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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 스토리 1 | 북한이 유엔에 구제역 발생 신고? 2011년 3월호

윗동네 리얼 스토리 1

북한이 유엔에 구제역 발생 신고?

 

올해 2월 초 북한에서 최초로 유엔에 구제역 신고를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국제적 식량 지원을 이끌어 보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극심한 식량위기에 구제역까지 겹친다면 북한이라는 나라 전체에 생존위협이 되는 일인데, 도움의 생각보다는 그런 의문부터 던진다는 것은 사실상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타당성은 충분하다. 의문은 곧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증거다. 바깥에 대고 얼토당토않은 짓을 얼마나 많이 했으면 그런 대접을 받았겠는가. 더구나 북한 같은 나라에서 구제역 같은 신고가 말이 되냐 이거다. 북한에서 쭉 살아온 필자부터도 그 소식에 냉소를 금할 수 없다.

김일성은 살아생전 늘 북한인민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먹이고 비단옷에 기와집을 짓고 살게 해주겠다.”고 염불처럼 외웠다. 그래서 전국 곳곳에 돼지우리를 짓고 닭 공장, 오리 목장, 시골과 시내 변두리 곳곳에 각종 어종을 키우는 양어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집권 50여 년의 장구한 세월 동안 인민은 김일성의 바람처럼 이밥은 커녕 옥수수밥도 없어 못 먹었다. 밥은 제쳐두고 부식이라도 이따금 고깃점을 씹었다면 그런대로 행복하다 하련만 천만에 말씀. 된장도 부족해 늘 소금국에 간한 무나 미역, 배추 산나물 같은 풀 쪽으로 왕성한 배를 달래면서 “에이, 우린 그냥 인간 소야 소.” 하고 모여 앉으면 개탄했다.

“에이, 우린 그냥 인간 소야 소”

그래도 그 배의 서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 줄 수 있었던 때는 다름 아닌 명절공급 때다. ‘기름 얼마, 달걀 몇 개, 술 한 병’ 이러며 세대별로 공급했는데, 1kg 정도인 육류공급은 주로 돼지고기였다. 이따금 쇠고기도 내 주었는데, 사실 북한에서 쇠고기를 맛본다는 것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다.

개인이 재물을 모아 축적할 수 있다며 소를 개인적으로 키울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집체사육으로 소를 기르는 이유 또한 밭갈이(부림소)가 기본이어서 소를 잡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간혹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일하던 소가 병들었거나 늙고 쇠약해져 부득불 식용으로 도살할 때인데 그런 쇠고기라도 워낙 희귀하여 맛은 말 그대로 ‘일품’이었다. 기름기란 찾아 볼 수 없고 뼈에 찰싹 달라붙은 고기를 저며 끓여 놓으면 이건 고기가 아닌 완전 생고무다.

그 질긴 것을 입에 넣고 들 씹고 내 씹고 그럴수록 삐거덕 뻐거덕 입안에서 요리조리 헤엄치고 다니는데, 고픈 배는 빨리 들여보내라며 성화가 불같고 그래서 그런대로 몇 번 우물우물하다가 꿀꺽 넘길라치면, 그게 목구멍을 꽉 메워 때 아닌 눈물을 한 움큼 주르르 흘리게 만든다.

가관인 것은 그쯤 혼났으면 포기라는 것도 좀 해야겠는데 눈물을 닦고 다시 또 그릇에 담긴 ‘고무 고기’를 집어 입에 가져간다. 그러나 그런 고기라도 많았으면 했다. 고무 같은 고기라도 고기는 고기니까.

“그 아까운 걸 어떻게 버려.”, “사람에게 왜 고기를 먹게 만들었는지, 조물주도 참.”, “아예 고기란 맛을 모르게 했더라면 이런 곤욕도 없을 텐데.”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고무 고기라도 입에 넣고 씹는다는 것이 행복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한탕 먹고 나면 더 식욕이 넘쳐나 움직이는 동물 모두가 다 고기로 보인다. 싱싱한 소나 돼지를 보면 빨리 병이라도 만나 콱 급살을 했으면 한다. 그래야 또 먹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병든 소 잡아 “이거 장군님 은덕일세”

얼마나 육류가 귀하면 그랬을까? 언제인가 어머니는 필자가 몇 달 만에 찾아 갔더니 골방에 있는 작은 소금단지 속에서 비닐에 꽁꽁 싼 것을 꺼내 놓고 풀었다. 살펴보니 소금에 전 돼지 살덩이었다. 킁킁 냄새를 맡아보니 하도 오래되어서 퀴퀴한 냄새가 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랜만에 그걸 삶아놓고 술까지 곁들여 아주 기분 좋게 먹었다.

어머니도 얼마나 맛나게 잡숫던지, 자식이 오기를 기다리며 하루에도 몇 번씩 소금단지를 들여다 보셨으리라. 사실 하도 고기가 귀하니까 북한에서는 고기를 보면 함유된 영양가부터 생각하지, 맛 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는다. 생생한 고기여서 구수한 맛까지 감칠맛 있게 볼 수 있다면 그건 정말 금상첨화겠지만 말이다.

이게 북한의 고기 급식 실태다. 물론 일반 주민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지만 실태가 이러한데 구제역을 논하라니 황당하다. 언제 북한 사람들이 병든 소나 돼지고기를 나무라거나 버린 적 있었던가? 없어서 못 먹었다.

정부 자체가 영양제랍시고 노동자에게 병든 소, 말라죽은 소 한 번 버리지 않고 잡아 “이거 장군님 은덕일세.” 하며 공급해 먹이고선 뭐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구제역인가. 그냥 잡아먹으면 될 것 아닌가.

사실 필자는 한국 뉴스에서 수십 마리 돼지와 소를 산채로 한꺼번에 매몰하는 장면을 보고 얼마나 아까워했는지 모른다. “그걸 왜 매몰해, 그걸 그대로 북한에 들여보내주면 좀 좋아, 사람에게 아무런 해도 없는 병이라는데, 굶주린 그들에게 줘 먹게 하면 되지 그 아까운 살덩이를 왜 땅에 파묻나.” 정말이지 너무 아까워서 하는 말이다.

민주국가에서 병든 돼지를 들여보낼 수는 없는 일이니까. 구제역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입에서 침이나 흘리고 발통이 좀 썩는 병인데, 그것 때문에 살찐 고기를, 만약 북한에서 그렇게 매몰했다면 아마 주민들은 밤중에 눈에 불을 번쩍 켜고 다시 몰래 파내어 맛있게 먹을 것이다.

사실 독을 먹고 죽은 짐승이라도 내장만 빼 버리고 고기는 삶아 먹는 것이 오늘의 북한 실태다. 그만큼 식량사정이 절박하기에 일어나는 일이다. 언제면 이밥에 구수한 고깃국을 받쳐 허리띠 풀어 놓고 부담 없이 먹는 풍족한 세월이 그들에게 찾아올지, 그때라면 그게 아마 통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의 현실 속 북한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먼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지명 / 계간 <북녘마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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