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미국 단극시대 후반부…글로벌 책임감 이슈별 분산 2011년 3월호
기획 | 미국 대북정책 방향 전환?
미국 단극시대 후반부…글로벌 책임감 이슈별 분산
박인휘 /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23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대 폭력진압에 대해 비난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집권 이후 지금까지 대외정책에 있어서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였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의 경우 외교적 성과의 부재보다도 대외정책 수립에 있어서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정체성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더욱 안타깝다고 볼 수 있다.
도덕적 명분을 통한 국제협력, 탈근대적 글로벌 안보거버넌스, 스마트파워 외교의 추진, 핵확산 금지에 대한 강한 집착력 등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구성하는 새로운 규범과 가치로 제시되었는데, 이러한 정치적 원칙은 대부분 실천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국내경제의 어려움과 여론 분열적 요소가 강한 의료보험 문제 등에 정치적 동력을 소진하면서 집권세력의 정치적 의지가 성공적으로 반영된 외교정책을 펼치기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작년 하반기 중간선거에서 하원 63석과 상원 6석을 상실한 점은 1938년 중간선거 이래 집권당 최대의 참패로 기록되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적 자율성을 더욱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국제정치는 국제사회가 직면한 상황의 ‘구조적 조건’과 ‘사안의 특성’이 어떻게 결합하느냐가 중요한데, 2011년 이후 국제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몇 가지 사안들의 특성은 향후 미국이 상대적으로 지난 2년 보다는 다소 유리한 구조적 조건 위에서 외교정책을 전개할 것이라는 진단을 가능케 하고 있다.
오바마, 이전보다 유리한 국제환경 도래
오바마 행정부의 이와 같은 적극적인 외교정책은 국제안보환경에 중요한 변화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동북아 및 한반도 안보상황에도 중요한 변화의 모멘텀을 제공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판단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항을 근거로 한다.
첫째, 소위 미·중 글로벌 협력을 전제로 한 G2 시대의 개막은 국제안보에 일정한 변화의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중국은 과거 G2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던 것과는 달리 지난 1월 19일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함께 글로벌 이슈에 책임감을 공유하는 지위에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G2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미·중 사이의 포괄적 갈등을 전제로 한 세력관계의 변화라는 측면도 있다.
또한 일종의 강대국 협조체제라는 성격으로 인해 분쟁적 요소가 강한 사안에는 양국 모두 소극적일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G2는 기존 강대국인 미국과 새롭게 부상한 중국 사이에 국제현안에 대한 공동이익 추구를 전제로 한다.
국제안보에 대한 평화와 안정성은 현재의 미국과 중국에서 매우 절실한 공동 목표이고, 한반도나 동북아를 포함하여 주요 국제안보 현안과 관련하여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관리, 혹은 해결을 추진한다는 입장에는 서로 이견이 없을 것이다.
둘째,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 운동은 미국의 글로벌 지도력에 매우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튀니지의 국화에서 유래하여 소위 ‘재스민 혁명’으로 불리고 있는 2011년 버전의 글로벌 민주화 바람은 국제정치의 유력 행위자 국가들에게 다양한 의미를 안겨주겠지만, 기본적으로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 내용인 민주화, 정보화, 세계화, 인권존중 등의 가치들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부 견해에 따르면 이번 민주화 운동의 결과로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국가들의 자율성이 증대되는 것은 미국에게도 국제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궁극적으로 국가 자율성의 증대는 외교관계의 확대와 개방화로 이어져 ‘정치적 중산층’을 확장시킴으로써 미국의 외교정책 추진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 더욱 정확하다고 본다.
국제사회 ‘정치적 중산층’ 확대 주목
이와 같은 국제정치적 변화 요인들은 국가능력을 다양한 유형으로 전환시켜 이를 입체적으로 실천할 스마트파워가 긴요히 요구되는 ‘네트워크형 외교’의 시대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직면한 외교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화함을 의미하는 것이고, 보다 적극적으로는 오바마 행정부가 남은 2년 동안의 임기에서 과거 2년보다 스스로의 정치적 정체성이 투영된 외교를 구사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탈냉전 이후 지금까지의 20년 동안이 미국 중심의 ‘단극시대의 전반부’였다면, 지금부터의 시점은 G2로 압축되는 글로벌 책임감의 이슈별 분산이라는 ‘단극시대의 후반부’라는 정의가 가능할 것이다.
결국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안보환경도 중요한 변화의 계기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문제의 경우 현재 우리 정부가 6자회담의 전제로 남북한 간 대화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으며,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던 대체로 이러한 주장은 관련 당사자 국가 모두에게 수용되거나 혹은 묵인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어떠한 형태로든 남북한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인다면 동북아는 머지않아 다시 치열한 대화외교의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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