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어요| “탈북자라고 대기업 못 하란 법 있나요” 김대성 (사)함께일하는 사람들 대표 2012년 5월호
만나고 싶었어요
“탈북자라고 대기업 못 하란 법 있나요” 김대성 (사)함께일하는 사람들 대표
‘(사)함께일하는사람들’은 무슨 사업을 하나요?
OK미소뱅크와 OK성공아카데미, 이 두 개가 가장 핵심적인 사업이에요. 쉽게 말하면 창업을 원하는 탈북자들에게 창업자금을 대출해주고 그들이 성공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경영교육을 하는 일이죠.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원래 북쪽에 있을 때부터 창업에 관심 많았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탈북자들 중에 사업하는 사람들을 계속 눈여겨봤죠. 그런데 옆에서 보니 탈북자들이 창업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이 창업자금을 조달하는 문제인 거에요.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남한은 신용사회인데, 일단 연고가 없고 담보도 없는 사람이 태반이니까요. 그렇다고 오래 축적된 신용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입국해서 하나원 들어가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신용카드 쓰지 말라’는 말 듣거든요. 거의 현금 가지고 거래하니, 은행거래 실적이 전무하죠. 당연히 그만큼 신용이 쌓일 기회가 없어요. 그래서 저 혼자 ‘우리 탈북자들이 조합 형식으로 돈을 모아서 서로 융통해주는 구조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엔 아이디어 차원이었는데 지인들에게 조언도 구하고 나니 실제로 현실화될 수 있겠더라고요.
북한이탈주민 전용 은행 같은 개념인가요?
뭐, 비슷하긴 한데 정확한 건 아니에요. 우선 자금 측면에서 당장에 자본이 모일만한 규모가 되질 않으니 조합보다는 주식회사 형태로 가보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느 탈북자가 괜찮은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거기에 탈북자들이 함께 출자한 자본금을 경영자금 형식으로 대출해주고, 그 회사가 성공적으로 발전하면 더 큰 형태로 자본금을 만들어 필요로 하는 제2, 제3의 예비 탈북 창업자들을 위해 쓰려고 했어요. 그런데 사실 쉽지 않더라고요.
기본적으로 탈북자들이 가지고 있는 자본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일단 탈북자 창업자금 지원과 관련해서는 미소금융과 연계해서 시작하게 된 겁니다. 그 다음 문제가 창업하고자 하는 탈북자들의 경제상식, 특히 기업경영 상식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어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자금만 지원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창업한 회사가 반드시 성공하리란 것을 보장받을 수 없잖아요. 그러다 망해버리면 어떡합니까. 그냥 끝이거든요. 그래서 일단 자본주의 시스템에서의 상업, 경영, 마케팅 같은 모든 것들을 기초적인 수준에서라도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두 가지 목적으로 2008년 7월에 ‘함께일하는사람들’을 설립하게 된 것이죠.
미소금융과 연계한 대출지원 제도가 OK미소뱅크죠?
그렇죠. 생각만큼 자본금이 모이지 않는 상황에서 고민하던 차에 금융위원회에서 미소금융 복지사업자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나온 거에요. 사실 정부 손을 빌리지 않고, 탈북자 사회 안에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단체까지 만들었는데, 너무 빈약하게 진행되다보니 어쩔 수 없었죠. 처음엔 정말 걱정 많았어요.
지금도 여전히 탈북자들한테는 좋지 않은 인식이 퍼져 있잖아요. 그런데 더구나 돈 문제라면 오죽 하겠어요. ‘탈북자한테 돈 빌려줬는데 그거 가지고 외국으로 날랐다더라’ 이런 얘기도 쉬쉬하면서 많이 했던 때라, 복지사업자에 지원하면서 ‘괜히 안 믿어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밤잠 못 잤습니다.
여지껏 탈북자들 대상으로 창업자금 대출해주는 곳이 없었나요?
전혀 없진 않았어요. 탈북자들이 여전히 취약계층으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이니,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창업자금을 지원해주는 기관들이 몇몇 있긴 했죠. 그런데 문제는 근본적으로 탈북자들에 대한 인식이 너무 형편없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조건을 엄청 내걸거든요. ‘탈북자들 참여해서 사업하는 건 괜찮다, 그러나 사장은 남한 사람이어야 한다’ 뭐 이런 식이었죠.
그런데 우리 탈북자들 중에서 창업하고자 하는 사람 중에 자기사업 하고 싶지 않은 사람 없거든요. 다들 조그만 하게라도 시작해서 키워보려는 꿈 갖고 시작하는 건데… 결국 그런 단체들과는 맞지 않는 거죠. 그래서 몇 번을 금융위원회에 찾아가 사업 취지를 설명하고 설득한 결과 결국 미소금융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북한이탈주민만을 대상으로 창업자금을 대출해주는 유일한 사업체로 저희 ‘함께일하는사람들’이 선정된 거에요.
수익구조는 어떻게 되죠?
미소금융중앙에서 북한이탈주민 전용 창업자금 대출사업자로 인가받았기 때문에, 우리가 탈북자들 중에서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요소, 예를 들면 사업계획서나 재무구조 등을 토대로 자체 심사에 들어가요. 창업자금을 지원받을 자격이 있는지 알아보는 거죠. 쉽게 말하면 망하지 않고 잘 건사하며 나아갈 수 있겠는가를 알아보는 거죠.(웃음)
그렇게 결정이 되면 미소금융 자금을 창업 탈북자가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미소금융 창업자금에 대해 발생한 이자분을 저희 ‘함께일하는사람들’의 수익으로 하는 거죠. 미소금융중앙에는 대출한 원금만을 다시 상환하고요. 그런데 사실 현재까진 저희 사무실 운영비에 직원 월급주면 남는 거 없어요. 금리가 4%라서 굉장히 싸거든요. 정부지원 프로젝트니까 향후 이러한 창업자금 대출이 많이 집행된다면 괜찮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에요.
저희 ‘함께일하는사람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 자금을 활용해서 창업을 시도하는 탈북자들이 많아져야 하고요. 많기만 해서는 안 되죠. 그렇게 성공한 탈북자들이 많아야 하는 거죠. 그래서 사실 홍보나 이런 쪽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렇게 해오지 못하고 있어요.
탈북자 사회가 사실 매우 좁거든요. 이래저래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이 와서 저렴한 이자에 쉽게 돈 빌려보겠다는 경우가 많거든요. 워낙 이자가 싸잖아요. 초기엔 그런 것들이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잘 할 것 같은 사람’, ‘정말 비전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 중심으로 선발해서 집행해 왔어요. 현재까지 일반 사업체는 24개, 농업 전문업체 14개, 총 38개 업체가 지원을 받도록 했죠.
최대 5천만원이라고 하던데, 주로 어떤 사업을 하나요?
사실 큰 사업은 못하죠. 지금까지 탈북자들 창업군을 보면 유통업, 동네 슈퍼마켓 같은 거죠. 그 다음에 요식업, 삼겹살집 같은 업체가 많고요. 실제로 탈북자들 창업 종류들을 보면 특징이 있어요. 바로 지식창업이 없다는 건데요.
예를 들면 요새 스마트폰에 필수로 쓰고 있는 ‘카카오톡’ 같은 것 있잖아요. 이런 게 물론 IT 기술도 저변에 깔려 있지만 기본적으로 창업 종류로 보자면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란 거죠. 실제로 제가 2009년도에 서울시에서 진행했던 ‘서울청년창업프로젝트’에 참여해 봤거든요. 완전 놀랬어요. 남한 사람들 취업준비 하는 거 보니까 정말 머리 잘 써서 하고 있더라고요. 탁월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너무 많아요. 당장의 실현성을 떠나 아이디어들이 새롭게 나와야 뭔가 해보겠는데, 그러한 발상을 탈북자들이 할 줄 모르죠.
그런데 그게 꼭 불리한 것만은 아녜요. 지금껏 보고 배운 게 많지 않으니까 그런 것이죠. 바꿔 말하면 효율적인 경영교육과 함께 여러 경험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된다면 크게 성공하는 데 값진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봤어요.
그게 OK성공아카데미라는 거죠?
네. 그 중에서도 매월 두 번째 주 토요일에 모이는 ‘OK CEO 아카데미’라고 있어요. 창업자금 대출받은 탈북 사업자들이 모여서 자기사업 노하우 서로 발표하고 듣고 토론하는 자리에요. 누구는 ‘세금신고 제대로 못해서 벌금을 받았다’, ‘인력을 쓰는데 어떻게 했더니 노동부에서 연락이 왔다’, 이런 경영현장에서 발생하는 세밀한 이슈들에 대해 각자 의견을 나누죠.
물론 창업을 시작하겠다고 결정된 탈북자들을 위한 기본적인 경영교육도 함께 병행하고 있고요. 그 교육은 중소기업진흥청 소상공인진흥원과 제휴해서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1년에 한 번씩 오프라인으로 20명씩 교육해요. 이러한 활동들이 근본적으로 시중의 은행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죠. 사실 이러한 교육활동의 근본에는 정말 우리 탈북자들이 스스로 이 사회에서 일어서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지가 깔려 있어요.
미소금융? 국가 돈이잖아요. 안 그래도 아직까지 남한사회에서 완벽하게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데 저렴한 이자의 정부 돈으로 창업했다가 망해서 상환 못 해봐요. 100명 잘 하면 뭐합니까. 1명이라도 삐걱하면 전체 탈북자들 신뢰에 금이 가거든요. 그러니 처음부터 ‘모두 함께 잘 돼야 한다’는 비전을 계속 공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그런데도 안타까운 건, 탈북자들이 동참을 잘 하지 않아요.
올해도 시장경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고 비즈니스 스쿨을 열 예정인데 직장인, 자영업자, NGO관계자, 학생들 불러서 10강 정도로 강좌를 열 생각이거든요. 그런데 얼마나 올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남한 사람들은 돈 내고서라도 배우려고 할텐데, 탈북자들은 이런 것을 배워야 할 필요성을 모르겠다는 사람들 많아요. 심각한 건 실제로 경영 일선에 있는 탈북자들조차도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거에요. 답답한 노릇이죠.
보람있는 일도 많죠?
그럼요. 현재까지 성공한 창업자들이 많으니까요. 저는 현 단계에선 엄청나게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성공이라고 보지 않아요. 초기 자본금으로 조그맣게 시작하더라도 희망 잃지 않고 꾸준히 성장해나가는 토대만 마련한다면 그게 성공이지 뭐겠어요.
‘희망하이텍’ 같은 회사는 플라스틱 분쇄해서 재가공하는 업체인데요. 처음엔 5천만원 가지고 진짜 어렵게 시작했는데 지금은 세 배가 넘게 성장했어요. 현 연매출이 4억원 정도 될 겁니다. 다른 사업장들도 나름 힘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런 곳에 한 번 나가보면 정말 기분 좋아요. 탈북자라고 대기업 못하란 법 있겠습니까. 꼭 성공하도록 뒤에서 열심히 도와야죠.
이동훈/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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