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평화통일교육,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자 2018년 12월호
시론
평화통일교육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자
한만길 / 한국교육개발원 석좌연구위원
지난 4월 27일 남북한 정상은 온 국민과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남북정상은 판문점 선언에서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북관계, 각 분야 교류협력 활성화, 이산가족 문제,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 등이 포함되었으며, 상호 적대행위를 중지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올해 안에 종전선언과 평화체제를 구축하여,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선언했다.
지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한 차례 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최근 국민의 통일의식은 통일과 평화를 염원하는 방향으로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올해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7~8월에 걸쳐 실시한 통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일의 필요성’에 59.8%가 응답하여 지난해 2017년 54.1%보다 5.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8년, 51.5% 이후 최고 높은 비율을 보였다.
특히 20대의 경우 2007년에는 통일 필요성에 대하여 53.3%가 응답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다가 2017년 41.4%까지 낮아졌는데, 2018년에는 52.3%로 큰 폭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또한 전체 연령대에서 북한을 ‘협력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대폭 상승했다. 북한을 협력 대상으로 보는 비율을 2007에서 2018년의 변화를 보면 20대가 45.2%→56.4%로, 30대 42.4%→57.3%로, 40대 38.5%→55%로, 50대 44.5%→55.6%로 각각 상승했다. 특히 30대가 가장 높게 상승했다.
지난 2008~2016년 사이에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국민의 통일의식이 회의적이었던 경향과 비교해 보면 대조적이다. 전체 국민의 통일의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20대의 통일의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는 점을 말해준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희망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평화통일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여 통일교육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안보중심의 통일교육에서 벗어나자
지난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3000’ 구상이라는 대북압박 정책으로 시작하여 금강산 관광객 피습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남북관계는 급격히 경색되었다. 연이어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으로 남북 간의 인도적 지원 사업을 비롯하여 교류협력 사업은 전반적으로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급속히 악화되는 남북관계는 곧장 통일교육에 영향을 주었으며, 북한을 세습독재, 핵개발, 인권탄압 등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은 경제침체와 식량난으로 고통받고 있어서 ‘중동의 쟈스민 혁명’(민주화)과 같이 언젠가는 북한 체제가 붕괴할 것이라는 빗나간 예측이 확산되었다. 결국 ‘흡수통일’, ‘통일대박’이라는 ‘통일환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었다.
그동안 통일교육은 정권교체와 함께 2000년에는 화해협력을 기초로 한 ‘평화통일교육’이 중심이었다면, 2010년에는 남북한 관계의 악화로 인하여 북한에 대한 경계심을 강조하는 ‘통일안보교육’이 주도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통일교육 지침서를 보더라도 지난 2007년에 북한을 ‘동반자’로서 인식하고, ‘협력의 대상’으로 접근하던 방식과 다르게 2010년부터 ‘적대와 경계의 대상’임을 실질적으로 부각시켰다. 결국 청소년 학생들은 북한을 우리 이웃이나 동포, 또는 ‘더불어 살아갈 존재’로 인식하기보다는 오히려 우리에게 부담스럽고 귀찮은 존재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말미암아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북한 혐오감’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통일안보교육은 남북한 통일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교류협력의 중요성을 간과하였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이후 금강산관광 중단, 개성공단 폐쇄, 5·24(남북교역 금지) 조치 등으로 남북한 교류협력 사업은 전면적으로 중단되기에 이르렀고,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통일교육에서 교류협력의 중요성과 관련한 수많은 사례는 대부분 삭제되었다. 그 대신 통일 이후에 얻을 수 있는 이익, 편익을 내세우면서 통일 후의 보랏빛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통일에 대한 실질적 청사진이라 할 수 있는 교류협력의 과정은 생략한 채, 북한 체제의 붕괴를 예측하고 그로 인한 흡수통일 실현이라는 막연한 환상을 심어주었다.
올해 8월 통일부는 종전의 통일교육 지침서를 대신하여 『통일교육 평화교육』을 발간했는데, 지난 2016년 발행한 지침서에 비해서 통일교육의 방향으로 평화통일의 실현, 평화의식 함양 등을 새롭게 추가하고, 북한 사회에 대한 균형적 이해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해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특히 남북한 교류협력 관련 내용은 여전히 제외되고 있다. 한편으로 학교통일교육 부문에서 2015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가 올해부터 연차적으로 적용되고 있는데, 중학교 도덕 교과서를 보면 북한에 대하여 ‘경계의 대상’과 ‘협력의 대상’으로 양립시키고 있다. 또한 북한 체제의 부정적 측면을 주로 기술하고 있으며, 탈북민과 통일 미래상 등의 내용은 여전히 통일안보교육의 접근에 머물러 있다.
통일교육, 평화의 눈으로 바라보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평화통일교육은 우선 북한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변화하는 북한 현실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 주민들도 나름대로 희노애락을 겪으면서 기대와 희망을 갖고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들의 애환을 들어주면서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며, 그들과 함께 협력하면서 역경을 극복할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래서 평화통일교육에서 북한의 문화와 가치관, 생활양식 등 우리가 쉽사리 관심을 갖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측면을 중심으로 북한을 소개하는 것이 좋다. 나아가 북한의 부정적인 측면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면을 교육해야 평화통일에 대한 의지를 갖게 할 것이다.
이런 평화의 눈으로 「통일교육지원법」, 통일교육지침서, 2015 교육과정과 교과서, 통일교육 강좌, 각종 프로그램 등을 다시 점검하고 수정해 나가야 한다. 통일안보 현장체험 프로그램을 단순히 안보체험장으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남북한 갈등과 대립의 경험을 극복하고 화해와 협력의 역사를 다시 만들어 가는 평화의 교육장소로 활용해야 한다. 나아가 사회적으로는 통일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지속가능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하여 통일국민협약을 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도 중요하다.
일제 강점기 도산 안창호 선생을 비롯하여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드넓은 유라시아 대륙을 투쟁의 거점으로 삼아서 활약했듯이 우리 미래 청년들도 더 큰 꿈과 희망을 품고 세계 대륙을 누빌 날이 올 것이다. 그만큼 우리 시야와 포부는 넓어질 수 있는 것이다. 머지않아 경의선과 동해선이 연장되면 유라시아 철도로 연결되어 ‘기차 타고 신의주를 거쳐 파리로 가자’는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 한반도 평화의 과정 자체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의 중심국가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평화와 통일의 미래상은 한반도 평화번영을 실현하는 과정이며, 평화통일의 과정이 바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제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평화통일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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