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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평양의 신데렐라 리설주 … 불편한 주민들의 속내 2014년 8월호

독자기고 | 평양의 신데렐라 리설주 … 불편한 주민들의 속내

OR_201408_74 어느 예술단이나 브랜드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배우들이 있는데 보천보전자악단 하면 전혜영, 김광숙, 왕재산경음악단은 염청, 은하수관현악단은 황은미, 리향숙, 서은향이다. 2010년까지도 주민들은 은하수관현악단의 리설주란 이름을 잘 모르고 있었다. 리설주는 주요배우가 아니고 그저 중창 열에 끼어있을 뿐이었다. “샛별장군께서 은하수관현악단 황은미 노래를 그렇게 좋아하신다누만.”, “은하수관현악단에 좋아하는 여자가 있대.”, “그럼 은하수악단 배우하고 결혼하겠네.” 젊은 후계자가 결혼은 할 것이니 과연 어떤 여자가 간택될지 주민들에겐 굉장한 관심사였다. 아무튼 은하수관현악단의 여배우를 좋아하는 것만은 틀림없는데 그 중 인물도 제일 예쁘고 이름이 잘 알려져 있는 황은미로 잘못 알려진 것이 아닌가 싶다.

북한남성 최고 이상형 … 1년 후 영부인으로 깜짝 등장

악단 동기들에 의하면 리설주는 독창 할 실력은 안 되었으나 어느날부터 호위성원이 따라다니고 독창을 하길래 인물이 괜찮으니 아마 해외 공작원으로 파견되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던 리설주가 갑자기 없어지더니 1년 후 김정은의 부인으로 공식 등장해 모두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옛날 조선역사를 보면 노래 부르고 춤추는 여자는 뭐라고 해요? 기생이라고 해요. 운이 좋아서 김정은한테 시집갔죠.” 북한주민들이 주고받는 말이다. 북한은 아직까지 유교적 관념이 지배적이어서 여자는 몸가짐이나 차림새가 정숙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대적이다. 여자들이 지나치게 눈에 띄게 입고 다니면 바람둥이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다.

왜냐하면 북한주민들은 일반적으로 단체복장이나 다름없는 스타일의 옷을 입고 다니기 때문에 튀는 옷차림에 대해서는 여자의 행실과 연결시켜 본다. 남한은 마른 여자를 선호하지만, 북한에는 뚱뚱한 사람이 거의 없고 삐쩍 말라있으니 살집이 좋고 얼굴도 둥실둥실한 형을 선호하는데 리설주는 북한남성들에게 최고의 이상형이다. 문제는 리설주를 영부인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일반 날라리 여자로 본다는 것이다.

북한주민들의 몸은 개인의 몸이 아니라 조직의 몸이어서 투명인간으로 살아야 하지만 옷차림과 화장, 머리칼 오리에까지 국가권력이 개입되어 있다. 특히 여성들에 한해서는 더하다. 김일성 집권 때부터 “조선여성은 소박하고, 순수하고, 단정한 여성이다. 진한 화장에 사치한 옷차림, 남자와 팔짱을 끼고 다니는 것은 썩어빠진 자본주의 날라리문화이다.”라는 말은 수십 차례 주민들에게 전달되었다. 시대가 바뀌어 지금 젊은이들이 중국, 한류문화 열풍에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이지만 노골적으로 팔짱을 끼고 다니는 모습은 보기 드물다. 남녀가 손잡고 다니는 것도 바람둥이로 보는 시선 때문에 굉장히 주위를 의식한다.

1970년대부터 평양 여성들은 추운 겨울에도 무조건 치마를 입고 다녀야 했다. 지방여성들도 치마를 입고 다니라고 통제를 수십년간 번복하다가 대대적으로 방침이 시행된 것은 2006~2008년 사이이다. 겨울에는 추운 날씨 탓에 바지를 입는 것이 용인되지만 4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는 무조건 치마를 입어야 하고 행사장에서는 계절에 관계없이 치마를 착용해야 한다. 뺑대바지(꽉 낀 바지)를 입고 다니다가 규찰대가 가위로 바지를 잘라버리는 사례도 빈번히 있었다. 자기 덩치만한 장사배낭을 메고 칭칭 감기는 치마 밑에서 다리를 움직이기란 여간 불편하지 않은데 치마를 안 입으면 시장에 들어갈 수가 없다.

‘김정숙·김성애’ 기존 이미지 깬 파격행보 보여

여자를 천시하는 가부장제와 국가적 통제 속에서 여성들은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봉건적 사슬에 얽매어 옷차림과 몸치장마저 구속당하였다. 가족의 생계를 연약한 두 어깨에 짊어지고 우악스럽게 장사배낭을 메고 다니는 억센 여인네들은 여자이기 전에 생존을 위한 전초선에 앞장 선 가족전사였다. 가족의 끼니마련을 위해 하루 종일 시장에 나가 땡볕에 그을리며 장사를 하는 속에서도 곱게 꾸미고 차려입고, 여자이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간직되어 있었다. 어제까지 우리와 다를 바 없이 평범한 인생이었던 리설주가 하룻밤새 신데렐라로 급부상하여 여자로서의 모든 꿈을 마음대로 호사하며 주민들 시야에 아른거리는 모습이란 일종의 약 올리는 듯한 묘한 기분이다.

리설주는 시할아버지, 시아버지의 교시를 부정하고 금기시되었던 북한의 룰을 깨버렸다. 무릎 위를 올라오는 짧은 치마에, 망사 천으로 만든 옷과 바지, 거기에 남편의 팔짱까지 끼고 나오는 과감하고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공식석상에 나타난 리설주는 김일성 배지마저 달지 않고 있었으니 어쩜 김정은에 대한 리설주의 영향력을 대변하는 것이라 하겠다. “팔짱끼고 다니는 건 자본주의 날라리문화라더니.”, “난 저번에 망사 옷을 입고 나갔다가 단속이 됐는데 리설주는 입고 나왔네.” 백성들에게 하지 말라던 일을 버젓이 행하고 있다.

지금껏 북한주민들 속에 자리잡은 영부인의 모습은 수수한 옷에 현숙한 가짐새를 갖춘 김정숙이나, 김성애의 모습이다. 1982년 경 루마니아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대통령 방문 당시 김성애가 <노동신문>에 마지막으로 등장했는데, 김성애는 늘 수수한 정장이나 한복차림새였다. 김정일의 여인인 고영희도 검소한 옷차림을 하고 현지지도를 따라 다녔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명품백을 옆구리에 낀 리설주의 모습은 일국의 국모가 아닌 날라리 여자로 북한주민들에게 거부감과 반발을 불러왔으며 이는 분노로 이어져 온갖 억측과 낭설을 낳았다. 리설주 염문설은 실제로 2012년 리설주가 공개석상에 등장해서부터 북한주민들 사이에 돌았으며 2013년 9월 은하수관현악단 성추문설과 함께 남한으로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이 주민생활 안정과 향상에 힘을 기울이고 유복한 생활을 마련해줬다면 리설주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각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리설주에 대한 험담은 백성들의 굶주림과 고통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들의 부귀만을 위해 살아온 김씨 일가에 대한 분노와 항변이었으며 영도자의 자질을 갖추기엔 거리가 먼 김정은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무언의 반항이기도 하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그림자까지 감시통제되는 사회 속에서 영도자에 대한 발언을 함부로 할 수 없었던 북한주민들이 한치의 혀놀림으로 리설주를 비난하고 있다. 이것은 김정은이 주민들 속에서 확실한 권위를 가지지 못했다는 증거이며, 잠자는 것 같던 북한주민들의 의식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명품백을 옆구리에 낀 리설주의 모습은 일국의 국모가 아닌 날라리 여자로 북한주민들에게 거부감과 반발을 불러왔으며 이는 분노로 이어져 온갖 억측과 낭설을 낳았다. … 김정은이 주민생활 안정과 향상에 힘을 기울이고 유복한 생활을 마련해줬다면 리설주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각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김은별 / 평안남도 출신 북한이탈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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