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法 통일LAW | 북한 헌법 개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 2017년 9월호
북한法 통일LAW
북한 헌법 개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
올해로 김정은 정권이 등장한지 6년째다. 북한은 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무려 3차례의 헌법 개정을 단행했다. 과거 김일성·김정일 시대와 달리 북한의 헌법 개정 빈도와 주기가 매우 짧아졌는데 권력기구와 관련한 것이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다. 법치(法治) 보다 인치(人治)에 더 가깝다는 북한 사회에서 김정은은 왜 헌법 개정을 통해 통치기구 개편에 심혈을 기울이는 걸까?
북한은 지난해 6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회의를 통해 사회주의 헌법을 개정했다. 이 헌법은 서문과 함께 7장, 172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조선인민의 이익을 대표하는 자주적인 사회주의국가”임을 선언하고 있다(제1조). 그리고 모든 “주권은 노동자, 농민, 군인, 근로인테리를 비롯한 근로인민”에게 있음을 밝히고 있다(제4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여전히 주민들의 현실 정치와 괴리된 헌법 개정만 진행해오고 있다.
개정된 사회주의 헌법 전문은 최고인민회의 종료 67일 만인 지난해 9월 4일 <내나라>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다만 대부분 사전 보도 내용과 동일하나 서문에서 김씨 일가에 대한 두 가지 사항이 바뀐 것으로 파악됐다. 헌법 서문 개정에서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경칭(수령·영도자)을 삭제하고 ‘영원한 수령’으로 동급화 했다. 결과적으로 국무위원장(김정은)만 유일한 ‘최고영도자’로 규정했다(제100조 참조). 이는 김부자(父子) 우상화 차원에서 김정일을 김일성 반열에 올리고 김정은의 세습통치 정당성 강조 및 유일 지도체계를 명백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1972년 사회주의 헌법 제정 이후 현재까지 7차례 개정
우선 북한의 헌법 개정사를 간략히 정리해보자. 북한은 사회주의 헌법을 제정한 1972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7차례에 걸쳐 개정에 나섰다. 사회주의 헌법 제정 전까지 제헌 헌법에 해당하는 1948년 헌법은 모두 5차례 개정했지만, 그 내용은 우리나라의 선거법에 해당되는 ‘면’ 행정단위 폐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임기 조정, 선거 및 피선거 연령 18세로 인하 조정, 선거구 인구기준 변경 등에 불과했다. 1972년 사회주의 헌법은 1948년 헌법과 달리 내용상으로도 기본이념과 권력구조 등에서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 왔다. 다시 말해 북한 사회주의의 공식적인 서막을 알리는 사회주의 헌법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후 1992년 4월 사회주의 헌법 개정은 1972년 사회주의 헌법의 1차 개정에 해당되며, 그 배경은 동구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에 따라 사회주의가 현실세계에서 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이어 1998년 9월 개정된 북한 헌법은 통치구조에 있어 ‘국가수반’ 없이 김정일이 당 총비서 및 국방위원회 위원장직을 겸직하고, 경제문제는 내각, 대외관계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 위임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통해 당·군을 장악하고 경제와 대외문제는 내각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각각 책임을 지게 하는 권력분산 통치방식을 규정했으며, 무엇보다 경제난 타개에 총력을 기울였다.
2009년 4월 개정된 북한 헌법의 특징은 이데올로기를 상징하는 ‘공산주의’ 용어를 헌법상에서 모두 삭제하고, 기존의 주체사상에 ‘선군사상’(제3조)을 가미해 선군정치를 제도화함으로써 공식적인 통치이데올로기화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국방위원회를 국가기구로 신설해 국방위원장의 권한 강화와 최고영도자로 명시했다(제100조~제111조).
이후 북한은 2010년 4월 헌법 개정을 통해 사법기관인 중앙재판소와 중앙검찰소를 최고재판소와 최고검찰소로 명칭을 개정했다. 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2012년 4월에는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고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직제를 새로 규정해 김정은이 제1위원장직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서문에 ‘핵보유국’임을 명문화 하여 군사강국으로 나아갈 것으로 밝히면서 이른바 ‘김일성-김정일 헌법’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2013년 4월 헌법 개정에서는 ‘금수산태양궁전’에 관한 내용을 헌법 서문에 추가했고, 11년제 의무교육을 1년 더 연장해 12년제 의무교육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6월 헌법 개정에서는 1998년 이후 헌법 서문에서 꾸준하게 유지되어 온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경칭을 생략하고, 둘 사이를 더 이상 구분하지 않았다. 또한 기존의 사법기관인 최고재판소와 최고검찰소를 중앙재판소와 중앙검찰소로 명칭 변경했다. 지금까지 북한 헌법 개정 중 가장 괄목할 만한 것은 2012년 ‘핵보유국’의 헌법 명문화다. 지난 2006년 10월 제1차 핵실험과 2009년 5월 제2차 핵실험을 단행한 후 국제사회로부터 제재와 비난을 받자, 2012년 헌법 개정을 통해 ‘핵보유국’임을 서문에 정식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결국 목적은 3대 세습 명분과 체제 안정성 도모?
이와 같이 북한은 대내외적 환경 변화를 반영하여 사회주의 헌법을 지속적으로 개정해 왔다. 특히 경제 부문에서의 개방을 반영한 1998년 헌법 개정처럼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개정 내용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권력기관의 변경이나 권력승계에 따른 용어 변화 등 일부 내용에만 국한되었다.
2016년 개정된 헌법 역시 북한 주민의 소유권 범위 확대와 같은 기본권 관련한 개정은 없었고, 다만 김정은 시대의 개막과 함께 국무위원회가 신설되면서 다수의 조항에서 용어 변경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김정일 유일영도체계의 확립을 위해 임무와 권한 등에서 일부 개정이 있었다. 이는 과거 김일성·김정일 시대와는 다른 매우 발 빠르면서도 다방면적인 입법적 조치이기 때문에 주목되고 있다. 결국 북한의 잇단 헌법 개정은 헌법 정비를 통해 3대 세습의 법적 안정성을 기하는 가운데 이를 굳건히 완성하려는 목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북한 헌법이 주체사상과 선군사상, 당 규약과 강령, 그리고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 등에 의해 제한을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의 체제를 정당화하고, 앞으로 북한의 행보를 예상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법 문건임에는 틀림없다. 김정은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리는 2016년 북한 개정 헌법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북한 사회의 시장적 요소와 사회 전반의 근본적인 변화를 수용할 것을 염원하는 북한 주민들의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최은석 / 통일교육원 교수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