과 만나게 한 것이다. 그렇게 무사히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마치고 북의 가족을 만났다는 안도감을 느낀 김 노인은 가족들이 원하던대로 유언장을 손질한다.
영화 〈간 큰 가족〉이나 〈굿바이 레닌〉은 큰 틀에서 휴먼드라마다.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를 위한 ‘통일연극’이 주요 테마다. 요즘은 통일이란 말이 생경하게 들릴 정도로 관심도가 저조하다. 이참에 우리도 통일 분위기 조성을 위한 ‘간 큰 연극’을 한 번 해보면 어떨까?
감상 포인트
영화는 이산의 아픔을 간직한 아버지와 가족들 간의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전반적인 구성은 많은 부분 영화 〈굿바이 레닌〉(2003)과 닮아 있다. 영화 〈간 큰 가족〉이 차별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바로 ‘유산’과 관련된 문제다. 우리 사회는 부모세대가 축적한 부를 2세, 3세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욕망이 서구 사회에 비해 유달리 강하다. 북한에 가족을 두고 남한에서 새롭게 가정을 꾸린 대부분의 1세대 이산가족들 역시 북한의 가족들을 위한 재산분배를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도 재산상속을 둔 갈등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영화가 제작되었던 2005년 당시 남북 가족 간의 재산상속 문제는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은밀하게’ 진행된 분단 갈등의 작은 부분이었다는 점에서 이른바 한국 사회의 ‘특성’을 가미했다.
생각해 볼 문제
- 1세대 이산가족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인도적 차원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 남북한 이산가족상봉 행사는 그동안 20여 차례 진행되어 왔다. 만약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재개된다면 이산가족상봉 행사의 정례화를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서유석/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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