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11월 1일

창간 30주년 기념 특집 | Ⅱ. 통일한국의 등장과 지역질서 변화는? 러·미·중 전략적 삼각협력과 한·러·미 삼각관계 주목해야 2013년 11월호

창간 30주년 기념 특집 | 바람직한 통일외교의 길을 묻다

Ⅱ. 통일한국의 등장과 지역질서 변화는? 러·미·중 전략적 삼각협력과 한·러·미 삼각관계 주목해야

김관진 국방장관(오른쪽)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가운데),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이 지난 6월 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제12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7월 1일 브루나이 반다르세리베가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관진 국방장관(오른쪽)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가운데),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이 지난 6월 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제12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7월 1일 브루나이 반다르세리베가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반도 통일은 기존 동북아 질서의 기본 축을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형태의 새로운 지역질서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우선 미국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미래지향적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승화시키면서 관리·발전시켜 한·미·일 삼각관계를 동북아 질서를 이끄는 중요한 자산으로 계속 활용해 나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동맹은 과거의 동맹과 달리 적을 상정한 동맹에 머물지 않으며 가치·신뢰·평화구축 동맹의 성격을 지니게 될 것이다. 미·중관계의 중요성을 두고 미루어 보건대 이러한 포괄적 전략동맹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 중의 하나는 한국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한국은 향후 중국과 경제 관계를 더 심화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 사이의 경쟁성이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상호작용을 통한 러·중 간 전략협력은 다소 약화된 형태로라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상당한 대중 위협인식에 도달하여 러시아를 강하게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이러한 러·중 협력기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도리어 북한 요인으로 한반도에 대한 접근성의 제약을 받아 온 러시아가 통일한국과의 다양한 대형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양자 간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 삼각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 일본 아베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평화헌법의 개정까지는 아니어도 일본의 무장과 정상국가화 과정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게 되고 일본의 경제가 상대적으로 호전되는 과정이 지속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과거사와 영토문제로 인한 근린국가들과의 외교관계 개선에 성공적이지 못하게 된다면, 한·중·일 관계가 사회적 자본으로 기능하기에는 여전한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美, 한·미·일 삼각관계 지속 활용 가능성

통일한국 등장 이후 한국의 외교력이 시험받을 수 있는 중요한 지점 중 하나가 바로 한·러·미 삼각관계다. 미국은 한국이 중국과의 거리를 좁히는 일에 대하여 매우 우려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미국은 한·미 미래형 전략동맹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러시아와 한국 그리고 미국을 경제적 프로젝트로 엮는 새로운 사회적 자본 창출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기존 남-북-러 삼각협력의 틀에 미국의 지원이 결합한 것과 같은 형태를 이루면서 중국의 출해 통로 확보를 통한 동해 시대를 건설하려는 노력을 견제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기본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러·미·중 사이에 전략적 3각관계가 동북아 지역 수준에서도 회복되어 지역 세력망 구도의 안정화의 기반으로 작동하게 되는 경우도 그려볼 수 있다. 러·미·중 전략적 3각협력의 달성을 위해서는 러시아가 상당한 경제적 영향력을 회복하고 지역정치의 전략적 행위자로서 위상을 강화하여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일정 정도로 균형화의 기능을 감당하게 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는 러시아의 자발적 노력뿐만 아니라 미국이 적극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하고 더불어 러·미 사이에 동북아 지역질서의 안정화를 위한 전략적 협력을 회복하게 될 경우에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에 통일한국의 역내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은 있으나, 러·미·중 전략조율은 동북아의 다자협력체 내지 안보공동체 출현을 가능하게 할 조건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가장 파급력 있는 동북아의 사회적 자본 중의 하나로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통일한국의 건설 또는 새롭게 등장한 통일한국이 변화하는 동북아 세력망 구도의 변화 속에서 어떤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첫째, 대미 외교, 특히 한·미동맹의 유지와 발전, 조정 등과 관련된 과제다. 한·미동맹을 어떤 성격의 미래형 동맹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인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미동맹을 북한이라는 위협 요인, 중국의 부상이라는 도전을 모두 넘어,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담보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동맹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하여 한국과 미국은 새롭게 등장하는 지역 내 위험과 위협을 공동 대응하고 번영의 담보로써의 역할을 부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대중 외교, 특히 한·중 전략적 협력의 발전 과제다. 중국은 통일한국이 미국의 동맹네트워크에 묶여 중국에게 가시와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한·미동맹의 새로운 설계와 조정은 통일한국이 주변국 특히 중국과의 관계까지도 포함해 낼 수 있는 구도와 조건까지도 고려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또한 통일한국은 일·중 간 갈등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은 양자 사이의 균형과 타협을 위한 역할이 지역 안정을 위한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음을 중국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복합적·다층적 외교역량 키워야

끝으로, 동북아 안보와 공동번영을 지향하는 다자협력체 구축을 위한 노력이다. 이미 이야기한 바와 같이 동북아 다자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질서 설계의 기본축은 미·중관계에 의해 결정될 것이지만, 경쟁적 양자관계의 축에서 보다 보완적이고 안정적인 전략적 3각협력 관계가 다자체제 구성을 위해서는 더 유리할 수 있다. 따라서 러시아의 동북아 내에서 전략적 행위자로서의 입지 회복을 지지하고 다자협력을 추진하는 중요한 동력을 한·러 및 한·일 협력을 통하여 추동하는 일은 미국과의 미래 동맹 및 중국과 전략적 협력을 추구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결국 이 같은 복합외교의 틀 속에서 통일한국이 중견국가로서 위상과 입지 그리고 역할을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 이처럼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외교를 감당할 수 있는 외교 역량을 얼마나 키워갈 수 있을 것인가라는 과제다. 한국의 통일과 동북아의 안정과 번영은 상당 부분 외교의 문제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범식 /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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