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9월 1일

북리뷰 | ‘위안부’는 현재진행형이다 2017년 9월호

북리뷰

위안부는 현재진행형이다

 

 와다 하루키 저 | 양지영 역 |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 2017

<위안부 합의 이후 한일관계 > 와다 하루키 저 | 양지영 역 |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 2017

지난 8월 14일은 제5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세계 위안부의 날)’ 이였다. 이날 서울 도심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그 참상을 기억하는 행사들이 이어졌으며 기념물들이 전시됐다. ‘위안부’를 상징하는 소녀상들 옆에는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9명의 이름이 적혔다. 이들 중 2017년 현재(7월 기준) 공식 집계된 생존자는 37명. 이미 200명 이상의 피해자가 사망한 시점에서 더 이상 ‘위안부’ 문제를 과거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위안부’ 문제는 1990년 10월 한국의 8개 여성 단체가 한·일 양국 정부에 공개서한을 제출하고 그 다음 달인 11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탄생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더하여 1991년 8월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증언으로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조사하기 시작했으며 1993년 고노 관방장관이 담화를 발표하면서 공식적으로 ‘위안부’ 인식을 확립하고 사죄하였다. 그 사죄를 표현하고자 1995년 7월 아시아여성기금이 설립되었지만 2007년 해산하고 만다.

지난한 해결 과정 피해자는 계속 세상을 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 2011년 8월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국 정부의 부작위를 위헌으로 판결했다. 처음으로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 사이에서 이루어진 합의에 입각해 ‘위안부’ 지원 목적으로 여성가족부의 소관 아래 ‘화해·치유재단’이 설립된다. 일본 정부의 10억 엔 거출금과 함께 설립된 이 재단은 생존 피해자 할머니에게 1억 원, 사망 피해자 유족 등에게 2천만 원씩 지급하기로 하였지만 최근 이러한 위로금에 동의하지도 않은 할머니들에게 돈을 강제로 입금한 사실이 폭로돼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합의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여론과 각 단체에서 합의 파기 및 무효화 또는 재협상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 역시도 “한·일 ‘위안부’ 합의가 한국인의 기대와는 멀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최근에는 제2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막기 위한 ‘국민외교센터’ 설립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위안부’ 합의 진행과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 등에 대해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위안부 합의 이후 한·일관계>는 ‘위안부’ 문제가 제기되는 시점부터 현재의 상황,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위안부’ 합의의 평가와 과제 :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의 한·일관계 전망 속에서”의 주제로 서울대 일본연구소가 주최한 <일본진단세미나>의 강의록과 질의응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강연자인 와다 하루키는 현재 도쿄대학 사회과학연구소 교수로, 현대 한반도 역사와 한·일관계, 북한 연구 등으로 국내에서 이미 저명한 학자다. 특히 1995년 무라야마 내각이 고노 장관의 사죄에 이어 설립한 아시아여성기금에서 직접 활동하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따라서 이 책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과 해결 과정의 파악, 더하여 양국의 입장까지도 살펴볼 수 있는 총서의 역할을 한다.

저자는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면서 살아가야 할 이웃나라이며 양국 관계에 희망적인 앞날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식민지 시대의 상처와 아픔, 특히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1995년 7월 아시아여성기금 설립의 진행 과정을 시작으로 전개 상황을 조목조목 비판해 나간다. 애초 아시아여성기금과 일본 정부는 보상금을 민간의 모금만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이러한 계산은 근본부터 수정이 필요했으나 사업은 계속해서 진행되었고, 결과적으로 필리핀(211명)과 네덜란드(79명)에 대해서만 속죄했을 뿐 한국과 대만에 등록된 피해자 중에서는 3분의 1정도만 보상 대상이 되었다.

또한 저자는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이 일본 정부가 한국을 대상으로 진심어린 사죄와 속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나 현재 일본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더 이상 아베 총리에게 변화나 보상을 바라는 것이나 지난 2015년 12월 합의 당시 큰 역할을 했던 미국에게도 추가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어 결국 이 문제는 한·일 양국이 해결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끊임없이 기억하고 깊고 넓게 인식하라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한국 정부와 국민이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은 끊임없이 ‘위안부’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부족한 부분의 자료를 구축하여 더욱 깊고 포괄적인 인식에 도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속적으로 위령비를 세우고 ‘위안부’ 기념관을 만드는 것도 구체적인 방안이라고 말한다. 위령비에 한·일 양국 정부가 합의에 도달한 ‘위안부’ 문제 인식을 기재하고, 아베 총리가 한 사죄의 발언, 돌아가신 할머니들에 대한 위령과 한·일 화해의 희망을 담은 새 정부의 결의가 어우러져 들어간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게 저자의 마지막 당부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위안부’ 문제를 보다 객관적인 잣대로 평가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일본인이라서 우려했던 편파적 해석 역시도 두드러지지 않아 ‘위안부’ 문제에 대한 큰 줄기를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당시 ‘위안부’의 참혹한 잔상, 전 세계에 퍼져있는 피해자들의 상세한 데이터 분석, 일본 정부의 후속조치, 북한에 등록된 200명 이상의 ‘위안부’들에 대한 조치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대적 아픔을 공유하는 후대인으로서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한다면 이 책을 일독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김슬기 /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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