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8월 1일 0

DMZ, 평화가 숨 쉰다 | 둠벙을 둘러싼 비밀에 대한 기록 2014년 8월호

DMZ, 평화가 숨 쉰다 10 | 둠벙을 둘러싼 비밀에 대한 기록

TS_201408_64 서부 민통선에서는 논농사를 둠벙에 의존해서 짓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관계수로를 갖지 못한 탓에 잘 유지되고 보존된 전통농법은 현재에 와서 오히려 생태계에 많은 의미를 제공하고 있다. ‘둠벙’을 발음해보면 약간의 둔탁함과 중저음의 단어에서 느껴지는 묘한 안정감이 있다. 둠벙은 발음처럼 다양한 생물군의 생태계를 안정시키는 그런 형상을 갖고 있다. 더욱이 둠벙은 최근에 와서 생태복원의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둠벙, 생태복원 키워드 … 서식 종도 더 많아

필자의 고향은 충청도인데 그곳에서는 논에 있는 작은 연못인 둠벙을 방죽이라고 불렀다. 물웅덩이로부터 못, 연못, 늪, 소류지를 비롯한 작은 저수지까지 소규모의 고인 물을 총칭하는 둠벙은 가뭄에 대비해서 인공적으로 논에 만든 물웅덩이지만 물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수서생물들의 서식공간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최근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며 알게 되었다. 서부 민통선에는 약 135개의 둠벙이 있다. 논농사 지역의 약 89%가 둠벙에 의존하여 농사를 짓고 있을 정도로 아직은 천수답이 많다. 올해 가뭄을 다룬 뉴스의 중심에 파주가 있었지만, DMZ 생태비밀의 코드가 바로 이 둠벙인 것은 우리 연구소가 알아낸 성과이다.

둠벙은 논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단순한 목적으로 조성된 인공연못이지만 다양한 수서생물의 서식지를 제공뿐만 아니라 부유물질, 질소, 인 등을 제거하는 수질정화 기능도 탁월하다. 둠벙이 있는 논은 둠벙이 없는 논보다 서식 종이 35~47% 정도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둠벙의 형태에 따라서 서식하고 있는 생물군들의 미묘한 차이를 발견했다.

우리는 둠벙의 유형을 분류했다. 첫째, 괸물 둠벙이다. 민간인 통제구역 내에서 괸물형 둠벙은 17.6%로 그 수가 많지 않으나 샘통형 둠벙이 없는 곳에 빗물을 받아 모아두는 인공적인 장소이다. 수원은 주로 강우로 인한 지표수이다. 계절에 따라 수위변화가 심하고, 논과의 관계는 범람형 또는 고립형이다.

두 번째로 관심을 갖고 보아야 할 둠벙이 바로 샘통형 둠벙이다. 샘통형 둠벙의 형성은 지하수위가 높아서 물이 연중 솟아올라 자체의 수환경을 유지한다. 샘통형 둠벙은 고립형이며, 수원은 지하수, 산지 또는 계곡에 위치하고, 계절적으로 수위의 변동이 적다. 모내기를 위해 물을 퍼내도 수위가 빠르게 회복된다. 조사지역 내 둠벙의 27.1%에 해당하며 식충식물인 통발이 반드시 산다.

셋째로 물흐름 둠벙은 일반적으로 논 가운데 혹은 가장자리에 물이 쉽게 빠지지 않는 논에서 물을 유도하기 위해 파놓은 수로 형태의 둠벙으로 논의 생태환경과 거의 유사하다. 또는 항상 물이 흐르는 수로와 연결된 둠벙이다. 논의 수위에 따라 자연스럽게 논으로 물이 유입되거나 논의 물이 둠벙으로 들어오는 순환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조사지역 내 둠벙 중 12.9%에 해당하며 이곳은 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한 핫 포인트다.

마지막으로 괸물 샘통형 둠벙은 42.4%로 연구지에 존재하는 둠벙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하수위가 상대적으로 낮아서 봄철 모내기 때 물을 퍼내고 나면 한동안 수위가 낮은 상태로 있으며, 비가 올 때 주변에서 물이 들어와 일정 수위를 유지하는 형태를 띤다. 물이 있을 때 발생하는 생물군과 물이 적어지면서 발생하는 생물군, 수위변동이 심해서 발생하는 생물군들은 차이를 보인다. 왜냐하면 생물들은 자신이 살기 적합한 최적의 조건을 찾아내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둠벙 메워 평화공원 상징물 건립? … 불안감 몰려와

이런 둠벙은 창포, 쥐방울덩굴, 가시오가피, 물질경이, 긴흑삼능, 통발, 큰자실잠자리, 물방개, 왕등줄실잠자리, 물동구리, 멸종위기2급인 꼬마잠자리, 금개구리, 대모잠자리 등 그야말로 생태적으로 가치 있는 식물, 곤충, 양서 파충류, 어류 등이 서식하는 소생태계이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스스로 순환하고 안정을 되찾는다.

둠벙의 연구 측면으로는 수문학적인 차이에 의해 생물 군집들이 변한다. 복원적 측면으로는 멸종위기 종 또는 희귀 수서생물의 서식처 조성에 필요한 중요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둠벙이 메워져 인삼밭으로 변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오는 10월 6~17일 강원도 평창에서 ‘생물다양성협약(CBD) 제12차 당사국총회’가 열린다. 주 의제는 생태계복원력을 돕기 위한 내용이다. 늘 그랬듯이 겉포장이 요란할수록 속 깊은 곳에서의 생태적 파괴가 심화된 경험이 있다. 람사르습지회의 이후 4대강 사업이 진행된 것처럼, 이번 회의 다음 혹시라도 습지와 둠벙을 메우고 평화공원을 상징하는 조각물을 세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둠벙의 연구 측면으로는 수문학적인 차이에 의해 생물 군집들이 변한다. 복원적 측면으로는 멸종위기 종 또는 희귀 수서생물의 서식처 조성에 필요한 중요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둠벙이 메워져 인삼밭으로 변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김승호 / DMZ생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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