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2월 1일

Uni – Movie | “미안하다 나도 살고 싶었다” 2017년 2월호

Uni – Movie <용의자>

미안하다 나도 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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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 소개할 영화 <용의자>는 북한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큰 틀에서 ‘분단 영화’라고 볼 수 있지만 ‘분단’보다는 ‘액션’에 초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딱히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소위 ‘분단 영화’라 불리는 장르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분단 상황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대체로 일정한 메시지를 담기 마련인데 메시지가 ‘과잉’되었을 경우 흥행력이 떨어져서 대중의 관심을 받기 힘들다. 반대로 재미가 ‘과잉’되었을 때는 분단 상황에서 고민할 수 있는 시대정신을 빠뜨리기 쉽다. 영화 <용의자>는 후자에 가깝다.

‘분단 영화’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여러 스펙트럼으로 진화되어 왔다. 크게 ‘반공-인권-다큐-코믹’의 궤적을 따라 제작되어 왔는데, 2010년을 기점으로 이러한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되었다. 바로 재미를 중심으로 한 ‘분단 영화’들이 제작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분단 영화는 곧 저예산 영화’라는 공식을 깨고 블록버스터급 영화로 제작되었다. 영화의 제작비를 알려면 먼저 주연배우를 보라는 말이 있다. 최근 제작된 분단 영화들에는 강동원, 김수현, 공유, 현빈, 황정민 등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참여하고 있다. 강동원 주연의 영화 <의형제>를 시작으로 김수현 주연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공유 주연의 영화 <용의자>가 뒤를 이었고 현빈 주연의 영화 <공조>가 최근에 개봉했다. 황정민 주연의 영화 <공작>은 현재 제작중이다.

영화 <용의자>는 북한군 특수부대의 최정예 요원인 지동철(공유 분)이 자신의 아내와 딸을 잃고 북한 당국으로부터 버림받는 신세로 전락하면서 남한으로 탈북하여 복수극을 벌이는 일련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물론 영화상의 내용은 거의 다 ‘픽션’이다. 영화의 설정이나 액션의 스펙터클은 최신 할리우드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만큼 볼 재미가 많은 영화다.

통큰액션 선보여 메시지보다는 재미를!

주인공인 지동철 역을 맡은 공유는 고난이도 액션을 대역 없이 소화하면서 배역을 “끌어안고 있었다.”는 찬사를 들을 만큼 몸 사리지 않는 액션을 선보였다. 스카이다이빙부터 카체이싱, 각종 사격신 등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허술하게 다루어졌던 액션신들의 완성도가 매우 높다. 서울 달동네 좁은 골목길과 용산상가에서 실제로 진행된 카 액션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마지막에 치킨게임을 연상시키는 폭스바겐 세단과 레토나 지프의 정면충돌 장면은 폭스바겐 차량의 견고성과 고(高)무게중심 차량의 위험성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했다. 영화 <용의자>는 육해공에서 벌어지는 실감 액션은 물론이고 홍콩과 푸에르토리코 등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통큰’ 스케일을 자랑한다.

영화는 국정원 북한 파트에서 별도로 운영하고 있던 북한 특수부대원 출신 탈북자들로 구성된 ‘북진회’ 회원들과 지동철 간의 쫓고 쫓기는 두뇌게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동철의 타겟인 이광조(김성균 분)와의 액션신이나 ‘북진회’ 회원들이 미션을 받는 장면은 영락없이 영화 <본 프리머시>의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광조가 마지막에 내뱉는 “동철아 미안하다. 나도 살고 싶었다.”는 대사는 국가권력에 사로잡혀 친구를 배신할 수밖에 없는 힘없는 인간의 한 섞인 넋두리다. 지동철을 쫓는 모든 북진회 회원들의 약점은 가족들의 안전이었다. 국가권력은 이 같은 약점을 이용하여 이들을 수족처럼 부렸다.

이 영화는 남북관계라는 특수한 상황에 ‘픽션’적인 할리우드식 기교를 버무려 만든 영화다. 볼거리가 풍성하고 내용도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가볍게 볼 만하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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