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남북군사실무회담 완전 결렬? 2011년 3월호
<편집자주>
남북군사실무회담이 일단 결렬되었다. 남북은 지난 2월 8~9일 이틀에 걸쳐 남북 간 고위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대령급 실무회담을 개최하였다. 그러나 남북은 회담 의제, 일정 그리고 참석자 문제 모두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였다. 일정과 참석자 문제가 절차적 성격을 지닌다면 의제는 고위급 군사회담의 내용과 직결된 핵심 사안이었다. 남측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측의 책임있는 조치를 이끌어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면, 북측은 대북심리전 중단 등을 논의하는 것이 주목적이었을 수 있다. 물론 남북 모두 군사회담 자체가 향후 미·북, 북·일, 북·중 관계와 6자회담 등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도 고려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회담이 결렬됨으로써 지난해 천암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을 딛고 어렵사리 마련되었던 남북 간 대화가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국에 빠져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연합사는 2월 28일부터 3월 10일까지 연례적인 ‘키리졸브-독수리(Key Resolve/Foal Eagle)’ 연습을 실시하며 지상 기동, 공중, 해상, 원정군 및 특전 훈련에 중점을 둔 연합/합동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 연습의 일부는 4월 30일까지 계속된다. 이에 따라 연일 북한의 위협과 추가도발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는 미국의 움직임이 주목되지만, 한반도 정세는 당분간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남북군사실무회담의 결렬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북측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전향적 태도를 보여주지 못한데 있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남북군사회담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기 위해 지난 2월 결렬된 남북군사실무회담의 경과와 과거 남북군사회담의 주요의제 그리고 군사회담장에서 북측이 보인 태도를 살펴보았다.
특집 | 남북군사회담 과거와 현재
남북군사실무회담 완전 결렬?
장용훈 / <연합뉴스> 기자

지난 2월 8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고위급 군사회담에서 문상균 대령(국방부 북한정책과장, 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리선권 대좌(대령급, 왼쪽에서 두 번째)가 회의 전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혹시나’ 했던 남북군사실무회담이 ‘역시나’로 끝나고 말았다.
2월 8∼9일 양일 간 판문점 남측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대령급 남북 군사실무(예비)회담이 열렸지만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결렬됐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예비회담이 끝나고 가진 언론브리핑에서 “북한 대표단은 9일 오후 2시 50분 일방적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가 다음 회담 일정을 정할 수도 없었다.”며 “현재로서는 (회담) 결렬이다.”라고 말했다.
회담에서 남북 양측의 입장 차이는 모든 분야에서 팽팽하게 맞섰다. 우선 고위급 군사회담 의제에서 북측은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면 먼저 남측이 주장하는 두 사건(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을 다루고 그 다음에 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할 데 대한 문제 혹은 호상 도발로 간주될 수 있는 군사적 행위를 엄금할 데 대한 문제를 협의하자는 절충안을 내놓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북측의 주장은 고위급 회담에서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를 다루고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 또는 도발로 간주되는 군사적 행위 중지를 차례로 다루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우리 측은 “고위급 회담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해 우리 국민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확인해서 납득할만한 조치라고 판단되면 북측이 제안한 것을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북측은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를 논의하고 곧바로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를 다루자는 입장이었던 반면, 우리 측은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에 대해 확실한 북한의 사과와 해명을 들은 뒤 차수를 바꿔 북측이 제기한 문제를 다루겠다는 셈이다. 북측은 회담에서 의제를 3번 수정했으며 우리 측은 의제를 2번 수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제·일정·참석자 모두 쟁점
고위급회담에 누가 참석할지 여부도 쟁점이었다. 북측은 실무회담 초기에 인민무력부장과 장령(장성)급 사이의 군사회담이 고위급 군사회담을 의미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남측은 고위급 회담의 수석대표를 ‘4성 장성(대장)급’으로 하자고 제의했다.
북측은 남측의 제의에 원칙적인 동의를 하고 양측의 군사조직과 체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차관급인 인민무력부 부부장급으로 정하자고 제의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측은 국방차관의 격을 거론했다. 우리 차관은 현역이 아니고 북한과는 체제가 다른 만큼 차관급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북측은 우리 측이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을 거론한데 대해 “내부 사정상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 군사회담을 언제 개최할 것인지에 대한 일정 문제에 대해서도 남북 간에 입장차이가 맞섰다.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힌 ‘회담 공보’에 따르면 북측은 군사실무회담이 끝나고 3∼4일 뒤 고위군사회담을 갖자는 입장을 제안했지만 남측은 2월 말에 본회담을 열자는 입장을 견지했다. 북측은 2월 18일 회담을 열자고 했지만 남측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북측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우리와 무관한 사건”이라며 “미국의 조종 하에 남측의 대북 대결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한 특대형 모략극”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다. 또 북측은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해서도 “남측이 연평도를 도발의 근원지로 만들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남북군사실무회담이 결렬로 마무리되면서 당분간 남북 간 경색국면이 타개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북한군은 회담 뒤 발표한 ‘공보’에서 남측 군당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지 않고 대화 자체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며 “이런 조건에서 우리 군대와 인민은 더 이상 상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이 남한과 더 이상 상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남북 군당국 간 대화는 당분간 교착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 주민들까지 대남비방에 동원
또 지난 1월 5일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을 통해 남북 간 상호 비방 중단을 제안한 뒤 남한 당국에 대한 거친 표현을 삼가해 온 북한이 남한 정부를 ‘역적패당’으로 다시 지칭함에 따라 대남 비난의 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다. 북한은 회담 결렬 이후 각종 매체를 동원해 남한 당국을 비난하고 나섰고 주민들까지 대남 비방에 동원하기도 했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에도 불구하고 회담이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사회가 선(先) 남북관계 개선을 6자회담 등의 재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마냥 남한과의 대화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 관측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북한의 대화 의지가 강해 실무회담이 완전히 결렬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에서 (고위급 회담에) 미련을 많이 가지는 것으로 보였다.”며 “다시 (실무회담을 하자고) 전통문을 보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 대표단은 양일 간의 실무회담에서 여러 차례 자신들의 제안을 수정하기도 하는 등 남측과 대화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북한은 실무적으로 회담에 임했다는 것이 우리 대표단의 평가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대남선전용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2월 10일 ‘예비회담을 의도적으로 파탄시킨 비열한 행위’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남조선 당국은 우리의 성의와 인내, 아량에 대해 오판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대결자세를 버리고 성실한 자세로 대화의 마당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여전히 고위급 군사회담 등 남북 당국 간 회담 개최에 미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남북 간 군사실무회담이 결렬로 끝난 가운데 북한 측은 미국에도 고위군사회담 개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북한의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은 주중 미 대사관을 통해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회담을 제안했다.
북측은 회담 의제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과 비핵화 문제, 북한 내 미군 유해 발굴 문제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의 회담 제의는 지난 1월 20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명의로 김관진 국방장관 앞으로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한 지 닷새 만에 이뤄진 것이다.
북, 미국에도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 제의
특히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은 서한에서 “이대로 놔두면 한반도에 핵참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며 북·미 직접대화를 요구했으며 “핵문제는 결국 우리와 미국의 문제이니 조·미가 만나 해결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측은 그러나 북·미대화에 앞서 남북대화가 선행돼야 하며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 등은 북·미 고위급 군사회담이 아닌 군사정전위원회 체제를 통해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최근 북측에 거부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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