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8월 1일 0

알쏭달쏭 겨레말 | 화장이 도발적? 그런 말 안씁네다! 2016년 8월호

알쏭달쏭 겨레말

화장이 도발적? 그런 말 안씁네다!

청춘들에게 여름은 멋을 한껏 내고 넘치는 에너지를 맘껏 발산할 수 있는 최고의 계절이다. 이는 포털의 연관 검색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그 예들로 포털 사이트의 검색창에 ‘여름’을 입력하면 함께 뜨는 연관 검색어들이다.

“여름 원피스, 여름 패션, 여름 휴가, 여름 휴가지 추천, 여름밤, 여름노래….”

연관 검색어는 여름은 휴가의 계절이고 청춘의 계절이라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여름을 즐길 수 있으니까 청춘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청춘의 이미지인 여름에 따라 붙는 단어가 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가 여름만 되면 꼭 붙어서 함께 사용된다. 그것은 ‘도발’의 파생어인 ‘도발적’으로, 여름은 여성들의 옷차림이 도발적으로 변신하는 계절인 것이다.

먼저 ‘도발’의 쓰임을 확인하면 주로 전쟁이나 싸움을 뜻하는 말들과 같이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만한 일본 영유권 도발에 망언까지, 군은 적의 다양한 도발 상황에 대비하고’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도발’의 파생어인 ‘도발적’은 쓰이는 양상이 전혀 다르다. 간혹 싸움을 뜻하는 말과 같이 사용되는 예가 보이지만 거의 대부분이 여성, 또는 성적인 매력이나 자태와 관련된 말과 함께 쓰인다. 우리는 ‘도발적’을 원뜻보다는 거기서 파생된 ‘색정을 자극하는 것’의 뜻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럼 북쪽은 어떨까? ‘도발적’을 우리와 같은 뜻으로 사용하고 있을까? 《조선말대사전》에는 《표준국어대사전》의 ②번 뜻갈래가 없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북측 용례에서 ‘도발’, ‘도발적’, ‘도발하다’를 찾아봤지만 남쪽에서 주로 사용되는 의미로는 쓰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몇 개월 후, 남북공동회의에서 북측은 아래와 같은 용례를 제시하였다.1)

 – 방개는 인동이를 쳐다보며 몸을 뒤흔든다. 그것은 일부러 애교를 보이려는 것 같이 {도발적이였다}. 《고향》

– 공연은 그의 생각대로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데다가 거의 모두가 색정을 {도발하는} 것들이라 혐오스럽기 그지없었다. 《푸른 산악》

북측은 용례를 제시하면서 과거에 사용한 예가 있지만 현재는 이런 뜻으로 ‘도발적’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뜻이 도덕적이지 않다’는 이유를 덧붙여 《겨레말큰사전》의 풀이에 올리는 것을 반대했다.

북측이 반대한 겉 이유는 현재 북에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지만 속 이유는

‘도덕적이지 않다’였다. 즉, ‘도덕적이지 않다’는 앞선 반대 이유에 덧붙은 부가적인 이유가 아닌 주된 이유였던 것이다.

남과 북에서 사용하는 ‘도발적’의 일반적인 용례는 하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남북의 언어 차이가 발생하는 여러 원인 가운데 하나로 서로 다른 언어관도 있다. 북측은 언어를 ‘사상 교환의 수단, 혁명·건설의 중요한 무기, 교화의 수단’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도발적’에서 비도덕적인 풀이는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자신들의 사전에 그 풀이를 올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의미는 퇴색해 북쪽에서는 ‘도발적’을 전투적인 문맥의 문장에서만 쓰고 있는 것이다.

– 그이는 화려한 옷을 입고 대담하게 살결을 드러내놓은 데다가, 화장도 {도발적으로} 하고 있어서 손님들을 절대로 권태롭게 하지 않았다. 《정을병: 종가에서 난 절름발이》 (남)

– 전연 지구에서 복무하던 맏형이 적들의 {도발적인} 무력 행위에 다리에 중상을 입고 후방 병원에 후송된 것이다. 《류정옥: 당부》 (북)

《표준국어대사전》

① 남을 집적거려 일이 일어나게 하는, 또는 그런 것.

② 색정(色情)을 자극하는, 또는 그런 것.

《조선말대사전》

① 도발하거나 또는 도발하는 것과 같은(것).

② 몹시 엇서서 대드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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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측은 용례의 출전에서 저자를 나타내지 않는다. 그러므로 북측이 제시한 용례에 한해서만 북측의 용례 출전 방법을 사용하였다.

 김완서 /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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