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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맛지도 | 잘박한 국물과 구수한 맛 ‘명태두부지지개’ 2014년 12월호

북한 맛지도 28 | 잘박한 국물과 구수한 맛 ‘명태두부지지개’

 ‘맛 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는 명태’라는 말이 전해질 만큼 명태는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생선이다. 조선 중엽 함경북도 명천군에 살던 태모 씨가 잡았다고 하여 명태라 이름 붙여졌다는 말이 전해진다. 고단백, 저칼로리에 필수 아미노산과 인, 칼륨 등의 미네랄이 풍부하며 담백하고 시원한 맛을 낸다.

명태는 버릴 게 없는 알뜰한 생선으로 살로는 국과 찌개를 끓이거나 전을 부치고, 내장으로는 창란젓을, 알로는 명란젓을 만든다. 또 대가리로는 육수를 내고, 껍질은 무치거나 튀겨 먹는다. 변신의 귀재로 손질하고 말리는 방법에 따라 불리는 이름도 천차만별이다. 생물은 생태, 얼린 것은 동태, 말린 것은 건태(북어)이다. 시래기나 과메기처럼 덕장에 걸어 한파에 얼리며 말린 것이 황태이고, 어린 명태를 노가리라고 부른다.

명태는 예로부터 관혼상제를 비롯한 집안과 마을의 대소사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생선이었다. 언제 어디서 누구나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으니 명태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어류도 없을 듯하다. 명태는 알이 꽉 차고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겨울철에 가장 맛있다. 간을 보호하고 피로를 풀어주는 영양소가 듬뿍 담긴 명태로 추운 겨울 식탁을 풍성하게 채워보면 어떨까.

명태, 단백질과 미네랄 풍부한 겨울철 영양보고

이번에 소개할 음식은 명태두부지지개로 북한주민들이 쉽게 먹을 수 있었던 일상 음식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북한에 시장이 생기고 장사가 성행하면서부터 일부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이다. 한때 북한에서는 명태가 워낙 많이 잡혀서 명태를 저렴하게 집집마다 나누어주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당시 북한에서는 시집 못 간 처녀들이 많다는 말을 ‘명태 눈보다 흔하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때 정말 흔했던 음식은 명태를 소금에 절인 ‘절인 명태찜’이다. 도시락 반찬의 대부분을 절인 명태로 만든 반찬들이었다. 대부분의 집에서는 국가에서 나누어준 절인 명태를 넣어둔 단지들이 있었고, 잘못 보관하면 구더기가 생겨 고생하기도 했다. 냉장고가 없었던 북한에서 명태를 나누어주면 말리거나 염장을 해서 보관하는 것이 보편적인 보관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명태철에 도시의 아파트들에서도 아파트 베란다나 창문에 명태를 걸어 말리는 모습이 흔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요즘 북한에서 명태는 함부로 먹을 수 없는 금태이기도 하다. 중국 조선족들이 북어를 많이 사가고 있어 명태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더욱이 고깃배가 기름이 없어 바다에 못 나가다보니 명태가 더 귀해졌다고 한다. 그래도 한때 엄청나게 흔했던 물고기였기에 북한 주민들에게는 다른 생선에 비해 친숙하고 그만큼 조리법도 다양한 음식이기도 하다.

명태두부지지개는 명태와 두부를 고추장으로 간하여 국물을 잘박하게 끓인 음식으로 약간 얼큰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밥반찬으로 안성맞춤이고 고추장 대신 된장과 고춧가루를 넣어 만들어 먹기도 한다.

찌개 중 국물을 적게 붓고 끓인 것은 지지개

여기서 ‘지지개’와 ‘찌개’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놀랍겠지만 북한에는 남한 사람들이 전통 음식의 대명사로 여기는 된장찌개란 것이 없다. 대신 남한에 없는 된장지지개가 있다. 된장찌개는 된장국과 된장지지개 사이에 있는 음식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남한의 된장찌개는 오히려 북한에 된장국에 가깝다.

평안도에서는 밥과 함께 먹는 모든 부식의 종류를 찌개라고 부르고 함경도에서는 반찬이라고 부른다. 함경도 지방에서 부르는 반찬이란 용어는 평안도에서는 생선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반찬이 없다고 하면 생선찌개가 없다는 뜻이다. 평안도 지방에서 말하는 찌개라는 말은 함경도 지방에서는 그다지 잘 사용하지 않는 언어이다.

명태두부지지개를 맛있게 끓이려면 우선 식용유에 양파나 파를 볶다가 명태 토막을 넣고 간장을 부어 슬쩍 볶은 다음 여기에 국물을 조금 붓고 간을 맞추어야 비린내가 나지 않으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두부는 명태 토막과 함께 넣거나 팔팔 끓을 때 넣으면 된다. 명태두부지지개는 일단 얼큰해야 맛이 있기 때문에 청양고추를 넣어 끓여도 좋다.

이애란 /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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