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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컷 속 북한 | 북한 사진, 조작 시비의 이면 2018년 4월호

한컷 속 북한2

북한 사진, 조작 시비의 이면

변영욱 / <동아일보> 사진부 차장

북한 이 지난 2011년 7월 15일 촬영해 16일  통신에 전송한 사진. 주민들이 폭우로 인해 허벅지 높이까지 침수된 대동강 주변 도로를 걷는 장면을 담았다. 그러나  통신은 이튿날 사진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고객사에 사진 삭제를 요청한 바 있다. ⓒ연합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011년 7월 15일 촬영해 16일 통신에 전송한 사진. 주민들이 폭우로 인해 허벅지 높이까지 침수된 대동강 주변 도로를 걷는 장면을 담았다. 그러나 통신은 이튿날 사진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고객사에 사진 삭제를 요청한 바 있다. ⓒ연합

남한 사회에는 북한을 민족의 반쪽이자 통일의 대상이라고 인식하는 관점과 별개의 나라라고 보는 두 가지 관점 모두 공존하고 있다. 북한에 이질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북한이 배포하는 사진은 ‘진실’보다는 ‘거짓’으로 보일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북한은 과거 40~50년 전에도 정치 영역의 사진을 조작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인식은 합리적 의심처럼 비치기도 한다.

필자가 2005년 북한 신문 사진을 처음 연구하겠다고 했을 때 북한 연구에서 ‘사진 연구’가 첫 시도였던 것도 ‘과연 북한 사진이 진실을 담고 있을까?’라는 학계의 인식이 일부 반영된 것은 아닌가 싶다. 조작의 가능성을 내포한 사진을 아무리 파보아도 북한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선입관이 사진을 연구의 불모지로 남겨두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북한에서 내놓는 사진 중에 조작사진은 과연 얼마나 될까? 먼저 북한 사진의 조작 사례를 열거해보면 과거의 경우 김일성이 항일유격대 지도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에서 김일성의 위치가 사진 가운데로 옮겨진 적이 있었고, 1960년대 말 정적(政敵)을 숙청한 김일성이 과거 사진에서 그들의 모습을 지우도록 허용한 일이 있었다.

최근의 경우, 지난 몇 년간 북한이 내놓은 사진 중 몇 장에서 ‘포토샵을 통한 조작’ 사례들이 있기도 했다. 첫째로,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는 장면에서 똑같은 군함이 복사되어 사진에 배치된 것처럼 보이게 하였다. 둘째로, 국제사회의 지원을 더 받기 위한 목적으로 추정되는 수해 사진 조작 사례가 있었다. 셋째로, 김정은과 미국 농구계 악동 데니스 로드맨의 대화 장면에서 통역관의 몸이 지워진 흔적도 발각되었다. 이는 김정은이 영어로 직접 대화를 나눌 실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누군가 ‘오버’한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으로, 북한을 사회주의 낙원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사진에서 염소 수십 마리가 복사되어 언덕 뒤쪽에 붙여진 사진도 있었다.

필자가 목격하고 기억하는 북한 사진의 조작 사례는 이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또한 2008년 김정일 건강 이상설 이후 북한이 외부에 제공하는 이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북한 사진을 보고 있지만, 필자를 비롯한 많은 관찰자들이 찾아낸 조작 사진은 많지 않다. 즉, 북한에서 조작 사진의 비율은 아주 낮은 편이다. 특히 최고지도자의 사진인 ‘1호 사진’은 조작하는 순간 많은 관찰자들에 의해 포착되는 만큼 조작의 비율은 0.01% 이하다.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 의도는?

사진을 조작하려면 누군가에게 실익이 있어야 한다. 가령 북한이 수해를 입은 대동강변의 사진에서 물의 높이를 포토샵으로 조작한 것은 피해의 정도를 과장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동정과 더 많은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이득을 얻는다. 하지만 김정은의 사진인 ‘1호 사진’을 조작할 경우 실익보다는 위험 요소가 더 많다. 사진 조작 사실이 발각되면 김정은은 ‘가짜’라는 국제사회의 오명을 고스란히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김정은의 사진을 조작할 ‘강심장’의 사진가가 북한에는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더구나 김정은의 사진을 촬영하는 사진가들은 김정일 시대부터 ‘1호 사진’을 전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북한 사회 내부에서 사회·경제적 위상이 낮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포토샵으로 사진을 조작해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북한 내부에서 이미 어느 정도 위치를 가진 사진가들이 조작에 실패해서 외부에 탄로 날 경우 당해야 하는 문책을 감당할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 결국 그들에게는 ‘김정은 전속 사진가’라는 현상유지가 주된 목표이지 모험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미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북한 사진은 진실한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진실하지 않다’고 답할 수 있다. 그래서 또 누군가가 북한 사진은 ‘조작이 많다’고 주장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필자가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은 이것이다. 사진을 기획하고 촬영하는 기획자들과 사진기자들은 거짓말을 할 수도 있지만, 사진 그 자체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분석하느냐의 문제만이 남게 된다.

우리가 북한을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한정된 상황에서 북한 사진을 조작으로 치부하는 것보다는 북한 사진의 한계를 인식한 상태에서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북한 사진은 선전의 목적을 갖고 생산되어 세상에 뿌려진다. 하지만 북한이 외부 세계에 쏟아내는 사진을 잘 정리해서 보면 북한에 대한 의외의 ‘팩트(사실)’를 읽어낼 수 있다는 믿음에 필자는 오늘도 북한 사진을 유심히 본다.

조작 사례를 일반적인 경우로 치부하느라 자칫 북한 사진이 갖고 있는 스토리를 읽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북한 사진은 대부분 조작이 아니라 특정한 의도를 갖고 연출한 것이라고 보는 게 훨씬 나은 접근법일 것이다. 북한 이미지에 숨겨진 로직(logic)과 연출의 의도를 읽어내고, 사진에서 우연히 포착될 수 있는 정보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진은 국경을 쉽게 넘어간다. 언어가 달라도 이미지를 통해 상대방 국가나 사회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말이나 글보다 편한 소통능력 때문에 이미지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된다. 동시에 한편으로는 정치에 활용되기도 한다. 북한도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에 자신을 알리고 홍보한다. 나름이라는 표현보다는 세상 어느 사회보다도 교묘한 방식으로 이미지를 활용한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북한 사진은 북한의 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매체다. 역설적이지만 그런 점에서 조작 시비가 붙는 북한 사진은 북한의 현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진실’을 담고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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