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북한 핵능력 어디까지 왔나? 2016년 10월호
특집 | 북한 핵실험 폭주 … 한국의 전략은?
북한 핵능력 어디까지 왔나?

지난 9월 9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지진화산센터에서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이 인공지진 발생지역을 가리키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지진 발생 시점이 오전 9시 30분 1초며, 장소는 북한 함경북도 길주 북쪽 인근, 규모는 5.0으로 추정했다. ⓒ연합
북한이 지난 9월 9일에 전격적으로 제5차 핵실험을 감행하였다. 북한은 이를 “핵탄두의 위력 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이라고 밝혀, 이번 실험이 올해 초부터 가속화된 핵·미사일 실험과 연속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다. 이러한 전략무기 실험은 북한의 최고 권력자로 등극한 김정은이 이를 총괄하면서 자신의 주요 업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북한은 헌법에 핵 보유를 명시하였고, 제7차 당 대회에서는 핵무기와 경제 병진노선의 지속적 추진을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급속히 강화된다는 것이다. 핵폭발 위력이 커지고, 탄두 소형화와 고체엔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이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가 대응하기에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제5차 핵실험을 중심으로 북한의 핵기술 발전과 능력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핵실험은 국방 수요와 누적된 과학연구 성과를 토대로 핵무기 개발 목표를 정하면서 시작된다. 이를 토대로 실험 장치와 방법을 설계하고, 실험 후에는 계측과 분석을 통해 결과를 평가하며, 충분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미진하면 개량형을 만들어 추가로 실험한다.
주목할 점은 핵무기 현대화 평가 실험에서 수평갱도 지하핵실험이 가장 유리하다는 것이다. 수평갱도에서는 핵장치를 기폭실 내에 안장한 후 측정 장치들을 표면에 부착하거나 복수의 측정관으로 이끌어 설치할 수 있다. 이른바 근거리 물리를 핵무기 현대화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핵실험이 지하로 내려간 큰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지하핵실험의 유용성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북한의 발표를 되짚어 볼 수 있다. 북한은 제1차 핵실험에서 폭발 실험, 제2차에서는 위력 개선, 제3차에서는 소형화와 경량화, 제4차에서는 수소폭탄, 제5차에서는 핵탄두의 위력 판정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제4차까지에서 각종 요소기술을 개발했으니, 제5차에서는 탄두 실전배치를 염두에 둔 표준화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북한의 발표를 조금 비틀어서 해석할 수도 있다. 제4차에서 거창하게 수소폭탄을 언급하면서 위력 증가를 시도했는데 실패했으므로, 이번에도 증폭형 정도의 큰 위력 증가를 목표로 했으나 또다시 실패했다는 것이다. 지하 700m 이상의 깊은 곳에서 실험을 하고, 실험 발표도 정부 차원이 아닌 핵무기연구소 차원으로 격하되면서 언론 보도가 비교적 적은 것도 이 때문이라 생각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발표 그 자체를 토대로 하면서, 제5차 실험에서 보여준 북한의 핵능력을 핵물질 대량생산, 기폭장치 표준화, 탄두 위력, 소형화와 종합능력의 4가지로 분석 및 평가해 본다.
고농축우라늄(HEU) 대량생산, 도달했는가?
북한이 “핵탄두들을 마음먹은 대로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발표한 것은 무기급의 고농축우라늄(HEU) 대량생산에 성공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플루토늄(Pu)을 기반으로 한다면, 이를 생산하는 5MWe 원자로의 노후화와 가동률 저하로 인해 도저히 대량생산 수요를 맞출 수 없다. 새로 건설하고 있는 경수로도 언제 완공될지, 정상 가동할지 미지수다.
이에 비해 원심분리기로 우라늄을 고농축 하는 데 성공했다면, 이를 바로 대량생산할 수 있다. 영변 단지에서 미국의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에게 보여준 공장과 확장 중인 공장에서 연간 몇 개 정도의 핵폭탄을 생산할 수 있고, 다른 곳에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공장을 활용해 그 양을 늘릴 수도 있다. 원심분리기 공장은 지하에 숨길 수 있고 사용 전력도 많지 않아 빠르게 그 수량을 확대할 수 있다.
한 가지 의문은 있다. HEU 대량생산에 성공했다면 이번 핵실험에서 여러 발을 동시에 폭발시켜 기술 진보와 충격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직 생산량이 적거나 실전배치 수요를 우선적으로 충족하기 위한 것일 수는 있다. 만약 추가 실험이나 실전배치를 통해 그동안 생산한 Pu 총량을 능가하는 핵물질 사용량을 보여 준다면, 자연스럽게 HEU 생산능력이 입증될 것이다.
또한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게 탄두를 표준화, 규격화 했다.”는 것은 핵탄두 기폭장치를 표준화 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올해 공개한 구형의 내폭형 기폭장치와 이를 탄두 내에 장착한 도면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즉, 과거에 Pu을 사용하면서 개발한 내폭형 기폭장치에 새로 개발한 HEU을 장입하여 표준형 기폭장치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제5차 북핵실험, 히로시마 원폭 수준 위력 보여
북한이 ‘핵물질 이용 곁수’, 즉 ‘핵물질 이용률’ 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이를 간접적으로 입증한다. 1940년대의 핵 개발 초기에는 기폭이 쉬운 HEU에 포신형 기폭장치를 사용하고, 자발핵분열이 심한 Pu에는 순간압축 성능이 탁월한 내폭형 기폭장치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중국이 최초 핵실험 때 사용한 것처럼, HEU에 내폭형 기폭장치를 사용하면 핵물질 이용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현 단계에서는 탄두 종류도 1~2개 정도에 그치고, 기술 수준도 낮을 가능성이 있다. 투발수단이 노동과 무수단, SLBM 등으로 다양해도, 핵 기폭장치는 이번에 표준화한 것이나 약간 개량한 것으로 통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최근에 시험한 SLBM의 탄두가 원기둥 모양을 포함하고 있는 것도, 유사한 구형 기폭장치를 채택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중국 최초의 SLBM인 ‘쥐랑-1’ 탄두는 원뿔형이다.
국방부에서는 이번 북한 핵실험의 지진파 규모가 5.0이고, 폭발위력은 10±2kt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폭발위력은 기폭실 주위의 암석 유형과 수분 함량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국방부의 발표는 단단한 암석에 기포가 거의 없는 매질을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다. 어느 정도의 기포와 약한 암석, 토양이 섞인 상황을 가정한다면, 위력을 15~20kt 정도까지로 추정할 수 있다. 히로시마 원폭 수준의 위력을 보인 것이다.
일각에서 증폭형 핵폭탄 실험 성공을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증폭형은 위력이 40kt~200kt 정도로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같은 10~20kt 정도의 위력은 일반 핵폭탄, 특히 내폭형 기폭장치에 HEU를 사용한 핵무기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증폭형은 생산과 취급이 어려운 핵융합 물질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를 대량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표준화를 거론하기도 어렵다.
한 가지 가능성은 있다. 북한은 제4차와 제5차 실험에서 깊이가 700m가 넘는 곳을 선택하였다. 이 정도 깊이에서는 200kt 이상의 핵무기를 충분히 실험할 수 있으니, 이번에도 증폭을 시도했을 수 있다. 그러나 위력이 기대에 못 미치자 핵무기연구소 차원의 탄두위력 판정만 발표했을 수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핵융합 기술 수준이 아직 크게 미흡하거나, 핵융합물질, 특히 삼중수소(T)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이번 실험을 통해 소형화, 경량화된 핵탄두를 개발했다고 주장하였다. 소형화와 경량화는 제3차 핵실험에서도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고, 제4차에서도 소형화된 수소폭탄을 언급하였다. 이번 시험에서 추가된 것은 타격력이 높아졌고 표준화, 규격화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제3차, 제4차 때 소형화를 위한 요소기술을 시험했고, 제5차에서는 소형화된 탄두를 종합적으로 시험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결국 북한은 이번 핵실험을 통해 HEU를 기반으로 하면서 핵물질 이용률이 높은 소형의 내폭형 기폭장치를 완성하고, 이를 적용한 표준 핵탄두를 개발해 종합적인 성능을 평가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무기로서의 제식화와 실전배치를 앞둔 최종 평가다. 이번에 상당한 폭발위력이 나왔으므로, 북한이 HEU를 개발한 것이 확실하다면 앞으로의 대량생산과 배치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북한이 5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했으나, 아직 표준화가 충분하다고는 볼 수 없다. 북한의 핵실험은 Pu에서 시작하여 HEU로 전환하면서 실험 기법과 측정치들의 연속성이 훼손되었다. 따라서 급한 군사적 수요에 따라 1~2종류의 표준탄두를 대량생산해 배치를 하더라도, 후에 이를 개량하거나 최적화 하기 위한 실험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무기체계를 실전배치하려면 양산형의 신뢰성 평가를 수행한다. 연구개발 단계에서 무기체계가 되면, 실제로 이를 사용하는 군의 주관 하에 여러 발을 시험하고 이를 토대로 작전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이다. 항공폭탄과 노동·무수단 미사일, 해군의 SLBM 등으로 운용 부대가 다양하다면, 이들이 모두 참여하고 체계를 익혀야 한다. 유사한 위력 여러 발을 동시에 폭발시키는 핵실험이 될 수도 있다.
위력 개선 위해 빠른 시일 내 제6차 핵실험 나설 수도
이번에도 제4차에 이어 위력 증가에 실패한 것이라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핵실험을 해야 한다. 증폭형이나 수소폭탄을 개발하려면 핵융합 물질의 생산과 요소기술 개발, 표준화를 위한 종합실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리튬-6(Li6)와 중수소(D) 등의 일부 핵융합 물질을 개발한 것으로 보이고, 핵실험으로 측정치들을 얻었을 것이므로, 빠른 시일 내에 위력이 커진 증폭형 핵실험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 기술적 수요와 개량 요소가 비교적 확실하며 북한이 이른 시기에 제6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큰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처럼 날로 발전하는 북한 핵문제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국가 차원에서의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조정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군에서는 공격과 방어 양면에서의 대응과 관련 교육훈련 강화, 전술 개발 등이 필요하고, 현재 추세를 뛰어넘어 북한의 기술 개발 진로를 예측하면서 앞에서 차단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민간에서도 국민안전 차원에서의 화생방 방어 훈련과 관련 자료들의 편찬, 배포가 이루어져야 한다.
전문가 집단의 육성도 시급하다. 사전에 잘 조직되고 훈련된 과학기술자 집단과 이들 간의 협업 및 장기적인 학습이 필요한데, 우리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안보와 대북정책 관련기관이나 연구소들에 과학기술자가 거의 없고, 있어도 순환보직과 정년 등에 걸려 장기적인 연구를 하지 못한다. 과학기술자가 소외받다보니,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몰리지도 않는다. 북한 국방기술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이면서도 자주적인 분석과 판단을 하지 못하고, 외국에 의존하는 것도 역시 이 때문이다.
늦었지만 우리도 관련 조직과 체계를 조속히 갖추어야 한다. 주요 이슈별로 전문기관과 전문가 그룹을 설립하고, 자유로운 토론과 장기적인 학습을 통해 전문성을 심화하면서 청년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북한의 국방과학원과 국가과학원, 국가과학기술계획 등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하고 미래 방향을 예측해야 한다. 국내외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보를 공유하고,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자주적이고 권위 있는 분석과 정책 대안을 수립해야 한다.
사전 예측과 준비, 선제적 대응 역시 중요하다. 북한 연구는 부지런히 발로 뛰어야 하는 분야가 많기 때문에 강한 책임의식과 치밀한 준비, 장기적인 학습이 없이는 달성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는 피해갈 수 없는 우리의 책임이고, 중차대한 국가 대사다. 아울러 전 세계에서 우리가 가장 권위 있고 탁월하게 수행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우리도 미국의 어지간한 북핵연구센터를 능가하는 전문가 그룹을 형성할 수 있고, 형성해야만 한다.
이춘근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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