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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비핵화 협상 모색 가운데 자위적 핵카드 적절히 활용해야 2017년 10월호

특집 | 북한 6차 핵실험 … 우리의 안보, 원점에서 다시 본다

비핵화 협상 모색 가운데 자위적 핵카드 적절히 활용해야

 

제72차 유엔총회 참석 차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뉴욕 팰리스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있다. ⓒ연합

제72차 유엔총회 참석 차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뉴욕 팰리스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있다. ⓒ연합

북핵문제에 대한 이란식 해법과 관련한 논의가 있으나 북한과 이란의 사례는 상이하다. 이란의 핵개발 목적은 중동의 패권국가화라고 볼 수 있으나 북한의 경우는 핵을 정권과 체제생존의 핵심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란 경제는 원유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원유에 대한 제재가 전면적 경제봉쇄와 유사한 효과가 있으나, 그 동안의 대북제재는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압박에 한계가 있었다. 이란의 경우 북한에 비해 국내 정치세력이 상대적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으나 북한은 김정은 단독의 의사결정 및 정책집행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동북아의 경우 중동과 달리 미·중 간 패권경쟁 구도가 형성되어 있으며, 북핵문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정은 후계구도 정립 과정에서 북핵 협상이 중단되었으며 핵개발이 가속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08년 8월 김정일의 뇌졸중 발병 이후 김정은 후계구도의 정립이 가속화되었으며, 핵협상 추이에도 변화가 발생했다. 김정은 정권에서 지금까지 총 6차례의 북핵 실험 중 4차례가 단행되었으며,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의 발사도 본격화되었다. 따라서 북한 핵전략은 김정일 정권기 ‘자위적 억제력’에서 김정은 정권기 ‘선제타격 수단’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과거 핵에 대한 묵시적 동의를 확보하고, 미래핵을 담보로 대북제재 해제 및 보상 등 협상을 구사할 의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으로 핵탄두 제조 기술을 완성단계로 끌어올렸으며, 화성-12형 및 화성-14형 등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문제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스커드 및 노동 계열의 단·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의 대남 위협이 이미 가시화되었다는 점이다.

·중이 북핵 과도적 합의 시 한국은 상시 핵위협 노출돼

북핵문제에 대한 한국과 주변국의 전략적 이해는 동일하지 않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와 대중국 견제 능력의 확대를 병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비핵화에 동의하지만 북한 내 불확실성 증대를 우려하고 미국 일방주의를 견제하고 있다. 한국의 전략적 이해와 상충되는 북핵 해법, 즉 사실상 동결 수준에서 북핵문제의 해법이 도출되는 과도적 합의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과도적 합의가 도출될 경우 미국과 중국은 북핵문제를 현 단계에서 안정화시킬 수 있으나 한국은 북핵 위협의 상시화 시대에 놓이게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북 포용 및 압박정책 모두 북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으며 북한 핵전략을 오판했다는 점에서 성찰적 반성이 필요하다. 국제공조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도 가시적 성과가 미비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핵문제가 악화되는 과정에서 미국 및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입증됨에 따라 기존 6자회담 구도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새로운 북핵협상 및 대응전략을 모색하고, 북한 및 미·중에 대한 창의적 레버리지의 확보가 필요하다. 기존 ‘한국 운전자론’이 한계를 노정하고 있는 것은 북한은 물론 미국과 중국에 대한 한국의 비핵화 정책이 규범적 차원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물론 미·중이 부담을 가질 수 있는 한국 자체의 정책적 수단을 창의적으로 구사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비핵화를 넘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고 중·장기적 차원의 통일 로드맵을 구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 및 주변국과 차이가 있다. 우선 전방위적 차원에서 북한과 채널을 개설,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대화 및 협상 모색이 필요하다. 협상 의제의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장하고 북한의 검증가능한 궁극적 비핵화를 전제로 군사적 의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권·주민 분리 한국형 관여정책이 긴요한 시점

한국의 국익과 상충되는 비핵화 협상 방지 및 완전한 비핵화를 지향하되, 최악의 시나리오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한국형 3축 체제 및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자주국방력 강화에는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북핵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전술핵 도입 및 확장억제도 미국에 핵안보를 전적으로 일임한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북핵협상과 병행하여 한국의 자위적 ‘핵카드’의 적절한 활용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핵카드는 궁극적 비핵화를 관철하기 위해 한국의 핵주권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핵보유를 목적으로 하는 핵무장론과는 차이가 있다.

북한의 궁극적 비핵화를 위한 제재와 압박의 심화와 더불어 북한 정권 및 체제의 성격 변화를 강제하는 한국 주도의 능동적 관여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는 정책 기조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예방적 관여정책은 북한 정권이 핵무장을 강행할 경우 정권교체 및 체제의 성격 변화를 위한 관여의 확대를 내용으로 한다. 대북제재의 확대 및 강화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하도록 강제하고, 동시에 북한 주민의 고통을 경감하고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관여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포괄적 관여정책은 북한 내 관여의 확대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친민주, 친통일’ 성향을 유도하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 붕괴는 곧 북한체제 붕괴이고 이는 곧 통일’이라는 등식은 한계가 있다. 북한 내 긍정적 변화가 수반되지 않을 경우 통일여건 조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북핵문제는 한국 안보에 대한 심각하고도 근본적 위협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의 공유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정파 간 해법이 상충하고 있으며, 여론도 분산되고 있어 효과적인 대응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가 있다. 북핵문제에 대한 소통구조를 강화하고 정보 및 정책적 부담을 공유해야 할 것이다. 특히 여·야·정의 정책적 합의 기반을 강화하는 다양한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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