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어요 | “마음 건강한 분들이 늘었어요” 한빛종합사회복지관 하지현(지역운동팀장), 최재경(사회복지사) 2012년 8월호
만나고 싶었어요
“마음 건강한 분들이 늘었어요”
한빛종합사회복지관 하지현(지역운동팀장), 최재경(사회복지사)
| 하지현 | 2008년 12월에 지인의 소개로 북한이탈주민의 정신건강과 관련하여 1개월간 북한이탈아동 집단프로그램과 초기상담을 진행한 것을 시작으로 북한이탈주민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금까지 활동을 진행하고 있어요.
한빛종합사회복지관에 ‘해냄교실’이라고 북한이탈아동 방과후 교실이 있어서 초등학생 6명과 함께 생활할 기회가 있었고요. ‘자존감향상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도 북한이탈아동들을 많이 접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죠.
| 최재경 | 저는 대학 때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2008년 8월부터 이곳 한빛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담당업무가 북한이탈주민 지원사업이었으니 4년 가까이 되었네요.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응지원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힘든 탈북과정을 겪었고 더구나 한국에서 받는 여러 가지 문화충격에 적응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다 많은 관심과 전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 지금까지 활동해오고 있어요.
지역운동팀은 어떤 활동을 하는지?
| 하지현 | 북한이탈주민이 전국에서 제일 많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 서울시 양천구입니다. 이러한 지역적 특징을 바탕으로 저희 한빛종합사회복지관은 2002년부터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지원사업을 시작했어요. 2005년도에는 정착도우미 사업을, 2006년에는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과 협약하여 현재까지 정신건강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고요.
2010년에는 통일부로부터 서울남부하나센터를 지정받아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죠. 지역운동팀은 한빛종합사회복지관 내 북한이탈주민을 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팀으로, 기존 지원 대상자를 위한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센터 사업과 서울남부하나센터 사업을 병행하고 있어요.
북한이탈주민의 정신건강을 위한 부분은 정신보건 사회복지사인 제가 맡아서 진행하고 있고요. 취업지원과 사회적응과 관련해서는 최재경 사회복지사가 활동하고 있죠.
정신건강 지원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 하지현 | 북한이탈주민들은 거의 모두가 삶의 환경이 갑작스럽게 변화하는 충격을 받은 분들이에요. 정체성에 혼란이 오고, 대인관계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죠. 새로운 사회에 대해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막막하니까 걱정과 불안을 늘 지니고 살고요.
자신이 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 알 수도, 알 길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정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상담이나 심리검사 또는 소수지만 직접 의뢰해오는 것을 통해, 고통을 겪는 것으로 판단된 북한이탈주민들을 정신보건 측면에서 상담하고 있고요. 보다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할 경우 전문의를 통한 병원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고 사후관리를 실시하면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요.
어떤 어려움을 호소하는지?
| 하지현 | 최근에 도움을 요청해 온 북한이탈주민의 사례를 보면 한 여성분이 떠오르는데요. 자신이 자꾸만 바깥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에 돌아와 아이들에게 분노로 표출한다는 말을 해요. 자세히 상담해 본 결과 일종의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되어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게 했어요.
그런데 여기서 잘 생각해볼 것이 있는데요. 예전에는 정신건강 측면에서 북한이탈주민 한 사람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면 그 분에게만 집중해서 상담을 하고 추가적인 치료를 받게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 분이 겪는 고통은 단순하게 한 사람의 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족구성원 모두에게 미치고 있다는 점이에요.
어머니가 정신적 측면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가정이라면 그 울타리 안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도 역시 정신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니 저희 팀에서는 이런 경우에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하여 상담과 치료를 병행하는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물론 정신건강이라는 분야가 치료결과라는 측면에서 보면 성패가 눈에 확실히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는 어려움은 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진행해 온 결과를 보면 매우 긍정적입니다.
치료에 성실하게 임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이 늘었고, 스스로 상담을 요청해오는 일도 많아졌거든요. 아픈 부분을 드러내 보인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취업지원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 최재경 | 제가 전반적으로 사업을 총괄하고 있고요. 세부적인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하나센터 취업담당 직원분이 계시죠. 취업지원 사업은 북한이탈주민들의 취업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과 교육을 함께 병행하는 형태입니다.물론 업체를 직접적으로 소개한다던지, 한빛종합사회복지관 자체적으로 산업체를 운용하고 있어 인력을 채용하는 형태는 아니에요. 그건 장기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의 자립을 위한 측면에서 봐도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기도 하고요.
저희는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에서 직업을 갖고 자립할 수 있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구직활동, 그 부분에 대한 정보를 함께 고민하고 지원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취업교육 중에는 취업계획 수립과 자격 취득, 경력 쌓기, 취업정보 찾기 등의 프로그램이 있고요.
직업훈련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학원의 교육처럼 특정분야의 전문지식을 교육하지는 않지만 취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어요. 북한에서 직업을 찾는 방법들이 한국에서의 방법과 확연히 다르니까 그 과정을 익숙하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죠.
수치화된 통계가 나와있지는 않지만 취업과 관련한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지속적으로 북한이탈주민분들이 저희 복지관으로 문의해오고 또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지금까지의 교육이 성과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북한이탈주민 취업에 어려움 많죠?
| 최재경 | 그렇죠. 한국사회, 특히 기업체에서 북한이탈주민을 보는 시각이 많이 경직되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여전히 차별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고요. 그런 부분들은 계속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며 바꿔나가야겠죠. 반대로 북한이탈주민들의 경우를 보면 처음에 오셨을 때 눈높이가 높은 분들이 많아요.
하나원을 수료하고 나와서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보면 의욕이 대단하시거든요. 본인 스스로도 좋은 환경에서 일을 하며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시는데, 사실 한국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이 실제로 취업하는 시장을 보면 직종들이 매우 제한되어 있는 상황이죠.
보통 통계적으로 봐도 서비스업, 제조업, 단순노무 비중이 높거든요.
아무래도 경력, 학력 등 취업에 필요한 기본적 내용들을 보면 북한에서의 삶과 연결되지 않은 경우가 많잖아요.산업체에서 원하는 인재상과 미처 준비할 겨를 없이 바로 한국사회에 들어온 북한이탈주민들은 서로 큰 간극이 있죠. 그러니 취업을 단순하게 생각하다가 부딪쳐보고 실망하고, 계속되는 실패에 속앓이를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역운동팀만의 특별한 프로그램?
| 최재경 | 취업을 위한 북한이탈주민만의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만든 프로그램이 있어요. ‘어죽캠프’라고 하는데요. 물고기를 잡아 끓이면서 죽을 만들면 그걸 어죽이라고 하잖아요. 여러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물어보니 북한에서는 여름날 친구 가족들과 함께 개천이나 계곡에 나가 민물고기를 한가득 잡고 솥에 넣어 어죽을 끓여 자주 나눠 먹었다고 해요.
북한의 대표적인 여름 여가 중 하나였더라고요. 그것을 저희 기관에서는 프로그램화 한 겁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북한이탈주민, 이미 취업한 북한이탈주민이 함께 모여서 스트레스해소겸 추억만들기겸 떠나는 거죠. 취업자 및 취업준비자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니까 자연스럽게 정보교류가 됩니다.
처음에는 취업하신 분들께 경험담을 들려달라고 하니 많이 쑥스러워 하곤 했는데 여러 번 대화가 이어지니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노하우 같은 것들이 쏟아지더라고요. 함께 다녀온 취업준비자 분들도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이동훈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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