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어요 | “죽을 고비 여럿 넘겨가며 렌즈에 DMZ 담았죠” 2014년 1월호
만나고 싶었어요 | 최병관 사진작가
“죽을 고비 여럿 넘겨가며 렌즈에 DMZ 담았죠”
Q. 사진을 찍게 된 계기?
A. 30대 초반,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보람 있는 삶일까’를 고민하다가 물질의 풍요로움과 주위로부터 인정을 받던 모든 일을 정리하고 언젠가는 사라질 고향을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는 것, 그 고향에서 고단하게 살아온 어머니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독학으로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Q. 사진에 대한 소신이 있다면?
A. 제 사진에는 세 가지의 약속이 있어요. 첫째가 후드를 사용하지 않고 둘째, 트리밍을 하지 않으며 셋째, 칼라 휠터를 사용해서 인위적으로 색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죠. 사진을 혼자 공부하면서 그 중요성을 스스로 터득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어요.
Q. 베트남전에 참전한 경험이 있는데?
A. 태어나 한번 죽는 것 베트남 전투에서 장렬하게 싸워보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했고, 가난했던 시절, 대학 등록금과 동생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원한 이유도 있었죠. 타국에서 처음으로 겪어보는 전쟁은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풍경이었어요. 내가 살기 위해 적을 향해 M-16 소총의 방아쇠를 당겨야 했죠. 적의 총탄에 쓰러져 피 흘리는 전우를 부둥켜안고 통곡을 할 때는 조국이 더욱 그립고 나라가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어요. 적의 총탄에 다리가 잘려나간 전우는 오히려 “전사한 전우가 있는데 이깟 다리 하나 없으면 어떠냐.”고 할 때는 조국을 사랑한다는 게 무엇인지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되었지요.
Q. 비무장지대 전체를 한국인 최초로 렌즈에 담았는데?
A. 지난 1995년 육군사관학교 개교 50주년 작가로 선정되어 10개월 정도 육사 교정을 사진 작업 했어요. 그 당시 작업한 사진들이 ‘오래 머물고 싶은 화랑대’ 사진전과 함께 사진책으로도 출간되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죠. 이듬해인 1996년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이었던 김희상 장군께서 저를 육군본부로 초청을 하였어요. 그때 김 장군께서 “제가 4년 동안 육사를 다니면서 느낀 감정보다 더 아름답게 사진을 찍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하시며 “비무장지대는 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가 지나도록 접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전쟁의 잔해와 역사적 자료, 참상, 자연의 변화를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할 수 있을 환경이 뛰어날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곳을 사진 작업을 해볼 의향이 있는지”하고 물었어요. 가슴이 뛰어 당장 그 자리에서 무엇이라 답변을 드리기 어려웠지만 결국 그렇게 비무장지대 사진작가로 선정되어 1996~1998년까지 약 2년여 기간 동안 최전방 군부대에서 숙식을 하며 수색대원들의 경호 아래 휴전선 155마일 서쪽 끝 말도에서부터 동쪽 끝 해금강까지 2~3회 왕복을 하며 사진작업을 했어요.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죽음의 두려움보다는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길 빌고 또 빌었죠.
Q. 이때 작업한 사진으로 유엔본부에서 개인사진전도 개최했죠?
A. 네. 사람이나 동물이나 제일 소중한 것이 목숨이에요. 한국전쟁으로 나라가 풍전등화일 때 유엔에서 16개국이 직접 전투에 투입되어 수많은 유엔군이 목숨을 바쳐 이 나라를 구해주었잖아요. 저는 그 은혜를 한시라도 잊어본 적이 없고, 그래서 193개국이 상주해 있는 유엔본부에서 비무장지대 사진전을 함으로써 참전국에게 감사함을 전하고자 했어요. 또한 전쟁으로 폐허가 된 비무장지대가 생명이 꿈틀거리고 자연의 보고로 변했으며 그곳이 평화를 상징하는 땅으로 남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유엔에서 전시를 추진하게 된 것이에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님의 적극적인 관심으로 유엔 주재 120여 국의 대사들과 외교관들이 대거 참석하여 비무장지대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또한 유엔을 통해서 〈한국의 비무장지대, 평화와 생명을 찾아서〉 사진책을 193개국에 2권씩 증정하기도 했고요.
Q. 전시회 등으로 발생한 수익을 수차례 기부했는데?
A. 먼저 말씀드렸듯 이 나라를 구해준 참전국의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기 위해서에요. 그 먼 아프리카에서 한국전에 참전한 에디오피아의 수많은 어린이들이 말라리아로 죽어간다는 얘기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님께 듣고 지난해 전시 수익금 전액을 유니세프 총재에게 전달했죠.
Q. 비전과 향후 계획?
A. 북한쪽 비무장지대 사진작업을 하고 싶어요. 굶어 죽어가는 북한 어린이를 돕는 일에 참여하고 싶고요. 특히 비무장지대가 평화를 상징하는 곳으로 남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거대한 자연, 역사박물관으로 변한 그곳이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길 바라며, 북한이 변화를 해서 국제법을 준수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동참하여 이 땅에 영원한 평화가 정착되었으면 하고, 저도 그 일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이동훈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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