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8월 1일

특집 | 통일준비위, 총체적 통일국론 모을 수 있어야 2014년 8월호

<편집자주>

한반도를 둘러싸고 치열한 외교전이 한창이다. ‘아시아로 복귀’하는 미국의 대외전략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일본은 오랜 숙원이었던 자력 의지로 전쟁 수행이 가능한 ‘보통국가화’를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고, 미국에 ‘신형대국관계’를 요구할 정도로 성장한 중국은 강력한 국방·경제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외교·안보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한국에 새로운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극동으로 동진하는 러시아와 여전히 핵을 포기하지 않은 채 고립의 길을 걷고 있는 북한이 빚어내는 새로운 경제적 밀월관계도 두드러지고 있다. 주변국의 복잡한 셈법이 이어지고, 북한도 이에 편승하여 정권과 체제생존을 도모하는 대내외 전략을 가다듬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 15일 평화통일 청사진을 체계적으로 준비해나가기 위한 목적으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실로 격랑의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국이 성공적인 평화통일을 준비하려면 향후 통일준비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특집 | 격랑의 동북아 통일준비위원회 역할은?
통일준비위, 총체적 통일국론 모을 수 있어야

Q최근 미·중·일·러 등 한반도 주변국의 움직임과 통일외교 환경변화를 어떻게 보는지?

김근식  최근 동북아 정세는 한마디로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국면이에요. 적도 우방도 없고 각자 자국의 이익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미국은 연방예산 자동삭감으로 국방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 일본의 우경화를 묵인하면서까지 집단적 자위권을 적극 지지하고 있어요. 중국은 미·일 일체화 상황에서 한국을 한·미·일 동맹구도에서 분리시키기 위해 북한과 냉랭한 관계를 감수하면서 한·중관계 강화에 힘을 쏟고 있고요. 한·중에 고립되고 있는 일본과 북한은 자연스럽게 납치자 재조사와 대북제재 해제를 교환하면서 북·일교섭을 적극 진행하고 있죠. 북·미협상이 교착되고 남북관계 경색 및 북·중관계가 소원한 국면에서 북한은 자신의 외교적 고립을 돌파하고 경제적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 북·일교섭과 더불어 북·러경협을 적극 증대시키고 있습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에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중국과 정치·군사적 협력을 확대하고 북한과도 적극 관계를 강화하고 있고요.

반면 ‘각자도생’의 동북아 정세에서 한국만 사실상 자신의 외교적 이익 극대화에 실패하고 있다고 봐요. 한·미관계도 답보상태, 한·일관계는 최악, 한·중관계가 좋아졌다고 하나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서 보듯 한국이 중국 쪽으로 다가가는 형국으로 해석되고 있는 가운데 실속 있는 중국의 전략적 양보는 못 받아내고 있거든요. 이런 국면에서 한국이 이익을 최대화하고 통일외교를 대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 이를 외교적 지렛대로 삼을 수 있어야죠.

김정봉  중국이 우리와 관계개선에 힘쓰는 것은 한국이 한·미동맹으로 미국의 맹방이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일본은 우리와 영토분쟁이 있는 나라지만 미국만이 영토문제와 이해관계가 없죠. 그러므로 통일외교의 핵심은 한반도 통일에 대해 미국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또한 통일한국이 중국에 적대적이지 않고 동북아의 공동번영에 이바지 할 것이라는 점을 중국에 설득해야 할 것이에요. 특히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은 현 주둔지 이상으로 북상해 중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해야 할 것입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전략적으로 유용한 존재가 아니라 부담이 되는 존재로 인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게 하려면 한·중·일 FTA를 체결한 후, 동북아 지역을 경제공동체로 묶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죠. 동북아 경제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이니셔티브는 한국만이 행사할 수 있거든요. 따라서 한국은 일본과의 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켜서는 안 됩니다. 한·일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센가쿠열도(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중·일관계 개선을 중재해 나갈 수 있어야 해요. 통일외교를 위해서는 일본 정부의 최근 행위가 바람직하지 않더라도 한·일관계가 개선되어야 중·일관계를 봉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는 확신, 이를 통해 중국은 동북아의 공동번영을 위해 핵무장을 하려는 북한 정권이 지구상에서 소멸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확신이 설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차문석  최근 한반도 주변국 동향을 보면 통일경계론보다는 오히려 분단불안론이 점차 강해지는 분위기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최근 수년에 걸쳐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요. 러시아 내에서는 최근 들어 한반도 통일이 자국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견해들이 자주 제기되고 있거든요. 미·중·일·러 등의 주변국들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토대로 각자의 국가 이익을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북핵문제와 미사일, 그리고 대남 도발위협과 한반도의 불안정은 그들의 이익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것입니다. 근본적인 해법은 한반도 통일밖에 없음을 주지시키고, 이에 대해 주변국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하도록 통일외교 전략을 수행해야 하죠. 나아가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있는 21세기의 한반도에서는 통일이야말로 다양한 모든 영역에서 국익을 대대적으로 신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확신시키는 방향으로 통일외교를 추진할 필요가 있죠.

Q.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온 통일·대북정책, 어떻게 평가하는지?

차문석  북한의 반응에만 근거해서 대북정책을 평가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어요. 한반도에 신뢰와 평화가 형성될 때까지 계속해서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실천의 문제죠. 박근혜 정부의 통일정책 구도에서 대북정책이 작동하는 첫 단계는 평화정착 문제로서 실질적인 평화와 군사적 대결의 완화에서 시작됩니다. 이것이 이루어지면 사실상 경제공동체 등의 작은 통일에서 제도적 통합까지 상정할 수 있는 큰 통일로 전환가능한 기틀이 마련되는 것으로 보고 있거든요. 실질적 평화란 북한의 핵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하고 남북 간의 정치·군사적 신뢰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어요. 책임있는 남북 당국자가 대화를 통해 평화와 상호존중의 정신을 실천하고 기존의 합의를 철저히 이행하는 모멘텀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김정봉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대남도발을 중지하는 등 신뢰를 보이면 북한 경제를 지원하겠다는 것이고, 드레스덴 선언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같은 전제조건 아래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민생인프라 구축, 남북 동질성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한 사과나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을 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보여요.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5·24 조치를 해제할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고, 일면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과 유사한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나타나고 있죠. 대북정책에 있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이 보이기는 하지만 북한이 도발을 지속하면 얻을 것 역시 아무 것도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 성과가 있어요. 최근 중국이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어, 우리의 대북정책도 유리한 입장에서 전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거든요.

북한의 핵무장 포기를 위한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에는 적극적으로 동참하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첫 단추를 꿰기 위해서는 5·24 조치를 해제해야 합니다. ‘북한의 사과 및 재발방지’ 문제는 물밑 접촉을 통해 북한에 퇴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고요. 5·24 조치의 해제 전에도 이를 유연하게 해석하여 인도적 지원이나 남북 동질성 회복을 위한 조치들을 할 필요가 있어요. 북한에 대한 의약품 지원이나 영유아와 산모를 위한 지원, 산림녹화 지원, 역사유적 공동발굴 등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북한 붕괴시 북한주민들이 중국의 손이 아니라 우리의 손을 잡을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김근식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드레스덴 선언은 그 내용만으로는 올바른 방향을 담고 있어요.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이에 화답하고 손을 맞잡아야만 신뢰프로세스도 진전되고 드레스덴 구상도 실천될 수 있다는 것이죠. 지금 북한의 공식입장은 거부로 나타나고 있거든요. 북한의 거부와 한국의 냉담함이 충돌하면서 남북관계는 돌파구 마련에 실패하고 있어요. 우선 신뢰프로세스는 북한이 먼저 신뢰를 보여야 우리가 손을 내미는 논리적 한계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이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고 받아야만 신뢰프로세스가 시작되는 구조라면 시작도 못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고 우리가 먼저 북한에게 신뢰를 보이고 이를 통해 상호신뢰가 형성되는 과정을 통해야 비로소 남북관계가 시작될 수 있어요. 드레스덴 선언에서 제시하고 있는 인도적 문제, 민생 인프라, 동질성 회복 역시 모두 기능주의적 접근으로서 화해협력의 남북관계 진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사안들이에요. 그러나 이것도 북한이 수용해야만 가동이 가능한 것이죠. 따라서 무엇보다도 남북대화가 시작되고 남북관계가 시동 걸릴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해요. 선언을 하고 구상을 밝히며 북한이 호응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돼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임할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언사와 행동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28일(현지시간)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공대를 방문, 교수와 학생 등을 대상으로 통일 프로세스를 밝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28일(현지시간)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공대를 방문, 교수와 학생 등을 대상으로 통일 프로세스를 밝히고 있다.

Q. 대남 특별제안과 함께 연이어 중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최근 북한의 움직임을 어떻게 해석해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략군 서부전선타격부대들의 전술로켓 발사훈련을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이 지난 7월 10일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략군 서부전선타격부대들의 전술로켓 발사훈련을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7월 10일 보도했다.

차문석  북한의 특별제안을 보면 마치 7·4 남북공동성명을 연상시키는 듯해요. 올해부터 중국도 일부 참가하고 있는 림팩(RIMPAC)훈련이 있는데, 북한은 이 훈련을 북한 침략작전으로 간주하고 반발했거든요. 북한은 현재 한편으로는 자신을 옥죄어 오는 주변정세 속에서 체제위기 의식이 고조되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격적인 방식으로 이러한 정세를 타파하고 현상을 변경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두 가지 상이한 행동을 유발하는데, 하나는 7·4 남북공동성명의 향수를 내비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공세적 기세를 보여주는 것이죠. 특별제안 이후 7월에 이어진 북한의 방사포와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바로 그러한 공세적 무력시위라고 할 수 있어요.

북한의 두 가지 행동에 대해서 우리 정부는 한반도의 ‘실질적 평화와 대결 완화’라는 원칙에 의거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어요. 북한의 행동 이유에 대해 숙지한다는 전제 위에 남북 간 합의된 평화원칙과 기조에 대해선 강조하고 지켜가되, 이를 위반하는 도발적 행동에 대해서는 원칙에 준해 강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죠. 원칙은 받고 도발은 막아야 합니다. ‘신뢰’는 원칙을 지키는 것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중적이고 양면적인 북한의 공세에 무원칙하게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당장은 북한이 반발하고, 국내에선 신뢰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비판 여론도 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북한도 이러한 원칙에 적응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신뢰프로세스가 작동할 수 있는 토대가 서서히 만들어 질 수 있다고 봅니다.

김근식  최근 북한의 대남전략은 화전양면이라는 양상을 띠고 있지만 속내는 자신이 제의하고 있는 정치·군사 회담에 남한이 화답하라는 것입니다. 미사일 발사와 방사포 사격 그리고 도상훈련과 서해안 긴장 유지 등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고조를 과시하는 것이죠. 한반도가 여전히 정전상태에 있고 언제라도 군사적 충돌과 국지전이 발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군사적 무력시위는 결국 자신의 국방위원회 제안에 남측이 적극 화답하라는 대남 압박의 성격인 것이에요. 이미 북한은 지난 1월 16일에도 국방위원회 중대제안을 통해 정치·군사적 사안에 대한 남북대화를 요구했고 최근 6월 30일에도 국방위원회 특별제안으로 비슷한 대화제의를 하고 있어요. 일단 대화는 성사시켜서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고, 협상과정에서 우리의 의도대로 이끌어가고 공세를 배제한 채 평화를 이끌어내면 돼요. 우리가 제안한 기능주의적 접근, 즉 사회·경제적 협력 이슈와 북한이 제안하고 있는 정치·군사적 이슈를 동시에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면 될 것으로 생각해요.

김정봉  전형적인 화전양면 전술이죠. 언제 어떤 장소에서도 우리 국군의 방어망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미사일 발사 능력을 과시하여 국내의 대북관계 개선 여론을 불러 일으킴으로써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저의입니다. 다른 하나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대규모로 소위 ‘미녀 응원단’을 파견하여, 북한에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입니다. ‘영향공작’ 차원에서 ‘뚱뚱하고 괴팍한 데다 고모부도 총살시키는 김정은’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자유분방하면서도 절도 있는 모습을 연출하는 북한 미녀들’을 통해 긍정적 이미지로 바꾸려는 시도도 있는 것이죠.

Q. 인천 아시안게임의 북한 응원단과 관련, 남북이 실무접촉을 진행하고 있는데?

북한 여성들로 구성된 제16회 아시아 육상선수권대회 북한 응원단이 2005년 8월 31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북한 여성들로 구성된 제16회 아시아 육상선수권대회 북한 응원단이 2005년 8월 31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김정봉  정부는 북한의 저의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국제적 체육대회에 참가하는 게 주목적이 아니라, 남한 사회에 남남갈등을 일으키고 북한에 대한 동경심을 일으키는 것이 주목적임을 직시해야죠. 이번 북한 응원단과 선수단의 대회 참가문제는 국제적 관례에 따른다고 하는 기존의 원칙을 견지할 필요가 있어요. 다만 북한이 대남 선전선동 차원이 아니라 ‘절실한 금전적 궁핍함’을 이유로 응원단의 체류경비의 일부를 우리 측이 부담해 줄 것을 간청할 경우에는 ‘이미 북한이 밝힌 선수단 규모와 최소한의 응원단’에 대해 지원할 의사가 있음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김근식  최근 아시안게임 실무접촉 결렬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안타까워요. 정식으로 게임에 참가하는 정식 회원국에게 대형 국기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은 과잉 우려일 수 있고요. 응원단 경비를 줘서는 안 된다는 측의 여론압박에 밀려 첫 회담부터 자존심을 건드린 것도 협상에 미숙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요. “미녀 응원단에 홀려 대남 통일전선에 놀아날 것”이라는 일부 진영의 우려와 문제제기는 사실 우리 사회의 자신감을 잃은 근시안적 태도에요.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에서 북한이 먼저 대규모 응원단을 보낸다고 하면 이를 관계개선의 계기로 만들어야 하는 게 당연해요. 자신감을 갖고 대범하고 여유롭게 아시안게임 북한 참가를 남북화해와 관계개선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적극적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차문석  인천 아시안게임에 북한이 응원단을 파견하는 것에 대해서 지나치게 남북관계의 특수성 측면에 신경을 쓰다보면 세상의 상식을 놓치게 되죠. 이는 우리에게 매우 불리한 정세를 만드는 빌미가 될 수 있어요. 물론 북한의 응원단 파견 의도가 다른 데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의도가 어떻든 아시안게임 국면에서 북한을 잘 맞이하는 것은 우리에게 유리한 정세를 제공할 수 있어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세 차례나 북측 응원단이 한국에 왔던 경험을 살린다면, 향후 남북관계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봐요. 아시안게임의 실무접촉에서나 그 해법을 논하는 테이블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계기창출의 기회로 이용할 필요가 있죠. 엄연히 남북대화잖아요. 보다 더 북한을 수용할 필요가 있어요.

지난 2012년 6월 19일 속초 영랑호변에서 개최된 ‘제7회 속초양양 새싹들의 나라사랑체험 걷기대회’에 참가한 속초·양양지역 유치원생들이 자신이 직접 쓴 북한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 2012년 6월 19일 속초 영랑호변에서 개최된 ‘제7회 속초양양 새싹들의 나라사랑체험 걷기대회’에 참가한 속초·양양지역 유치원생들이 자신이 직접 쓴 북한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살펴보고 있다.

Q. 통일준비위원회가 출범, 본격적으로 가동되는데?

차문석  통일준비위원회 출범은 제도적 차원을 떠나 현 정부가 통일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는 ‘통일의지의 표출’이에요. 구성 역시 이른바 국가와 사회, 진보와 보수 등의 차원에서 균형 잡힌 기구로 출범하였다고 봐요.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의의는 국가기구인 통일부와 청와대의 주도가 아니라 사회 각계 각층의 위원들이 통일문제를 고민하는 테이블에 참여함으로써 적어도 통일문제에서는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형식이 만들어졌다는 점이죠. 게다가 그간 통일문제, 남북관계, 대북정책 등에서 남남갈등의 현상을 보여 왔는데, 통일문제에 대한 사회적 여론과 분위기가 조직적으로 접합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짐으로써 국민적 합의를 창출할 수 있는 형식이 구축되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의의를 살린다면 통일준비위원회 구조 속에서 통일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해법들을 사회적으로 풍부하게 제시할 수 있을 것이에요.

반대로 현재 국가와 사회에 통일과 관련된 다양한 주체와 기구가 존재하고 있고 게다가 다양한 지향의 목소리들도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준비위원회가 또 하나의 기구, 또 하나의 목소리로 단순히 전락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해요. 문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통일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 ‘통일업무’를 주도적으로 실천하는 국가기구와 교통정리를 잘 해나가야 할 것이고, 서로의 기능들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명확하게 조합되고 협력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정봉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 명단에는 오랜 세월 통일문제를 연구해온 학자를 비롯하여 대북사업에 매진해온 민간단체 대표, 탈북자, 대북 실무전문가 등이 망라되어 대체로 무난한 인선이라고 판단해요. 특히 진보 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할 만한 김대중 및 노무현 정부 시절 정부 인사들도 포함되어 있어 국론을 총체적으로 집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돼요. 통일준비위원회는 통일준비를 위한 민간 연구기관 및 연구자들의 연구결과를 수렴하고 정부와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통일과 관련한 국론을 총체적으로 집약해야 할 것입니다. 이 기관의 역할이 활성화된다면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로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의 견해를 망라할 수 있는 국민 모두의 지지와 성원을 받을 수 있는 통일방안과 구체적 통일 로드맵이 완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요. 통일준비위원회가 각계 각층의 의견을 듣는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최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나 통일부와 역할이 중첩된다는 비판이 있으나, 3개 기관이 각 기관의 고유 업무에 충실하다면 역할 중첩은 없을 것으로 봐요. 통일부는 통일준비위원회에서 합의에 도달한 정책을 추진하는 기구이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이러한 정책방향을 국민들에게 전파하고 국민적 동의와 동참을 요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면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해 3개 기구가 시너지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김근식  ‘통일대박론’에 이어 본격적인 범정부 차원의 민관협력 통일준비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요. 그러나 대통령이 통일준비위원회 구성을 밝혔을 때 야당 쪽에서 서로 협의하자고 했음에도 공식협의나 추천과정 없이 청와대가 야당몫을 배려하는 형태로 선정하고 구성한 것은 향후 국민적 합의도출에 장애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야당과의 적극적인 협의와 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제의받고도 고사한 경우가 있거든요. 통일준비위원회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보다 유연하고 적극적이고 다양한 의견을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는 역할을 하길 기대해요. 통일부가 직접 제의하지 못할 5·24 조치 해제나 대북 인도지원 등을 민간이 포함된 통일준비위원회에서 대통령께 직접 건의해 통일준비의 최우선 과제인 남북관계 개선에 힘을 기울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통일준비위원회 출범은 제도적 차원을 떠나 현 정부가 통일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는 ‘통일의지의 표출’이에요. 구성 역시 균형 잡힌 기구로 출범하였다고 봐요.”

“통일준비위원회는 통일준비를 위한 민간 연구기관 및 연구자들의 연구결과를 수렴하고 정부와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통일과 관련한 국론을 총체적으로 집약해야 할 것입니다.”

“통일준비위원회는 통일부가 직접 제의하지 못할 5·24 조치 해제나 대북 인도지원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보다 유연하고 적극적이고 다양한 의견을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는 역할을 하길 기대해요.”

김근식 / 경남대 정외과 교수
김정봉 / 한중대 석좌교수
차문석 / 통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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