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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시민사회단체 해외연수(체코·독일) | 통일 향한 시민사회단체 역할, 실마리 찾다 2014년 1월호

2013 시민사회단체 해외연수(체코·독일) | 통일 향한 시민사회단체 역할, 실마리 찾다

실개천 사이로 분단된 '리틀 베를린' 뫼들라로이트(다리 건너편이 구동독지역)

실개천 사이로 분단된 ‘리틀 베를린’ 뫼들라로이트(다리 건너편이 구동독지역)

이번 통일독일 연수의 주제인 사회통합문제는 시기와 중요성, 거버넌스의 필요성 등 여러 측면에서 매우 적절한 주제였다. 남과 북의 분단이라는 한반도 현실은 그 자체로 현재와 미래 시점에서 사회통합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정부와 시민사회의 공동노력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연수의 성과 중 하나는 민간단체가 개별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다양한 기관을 방문해 독일의 생생한 경험을 청취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통일과 사회통합 문제에 대한 드레스덴지역의 경험이라든지, 국제정치적 측면에서통일에 대한 시각을 제공해준 독일연방 외교부 같은 기관은 이런 연수가 아니고서는 접근이 지극히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소중한 기회였다.

통일, 쉽지 않지만 도전해볼 만해

첫 방문 도시였던 드레스덴은 한 마디로, 통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을 희망의 청사진으로 바꾸어준 도시였다. 드레스덴시청 간부들과 의회 관계자들이 들려주는 통일의 경험은 쉽지 않지만 도전해볼 만한 통일의 그림을 보여주었다.

더욱이 드레스덴 지역의 경우, 통일 후 북녘의 지역개발을 위해서 우리가 어떠한 원칙을 세워야 할지를 경험으로 입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컸다. 특정 지역을 개발함에 있어 무조건 외부 시스템을 주입하기보다 해당지역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특성과 장점을 살리는 것이 개발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베를린은 독일의 수도답게 전체적인 통일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한스자이델재단을 통해서는 통일의 국면에서 연방의 각 개별 주가 어떠한 활동을 하였으며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특히 여기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재정조정제도’였다. 한국사회에서는 일명 통일세로 알려진 ‘연대세’의 징수와 그것의 쓰임에 대해 구체적인 경험을 듣는 것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우리 사회 또한 독일과 마찬가지로“어디에 살든 동일한 삶의 질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헌법정신 구현을 위해 통일 전후에 사회통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SED 독재청산재단에서 얻은 가장 큰 시사점은 통일 후의 분단시대 평가에 있어 과거보다는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통일 후에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될 분단시대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에서 미래를 살아갈 세대를 위해 법치적인 판단을 한 독일의 경험은 분단현실 속에 살고 있는 한국의 시민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잘못한 자를 벌주는 행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치유이고, 또한 후속세대를 위해 바뀌지 않을 원칙을 세우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독일연방 외교부 방문에서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통일을 국내적 관점, 개인사적 관점에서 벗어난 접근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독일과 한반도는 공히 통일에 있어 국제사회의 협력을 얻어내기 어려운 지정학적 위치와 경제사회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동의와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독일의 경험사례와 현재 한반도의 주변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시민사회단체가 각 단체별 미션에만 천착하지 않고 보다 넓은 시각으로 통일문제에 접근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라 생각한다.

독일 사회통합 방법은‘보이텔스바흐’합의

분단시절 동독의 감시탑 모형(앞)과 실제 감시탑(뒤)

분단시절 동독의 감시탑 모형(앞)과 실제 감시탑(뒤)

라이프치히의 현대사박물관, 슈타지박물관, 슈타지 문서보관소는 분단사에 접근하는 독일인의 자세와 시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독일인들은 현대사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이고 솔직히 접근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가장 주목된 점은 처벌보다 치유에 그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릇된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피해자에 대한 치유이다. 과거사에 대한 독일인의 관점은‘미래지향적 시각’이었다. 미래의 새 세대도 같은 원칙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명확한 법치주의를 확립한 부분이 특히 그렇다. 우리사회도 현재와 미래에 적용해봄직한 원칙이라고 본다.

마지막 일정인 뫼들라로이트와 그뤼네스반트 일정에서는 독일의 현재보다는 오히려 한반도의 현재를 마주할 수 있었다. 마을의 허리가 잘린 뫼들라로이트, 자연의 보고가 된 그뤼네스반트는 우리의 한반도, 우리의 DMZ 바로 그것이었다. 이러한 분단의 흔적을 모두 없애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현장으로 보전하거나, 그것이 가진 장점을 통일시대의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우리의 장기적인 통일 로드맵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사회에서는 통일준비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이번 연수의 목표였다. 독일사회에서 얻은 해결의 단초는 바로‘보이텔스바흐’합의였다. 시민들이 통일 등 사회 현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주고, 서로 다른 생각들이 충분히 토론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의견이 모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독일도 처음에는 이러한 과정이 매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러한 문화가 정착된 지금의 독일은 그 어느 사회보다 안정적이며 민주적이다. 향후 통일을 겪어야하는 우리 사회가 주의 깊게 살펴야할 부분이다.

이성숙 / 어린이어깨동무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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