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탈북자 송금, 자유로 연결된 생명 줄 2011년 3월호
포커스
탈북자 송금, 자유로 연결된 생명 줄
북한을 탈출하여 한국에 온 사람이 이미 2만명을 돌파했다. 고향을 떠나온 그들이 가족과 친척을 생각하며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북녘에 남아 고생하는 그들의 피붙이에게 돈을 보내는 일일 것이다. 실제 돈을 보낼 수는 있을까, 돈을 보낸다면 제대로 받기나 할까? 늘 궁금했던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실제 과반수의 탈북자가 피 같은 돈을 북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한 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북한인권정보센터, <2010 북한이탈주민 경제활동 동향: 취업·실업·소득>). 이는 지난 2010년 말 국내에 거주하는 15세 이상 탈북자 396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다.
연간 100억원대 … 중개 수수료 20~30%
먼저 조사대상자 중 49.5%가 북한의 가족에게 송금한 적이 있다고 한다. 보낸 액수를 보면 51만∼100만원이 전체 응답자의 31.7%로 가장 많았다. 이어 101만∼200만원이 16.7%, 500만원 이상, 201만원~300만원, 50만원 이하는 각각 12.5%로 나타났다.
최고 송금액은 600만원이나 달했다. 송금한 회수로 2010년 한 해 동안 한 번이 65%로 가장 많았고, 두 번이 14.2%, 세 번은 10.8%이었다. 그들이 송금한 금액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그들의 대부분은 일용직(전체 38% 정도)으로 월 평균 100만원을 겨우 넘는 소득(평균 104만원으로 조사)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남한에서는 어려워도 북한에 있는 가족보다는 낮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하지 않겠는가?
위 통계를 분석하면, 1인당 평균 146만원이라는 큰 돈을 보냈다고 할 수 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탈북자가 송금한 돈만해도 모두 3억원 가까이 된다. 탈북자 2만명 중 3분의 1인 7~8천명이 그 정도의 송금을 했다면, 그 금액은 100억원 이상이 된다.
하지만 송금을 하는 데는 중개 수수료가 든다. 국내외 브로커에게 지불하는 수수료는 대부분 송금액의 20∼30%가 든다. 송금액의 1/4정도가 브로커에게 빠져나간다고 하면, 실제 북한 주민의 손에 들어가는 금액은 한 해 약 75억원 정도로 보아야 할 것이다.
송금 대상지로는 단연 함경북도가 81.5%로 압도적이다. 그 다음 양강도가 8.7%였다. 이는 탈북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지역과 통신이 가능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탈북자 송금의 의미는 다양하다. 첫째, 탈북자 송금이 현재 거의 유일한 공식·비공식 당사자에 대한 지원 통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북지원은 정부 단위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민간단체 또는 국제 NGO들이 더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는 상황에서 대북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탈북자의 대북 송금은 비록 지역적인 제한이 있기는 하나, 북한 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되는 셈이다. 그 어떠한 지원정책보다도 북한 주민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바깥 세계와 연결된 자유전달 통로
둘째, 탈북자 송금은 북한 경제에도 순기능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탈북자 송금과 관련된 한 분석에 의하면, 단순히 생존을 위해 송금을 받던 북한 내 탈북자 가족들이 이제는 송금 받은 돈을 모아 북·중 접경지역에서 물건을 구입해 북한 내 시장에서 판매하는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런 점에서 북한 장마당 활성화에도 송금을 받은 탈북 가족들이 일정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 보내진 돈이 북한 내 일정지역의 자금 융통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도 파악되고 있다. 다시 말해 지역 내 유동성을 공급하고 암시장에서 돈을 회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북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장사를 위해 이들은 북한 보위부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상납, 판매와 금융 행위를 보호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 탈북자의 대북 송금은 바깥 세계와 연결된 자유전달의 통로가 된다. 탈북자들은 북한 땅에서 오직 생존을 위해 가족과의 인연을 모두 끊고 한국행을 택한 이들이다. 그들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송금을 하고 그것을 가족으로부터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자신의 근황을 짧게나마 이야기하게 될 것이고, 그런 일을 한 번 두 번 반복하다 보면 자신의 이야기와 처해 있는 환경도 이야기하게 되는 여유도 생길 수 있다.
또한 한국이라는 자유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 질 것이다. 북녘의 가족들은 그것이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이기에 그 누구의 말보다도 신뢰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북 송금을 통한 가족과의 접촉은 자유와 바깥 세계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의 역할을 하게 된다.
넷째, 탈북자의 대북 송금을 통한 바깥 세계로의 연결은 궁극적으로 북한 체제를 약화시키는 고리의 역할을 할 것이다. 돈을 받은 탈북자의 가족과 친지들은 결정적인 순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주의로의 통일 선봉에 서게 하는 역량을 갖게 된다. 그들이 외부 세계와 맞닿아 있는 이상, 북한 체제에 반하는 부류가 될 가능성이 많다.
이는 곧 우리가 원하는 형태로의 통일에 가장 앞장서 역량을 발휘할 잠재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은 북한의 변화를 가져오게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주체가 될 것이 분명하다. 독일 통일은 바로 서독을 향한 동독 주민들의 마음의 변화에서 비롯되었다.
탈북자들은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힘들게 벌은 돈을 보내면서 항상 많은 걱정을 한다. 자신이 보내는 돈이 혹시 전달과정에서 잘못되지는 않을지, 전달과정에서 북한 당국에 의해 가족들이 피해를 받지는 않을지 등 이루 말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탈북자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고 확인하는 경로는 먼저 한국 내 브로커에게 의뢰를 하고, 의뢰를 받은 브로커가 중국의 브로커와 연결, 중국으로 돈이 보내지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북한 국경지역근처로 불러, 돈을 전하고 그들과 전화로 확인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 있는 계좌를 이용, 가족에까지 돈이 전달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국경에 가까운 지역은 경비가 적게 들어도 거리가 먼 평양이나 황해도, 평안도지역으로 갈 때에는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왕복으로 오가는 시간만 해도 보름 이상 한 달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미 연구소, 대북송금 종합연구 착수
또한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돈을 받으러 국경지역으로 나오는 것조차 위험하다. 언제 보위부나 순찰대에 의해 발각될지 모른다. 가족들이 국경지역에 도착, 통화가 진행되면 한국에 있는 탈북자들은 브로커를 통한 돈의 입금액수를 알려준다.
북한에 있는 중국인들은 수수료(통상 20%)를 제외하고 가족들에게 전달하는 데 그 속에는 북한 내 브로커가 탈북자 가족들을 국경연선까지 데리고 나오는 경비도 포함되어 있다. 아무튼 송금에는 항상 위험과 불안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에 있는 탈북자들은 항상 경제적·심리적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는 편이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영하 십여 도를 밑도는 날이 40일 이상이나 된 엄동설한의 연속이었다. 북녘의 땅은 남쪽보다 더 길고 모질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얼어 죽는 사람들이 많다. 배고픈 것은 고사하고 추위가 더 이상 목숨을 지탱할 수 없게 만든다.
이번 겨울은 그렇게 죽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탈북자가 보내는 적은 액수의 돈이라도 제대로 받을 수만 있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탈북자의 송금 문제를 보다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 민간 연구기관인 평화연구소(USIP)가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에 관한 종합적인 연구에 착수,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과 장마당이 북한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 성장하고 있는 민간 시장경제 분야에 대한 연구를 통해 북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낼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평화연구소는 국제분쟁 예방 및 해결에 관한 연구를 위해 미 의회가 설립한 비영리, 초당적 민간 연구기관이다. 본 연구소가 탈북자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송금 문제의 실태와 그것이 북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연구하고 있는 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이다.
과거 통일 전 동서독은 공식 채널을 통해 송금할 수 있었다. 선물도 보낼 수 있었다. 서독에서 건너간 경화는 동독의 외화 획득에 큰 도움이 되었다. 서독 사람들이 보낸 현금과 선물이 결국은 동독 정권을 무너뜨리는 큰 힘이 되었다. 우리도 이와 같은 실질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것이 북한 주민을 향한 정책이자, 북한을 변화시키는 힘이다. 북한의 변화는 결국 사람의 변화다. 정부가 나서서 송금 상황을 좀 더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북한주민에 돌아갈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할 때다. 북한주민들에게 향해 있는 마지막 생명의 끈이 놓아져서는 안 될 것이다.
김영윤 /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센터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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