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실험 ‘우리가 통일이다!’ | 남북 학생, 하나의 꿈을 꾸다 2016년 8월호
새로운 실험 ‘우리가 통일이다!’ 6
남북 학생, 하나의 꿈을 꾸다
지난해 8월 통일학교 입학식에서 처음 만났던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였고 동시에 설렘과 긴장도 있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밝은 미래를 담은 순수한 웃음, 서울대 통일학교 학생이 되었다는 설렘 그리고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난다는 긴장감이었다.
입학식이 끝나고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간 이후 통일학교 교장인 나는 부모님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여러 학부모들이 통일학교로 오는 길에 자녀들이 ‘탈북 학생’을 만나면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질문하였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온 학생들과 어떻게 지내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겠느냐며 필자에게 물어 보았다. 중요한 질문이었기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손을 들고 발언 차례를 기다리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4~5명의 질문이 이어진 이후 또 다른 한 명의 학부모가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탈북 학생이라고 밝혀야 하나요?”
그 학부모의 아이도 통일학교에 대한 설렘과 긴장이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지만 내용은 달랐다. 그 학생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아무도 자신이 탈북 학생임을 모르는데, 서울대 통일학교에서는 본인이 탈북 학생임을 이야기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그 옆에 있던 다른 탈북 학부모님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새로운 이야기에 공감하였다. 많은 탈북 학생들은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본인이 탈북 학생이라는 것이 알려지지 않기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깃들어 있는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인한 차별을 보여준다.
나이지리아 출신 작가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Chimamanda Ngozi Adichie)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단편적인 이야기가 가지는 위험성에 대하여 강연을 하였다. 아버지가 교수이고 어머니가 공무원인 그녀는 나이지리아의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에서 불편함 없이 자랐다. 그녀가 미국 대학에 진학하여 기숙사에 들어갔을 때 미국인 룸메이트는 그녀를 불쌍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부터 아프리카의 한 나라인 나이지리아에서 온 사람에 대해서 동정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룸메이트는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이 겪는 재난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졌던 것이다. 치마만다의 강연은 단편적인 시각이 자칫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통하여 열린 관점을 가지게 되면 상처받은 인간의 존엄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남북 학생들이 서로를 만나기 전부터 걱정하고 긴장하였던 것은 미국인 룸메이트가 나이지리아 출신 치마만다를 만나기 전에 가졌던 마음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분단의 지속으로 인하여 남북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편견과 고정관념이라는 아주 무섭고 무거운 장벽이 세워졌다. 통일학교는 교육을 통하여 통일을 만들어 나가는 작은 실험이다. 실험학교로서 통일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의 통일이다. 사람의 통일은 통일 이전, 통일 과정, 통일 이후 사회통합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통일학교가 열리는 동안 학생들의 마음 속 긴장, 걱정, 편견, 고정관념이 사라졌다. 남북을 구분하지 않는 통일 환경이 교실 안의 상황으로 주어졌을 때 우리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통일과 미래를 꿈꾸었다.
통일학교가 5회째 열렸을 때 아이들이 ‘꿈노트’에 적었던 소감문 중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있었다. “북한과 남한이라고 생각하면 좀 특이하다는 느낌이지만 막상 만나면 그냥 학교에서 보는 친구들 같은 느낌이다.”(꿈누리반, 허○○). “솔직히 ‘북한 아이들이 남한 아이들 사이에 섞여 잘 지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북한 아이들이라는 것을 거의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티가 안 나서 놀랐다.”(꿈누리반, 김○○).
“이 작은 손들이 모여 통일이 온다”
통일학교 교실에서는 남과 북으로 사람을 구분하던 마음의 분단이 사라졌다. 그리고 학생들은 작은 손을 모아서 통일을 희망하고 꿈꾸고 있었다. 토론 후 학생들이 그린 한 장의 그림에는 여섯 개의 작은 손이 있었다. 그 가운데 삐뚤빼뚤 하지만 정성스럽게 적은 글귀가 너무나 마음에 와 닿았다. “이 작은 손들이 모여 통일이 온다.”라고 적혀 있었다. 정말 이 아이들의 마음을 연결하고 힘을 모아서 통일이 오길 기대한다. 어느 초등학생은 통일학교에 대해서 꿈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통일이 된다면 학교는 이런 느낌이겠구나. 차별 없고 행복한 학교!”(꿈날개반, 윤○○). 작은 실험인 통일학교에서 남북 학생들이 행복을 느꼈던 것처럼 통일이 되어서 한반도의 모든 구성원들이 행복한 통일한국이 되길 바란다.
박성춘 / 서울대 통일육교육연구센터장(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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