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중계 | “독일통일, 주변국 협력으로 완성된 외교의 힘” 2014년 12월호
세미나중계 | 2014 한·독포럼
“독일통일, 주변국 협력으로 완성된 외교의 힘”
통일독일 25주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독일은 민족의 통합에 이어 다른 유럽 국가들과 더 큰 유럽통합을 이루며 명실공이 세계 강대국의 반열에 올랐다. 지금의 결과는 독일통일에 대한 열강들의 우려를 외교의 힘으로 극복해내고 이룩한 것이기에 더욱 값지게 평가된다. 이는 열강들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정학을 감안할 때 향후 우리의 통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평화문제연구소는 독일 한스자이델재단과 협력하여 한반도 통일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논의 ‘한·독포럼’을 26년째 이어오고 있다. 올해 한·독포럼은 ‘한반도 통일과 주변국의 협력 : 동서독 통일을 사례로’의 대주제로 지난 11월 19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는 서병철 전 통일연구원장의 사회로 데이비드 맥앨리스터 유럽의회 의원, 플로리안 한 독일연방 국회의원, 베르틸 벤거 독일 기독교민주당 국제관계국장, 이완영 새누리당 국회의원, 박광작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함께 통일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는 자유로운 형식으로 진행됐다.
독일의 유럽 아닌 유럽 안의 독일 지향
포럼에 앞서 신진 평화문제연구소장은 “한국의 아시아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독일과 유럽의회 의원들이 새 비전을 줄 것을 기대한다. 독일통일의 주요 기제가 되었던 콜 총리의 외교적 고민과 성과, 그리고 독일이 어떻게 주변 강대국을 설득하고 협조를 얻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바란다.”는 개회사로 행사를 시작했다. 이어 베른하르트 젤리거 한스자이델재단 서울사무소 대표는 “수십년 동안 있었던 독일의 외교문제가 ‘2+4’ 프로세스를 통해 해결된 것은 콜 정부의 뛰어난 외교적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독일이 주변국과 겪은 갈등과 이를 위한 해소 노력이 주변국과의 협력을 도모하는 한국에도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사를 통해 밝혔다. 박찬봉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평화문제연구소와 한스자이델재단이 통일문제와 관련한 한·독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민간차원에서 주도해오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며 “독일의 역할이 한국의 통일로 연결시키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만큼 이 자리에서한·독 양국의 미래를 더 준비해나가는 기반을 쌓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축사에서 말했다.
본 회의에서 먼저 데이비드 맥앨리스터 유럽의회 의원이 첫 발제자로 나섰다. 다음은 데이비드 의원의 발표를 요약한 것이다. 서독이 모든 전승국에 통일 승인을 받기 위한 정치적 전제들이 있었다. 서방친화적 정책, 나토의 결속을 다지는 것, 폴란드 서부국경(독일 동쪽 국경)의 인정 외에도 소련군 철수에 대한 대가 150억 마르크가 있었다. 헬무트 콜 총리는 초인적 힘을 발휘하여 이러한 조건들을 극복하였고, 뛰어난 외교역량을 보였다. 결국 미국에 이어 프랑스도 독일통일에 찬성했다. 프랑스의 승인 이유는 유럽통합과 공동화폐에 대한 콜 총리의 약속 때문인 것 같다. 영국은 통일이 국가 간 힘의 균형을 깰 수 있다고 생각해 까다로운 입장을 보였지만, 대세를 인정했다. 또한 무혈진압이 일어나지 않게 한 소련, 고르바초프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우리는 독일의 유럽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 안의 독일을 원한다. 25년 전 우리가 누렸던 행운을 언젠가 한국도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에 대해 독일은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다음은 플로리아 한 독일연방 기독교사회당(CSU) 국회의원의 발표가 있었다. 1940년대 초반에 독일에는 2가지의 체제 경쟁이 있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서독 체제에 무게가 실리게 되었고, 경제적으로 동구권이 붕괴 직전에 있던 데에다 정치적으로도 고르바초프가 개혁을 했기 때문에 서구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었다. 당시 다른 동구권 국가들의 개혁이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은 우리가 계속 통일을 지향해야 하는지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긴 시간을 거쳐 통일에 합의했다. 한 가지 덧붙여 당시 교회의 역할이 컸다. 많은 동독인이 교회에서 정치적 토론회나 모임을 통해 자유를 꿈꾸고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을 그릴 수 있도록 이를 지원하고 장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어 베르틸 벤거 독일 기독교민주당(CDU) 국제관계국장이 의견을 밝혔다. 미국은 콜 총리가 발표한 통일로 가는 10개항에 환영하는 입장이었다. 여기에는 독일의 자결권, 나토 체제로의 편입, 헬싱키 프로세스의 가속화 등이 포함됐다. 미국은 독일통일의 외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독일의 자결권을 보장하여 ‘2+4’ 회담에서 동서독이 먼저 이야기 하고 차후 전승국이 참가하는 형식을 표방했다. 헬무트 콜 총리는 같은 해 2월 부시 대통령을 만나 독일통일에서 쉽지 않은 문제인 국경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눴는데 차후 논의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게 했다.
“한국 경제협력에 비해 외교관계 노력 부족해”
이날 포럼에 참가한 플로리안 슈프너 전 한·독상공회의소 회장은 “독일의 주변국과의 외교관계에 비해 한국은 이런 노력이 좀 부족한 것 같다. 특별한 체제 속에서 이러한 대화가 지속되거나 이웃국가 간의 우호관계가 구축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중국, 일본하고 경제협력은 잘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특정한 체제 속에서 외교협력, 대화의 장이 마련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은 것 같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어 한국 측에서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통일한국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통일이 되면 유라시아 통합, 세계통합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통일비용만 이야기 하고 그보다 많은 분단비용은 이야기 안 한다. 우리 국민들의 통일 의지도 매우 취약하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생산유발액, 부가가치 산출, 일자리 등을 생각해보면 통일한국은 부강한 나라가 된다. 통일 이후에는 AA+로 신용등급도 올라가고, 최대 1경원 상당의 북한 지하자원도 고려할 수 있다. 현재 15국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들어오는데 ‘왜 북한 근로자들을 데려오지 못하나’ 의문을 갖게 된다. 우리의 자본과 기술이 북한의 저렴한 인건비, 훌륭한 노동력이 합쳐진다면 통일의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 즉 비용보다 투자라는 개념으로 바꿔가야 한다. 영토적인 부분도 통일이 되면 유라시아가 하나로 되어 후손들은 대륙으로의 희망이 넓어지리라 확신한다. 우리는 통일의 실천과 의지를 강조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경제대국 10위권으로 스스로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역량과 힘이 있다. 소득 100달러가 안되던 그 시기가 아니다. 우리 스스로 통일하려는 움직임이 있은 후, 미·중·일·러 주변국가에 대한민국 통일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음을 심어주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박광작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발언했다. 독일은 전통적인 외교국가라 할 수 있다. 비스마르크, 슈트레제만, 아데나 , 키신저, 브란트 등 독일에서 외무를 모르는 정치인, 총리는 거의 없다. 한편 ‘2+4’와 같은 외교적 합의를 비롯해 소련군을 철군시키기 위해 상당한 금액을 지불한 경제적 합의도 있었다. 독일통일 당시 독일 총 수출액이 3,409억 달러, 국제수지 흑자가 750억 달러였다. 당시 우리나라 총 수출액은 614억 달러로 독일의 무역흑자액이 한국의 총 수출액을 넘는 수준이었다. 그 정도로 강한 힘을 가졌기에 독일은 경제적 지렛대를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독일모형을 쓸 수 없다. 독일이 했던 역할을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독일만큼의 경제적 바탕을 이루지 못한 채 독일을 흉내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경제에 대한 관점을 우선해서 통일정책과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왜 북한 근로자 데려오지 못하나?”
이날 포럼에 참여한 중앙대 북한개발협력학과 이구 씨는 “동서독은 갈등 속에서 내적통합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펼쳐왔는지, 통일 이후 남북은 어떤 방법으로 해소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제언을 부탁했다. 이에 대해 플로리안 한 의원은 “통일 이후 모든 것이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물론 우리가 극복해야 할 도전과제들이 분명 있다. 언젠가는 동질화가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했고 통합을 위해 동독으로 많은 예산이 들어간 것도 사실이다. 아직은 동서독 차이만이 아니라 신연방주(구 동독지역) 안에서도 주 간의 차이가 커 연금 등 일정 부분에 있어서는 동서 간의 차이가 완전히 통합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통합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회통합이다. 하지만 그 차이는 시간이 지나며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답변을 전해 남북 통일 후 사회통합에 대한 희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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