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제12차 통일한국포럼 “안보와 경협 투트랙 전략으로 가야” 2017년 9월호
특집 | 도발-제재 악순환 … ‘한반도 신경제지도’ 미래는?
제12차 통일한국포럼
“안보와 경협 투트랙 전략으로 가야”
평화문제연구소(이사장 신영석)가 주관하고 독일 한스자이델재단(서울사무소 대표 베른하르트 젤리거)이 협력해 지난 2015년 12월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출범한 통일한국포럼(회장 손재식)이 “도발과 제재의 악순환 …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을 대주제로 지난 8월 16일 서울 밝은사회국제클럽(율곡로)에서 제12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조건식 전 현대아산(주) 대표이사가 좌장으로 사회를 맡아 회의를 진행하였으며, 박종철 경상대 통일평화연구센터 소장이 “시장과 무역으로 본 북한 경제, UN 대북제재 실효성은?”을 주제로,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가 “새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추진 전략은?”을 주제로 각각 발표를 진행했다. 이어 김영희 KDB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 동용승 굿파머스연구소장,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북한 도발과 국제제재 국면, 남북경협 돌파구는?”을 주제로 라운드테이블 토론에 나섰다.
“원유와 석탄 금수, 김정은 셈법 바꾸기는 어려워”
이날 손재식 통일한국포럼 회장은 개회사에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안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지만 여기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면서 “다른 한편으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평화통일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세계대전의 주 무대였던 유럽은 경제통합을 통해 이제 전쟁을 생각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면서 “남북한의 경제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통일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된다”고 밝혔다.
주관기관인 평화문제연구소의 김명수 부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오늘 포럼의 주제는 단기적인 과제보다는 중·장기적인 것”이라며 “지금의 안보 위기를 극복하는 모든 노력을 경주함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계속해서 모색해 나가기 위한 일환으로 지혜를 모으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본회의가 진행되고 박종철 경상대 소장이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섰다. 박 소장은 “김정은 경제체제의 특징적인 조치 중 하나로 초기 경제성장 단계에서 포전제와 독립체산제가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북한은 석탄 산업을 통해 화학 및 에너지, 석유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노선을 취하면서 경공업 등 기초산업 재건과 경제 발전에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면서 “예전과는 달리 북한은 내재적으로 경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 제재는 큰 압박이 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원유와 석탄 금수 조치가 김정은의 셈법을 바꾸는 실효성 있는 제재 조치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포전제는 북한에서 2013년부터 도입한 제도로 공동생산방식에서 벗어나 말단조직인 분조를 가족 규모인 3~5명으로 축소해 경작하도록 하고 생산된 농산물은 국가와 협동농장이 7대 3의 비율로 분배, 남은 농산물은 농장원이 분배받아 임의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독립채산제는 이익의 일부를 국가에 내고 나머지 이익은 기업 경영진이 소유하고 기업 운영은 자립적으로 하는 제도다. 독립채산제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기업소의 손실을 국가가 지원해줬다.
박 소장은 또한 “북한은 최근 식량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되고 기호식품 소비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서양식 카페가 늘어나고 한국식 짜장면이 등장한 것이 그 예”라고 덧붙였다. 이어 “최근 몇 년간 북한에서는 자본주의 방식의 통계를 측정하고 있는데 북한이 노동당 내부 보고서에서 연간 10%의 성장률을 발표했다는 이야기를 중국 학자들로부터 들었다”면서 “신의주의 경우 최근 2~3년 사이 15층 고층건물이 늘어나는 등 북한의 부동산 경기가 좋아졌고 철강 산업도 살아나고 있다”고 전했다.
“안보 문제 풀어나가는 동시에 경제교류 다시 시작해야”
이어 “새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추진 전략은?”을 주제로 진행된 두 번째 발표에서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비록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를 계기로 북한을 둘러싼 한반도 주변 강대국 사이에 전개되는 대립과 갈등이 우리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도전이 되고 있지만 (한반도 평화) 비전 만들기는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당장 경제교류를 재개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정치·외교적인 노력으로 안보 문제를 풀어나가는 동시에 경제교류는 다시 시작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정부는) 핵과 미사일 문제에 압도당해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추진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계속해서 추진해 나가야 하며 9월 초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표방하는 신북방정책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이른바 ‘H 경제 벨트’로, 금강산에서 러시아까지 이어지는 에너지·자원 벨트(환동해 경제 벨트)와 남쪽의 수도권에서 신의주까지 올라가는 물류·교통 벨트(환황해 경제 벨트) 그리고 비무장지대(DMZ)를 환경·관광 벨트(접경지역 평화 벨트)로 만들어 남북 시장 통합, 즉 경제통일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박 소장과 임 교수의 발표에 이어 “북한 도발과 국제제재 국면, 남북경협 돌파구는?”을 주제로 한 라운드테이블 회의가 계속됐다. 이 자리에서 북한이탈주민으로 지난 2002년 입국한 김영희 KDB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은 “대내 경제적 이유로 북한이 협상에 나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에 대해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북한과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특히 북한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원산-금강산국제관광특구 개발 관련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우고 이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여타 사업을 추진한다면 북한의 긍정적인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용승 굿파머스연구소장은 “미세먼지, 환경 문제, 해양 협력 등은 북한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추진할 수 있는 것으로 다양하고 세부적인 분야에서 한·중·일·러의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동북아 통합을 위한 분야별 소규모 공동체를 형성하고 여기에 북한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방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북제재 조치 아래에서도 추진 가능한 사업 발굴해야”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인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안보리 결의 제2371호에서는 북한과의 신규 합작 사업이나 기존 사업의 확대가 금지되기 때문에 대북제재 조치 아래에서도 추진 가능한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만성적인 가뭄 문제 해결을 위한 우물이나 관정 개발을 지원하면서, 임진강의 안정적인 수자원 이용을 보장받는 조치 등의 형태로 접근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회의를 마무리하며 통일한국포럼의 협력기관인 독일 한스자이델 재단의 베른하르트 젤리거 서울사무소 대표의 폐회사가 이어졌다. 김영수 동 재단 서울사무소 사무국장이 젤리거 대표의 폐회사를 대독한 가운데 “지난 15년간의 북한 내부를 들여다보면 시장의 형성과 확대라는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서 “과거보다 달라진 모습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해야 북한의 유의미한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 본지기자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