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1년 3월 1일

특집 | 군사회담을 통해 본 북한의 협상형태는? 2011년 3월호

특집 | 남북군사회담 과거와 현재

군사회담을 통해 본 북한의 협상형태는?

문성묵 / 전 국방부 군비통제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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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었는데 결과는 ‘역시나’였다. 지난 2월 8일과 9일 이틀 간 판문점에서 열렸던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 북한 측이 보여준 태도가 그랬다. 지난해 연이은 도발을 자행했던 북한은 2011년 들어 대화공세로 돌변했다.

국회회담, 적십자회담, 군사회담 등 전방위적으로 회담을 제의해 온 것이다. 특히 남북고위급군사회담을 열어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를 폭넓게 논의하자고도 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는 “혹시 북한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한 입장 변화가 있는 것인가?”하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회담 개최 자체를 무기화

하지만 회담 2일차 오후에 북한 측 단장인 리선권 대좌는 천안함 도발에 대해 “특대형 모략극”이라고 억지주장을 반복하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다.

표면적으로는 회담의제와 회담대표의 급에 대한 남북 쌍방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회담이 결렬된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실상은 북한 측의 군사회담 전략과 행태가 종래의 그것과 전혀 변화되지 않았음을 그들 스스로 보여준 것이다.

역시나 이번에도 북한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나 남북관계 발전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을 뿐, 군사회담을 오직 자기들의 대남 전략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재확인 시켜 준 것이다.

북한의 군사회담 전략은 대남 적화전략의 큰 틀에서 조명해봐야 한다. 1950년 6·25 남침 이후 북한의 대남전략은 변화되지 않았다. 전술적인 변화만 있어왔을 뿐이다. 그 상투적인 협상행태도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 이번 고위급군사회담 제의 경우에도 그렇다.

그들이 표면적으로는 군사적 긴장완화 운운하였지만 그 속내는 작년도 두 차례의 도발로 형성된 제재와 압박국면을 전환하고 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회담을 이용하려 했을 뿐임을 보여주었다. 설령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회담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북한으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자기들은 남북회담 재개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했지만 남측이 대화할 의사가 없어 성사되지 못한 것이라고 책임을 전가하고 자기들은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군사회담 전략은 한마디로, 당면하게는 체제유지요, 궁극적으로는 대남적화의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군사회담을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추진한 것이 아니라 남북교류협력을 통해 체제유지를 위한 경제적 실리를 확보하고 궁극적으로는 대남적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특히 2000년도 이후 개최된 남북군사회담 과정에서 북한이 주장하고 시도했던 사안들을 분석해보면 그들의 전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동안 북한은 ①체제유지, ②대남적화라는 두 가지 전략목표와 연관된 사안들을 집요하게 추구해 왔다. 아래의 <표>는 북한이 추구해 왔던 전략목표를 상위목표와 하위목표로 분류하여 정리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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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9일 남북 고위급 군사실무(예비)회담 참석을 위해 북측 대표단이 한국군의 안내로 회담장인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압박과 회유 … 억지와 변명

북한은 그 동안의 군사회담과정에서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과 전술을 적극 활용하고 구사하였다.

첫째, 회담 개최 자체를 무기화하였다. 북한 측은 지난 정부 10년 동안 우리 측의 회담개최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십분 역이용 해왔다. 군사회담을 개최하자는 남측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반드시 반대급부를 요구함으로써 자기들의 필요를 채우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최대한 이용했던 것이다.

둘째, 회담개최와 관련된 모든 사안을 자기 측 의도를 관철시키는 협상 지렛대로 최대한 활용하였다. 회담의제와 장소, 대표단의 구성, 회담일정을 정하는 문제, 기타 회담 대표단의 이동수단과 이동경로, 대표단의 규모, 오·만찬, 기자단 포함 여부 등 회담 개최과정에서 제기되는 사안 사안마다 하나씩 반대급부를 요구하거나 자기 측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이른 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한 것이다.

셋째, 화전 양면전술을 구사해 왔다. 대화공세를 통해 회담이 성사되면 자기들이 추구하는 사안들을 협상의제로 제시하여 목표달성을 시도한다. 만일 여의치 않을 경우 도발을 자행함으로써 우리 측을 협박한다. 이같이 북한은 회담과 도발을 반복하는 상투적인 전술을 반복해 왔다.

그렇다면 각종 군사회담을 통해 북한 측이 보여 준 협상행태는 어떠한가?

첫째, 압박과 회유다. 북한 측은 회담 전 과정에서 압박과 회유를 반복한다. 자기 측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제나 일정, 장소 등 여러 가지 사안들을 이용하여 우리 측을 압박한다. 이러한 압박이 먹혀들지 않을 경우 회유 자세로 돌아선다. 마치 크게 양보하는 듯이 생색을 내면서 기존의 안에서 약간 후퇴한 내용을 제시한다.

둘째, 억지와 변명이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마치 사실인 양 왜곡시키는 것이다. 자기 측 주장의 허위임이 밝혀지면 곧바로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셋째, 독촉과 지연이다. 북측은 자기들이 필요로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집요하게 독촉한다. 그러나 자기 측에 불리한 사안이거나 우리 측을 안달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할 경우에는 마냥 지연시킨다.

넷째, 합의 불이행과 책임 전가이다. 남북 군사당국 간 합의한 중요한 사항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북측은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적반하장 격으로 그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 측과 과연 군사회담이 필요한 것인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는 필요하다. 우리의 목표는 평화와 통일이다. 평화를 위해서는 안보가 선결되어야 한다.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공고한 안보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을 억제하고, 한편으로는 대화를 통해 군사적 긴장완화를 시도해 나가야 한다.

북한의 전략과 행태는 분명히 드러났다.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결코 달성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주지시키고 상투적 행태 또한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회담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독촉과 지연 … 합의 불이행과 책임전가

이번 회담에서 북한 측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지만 아쉬운 쪽은 북한이다. 앞으로 그들은 적절한 시점에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고 다시 회담에 나올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분명한 원칙을 지키되 서두르거나 성과에 급급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인내함과 유연함도 필요하다. 대화를 이어나가노라면 반드시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소망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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