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1년 5월 1일

Zoom In | 북한인권기록보존소 강한 대북압박 효과 유발 2011년 5월호

Zoom In

북한인권기록보존소 강한 대북압박 효과 유발

OR_201105_45

지난 4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북녘에는 봄이 오지 않는다’를 주제로 북한인권사진전이 열려 시민들이 사진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여당이 단일안으로 제시한 북한인권법안에 포함되어 있다. 법무부, 통일부, 행정안전부는 작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안에 포함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법무부 아래 신설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러한 결정의 배후에는 통일 이후 인권침해 사범에 대한 형사소추권을 유지하자는 법무부 제안이 받아들여진 결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법무부가 아닌 인권위 관할로 설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지난 3월 15일 인권위는 북한인권법안과는 별도로 북한인권신고센터와 북한인권기록관을 설치하였다.

인권위는 개소식 관련 보도자료에서 “신고센터와 기록관을 통해 수집된 자료를 피해자에 대한 복권, 보상, 재심 및 사회일반의 인권교육 등 통일 후 남북 사회통합을 위한 활동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아직 북한인권법안이 야당의 반대로 법사위에서 1년 이상 잠을 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기관들이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민단체들의 따가운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서독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가 모델

북한인권문제가 전 세계적인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유엔 총회 및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연례행사처럼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되고 있으며 국제엠네스티를 비롯한 세계적인 인권단체들이 매년 실태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또 유엔은 작년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임기를 연장하는 것을 승인한 바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에 호응하면서 북한 내 인권침해의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피해자들이 통일 이후 가해자에 대한 형사소추권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는 매우 중대하고 시급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안은 사실 통일 이전 서독의 잘츠기터(Salzgitter) 중앙기록보존소를 모델로 한 것이다. 1961년 동독이 베를린 장벽을 설치하여 동·서 베를린의 자유로운 통행을 차단하고 서독으로 탈주하는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서독 정부는 중앙기록보존소를 설립하여 동독의 정치 폭력과 인권 유린에 대한 세부적인 기록을 유지하여 그 책임자들에 대한 사후 형사소추의 근거자료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 설치는 원래 1958년 나치 과거청산을 위한 중앙조사부(die Zentrale Stelle der Landesjustizver waltungen)에서 유래한 것이다. 뉴른베르크 국제전범 재판에 더하여 독일은 자체적으로 과거 청산을 도모한 선례가 있었다.

그러한 독일의 기관들은 그 원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법무행정(Justizver waltung)의 한 부분이며, 형사소추를 위한 예비적 조사기관의 기능을 수행하였다. 실제로 잘츠기터 기록보존소는 독일 통일 때까지 정치적 살인 4천여 건을 포함하여 약 4만1,390건의 인권침해 사례들을 기록하여 관할 지역의 형사당국에 인계하고 1992년 해산되었다.

인간 존엄성 유린되면 평화 유지 불가능

서독이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를 설치함에 있어서 동독 측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다. 동독 측은 양독 교류중단을 위협하기도 하였고, 양독 관계정상화의 정치적 조건으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심지어는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 관계자들을 처벌하는 법규정까지 만들기도 하였다. 이처럼 동독 당국이 인권기록보존소 설치에 대해서 격렬하게 반발했던 것은 역설적으로 독재권력이 인권유린에 대한 형사처벌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북한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서고 있고,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에도 수만 명에 달하는 탈북자들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북한 당국에 의해서 저질러진 반인륜적 범죄와 인권유린의 참상들은 이제 손금 보듯이 상세하게 알려지고 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이러한 북한 당국의 극악한 인권유린 가해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줄 것이 틀림없다. 또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소중한 삶을 송두리째 파괴당한 수많은 사람들이 차후에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게 된다.

북한인권법안이 작년 2월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것이 벌써 1년이 넘어서고 있다. 정부 여당은 수사적으로 북한인권법안의 조속한 통과 필요성을 간간히 내세우고 있지만, 이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의지와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 지 의문이다. 야당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평화체제 구축에 저해가 된다는 반대논리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 절대다수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지지하고 있다. 야당이 주장하는 남북관계 증진이 북한 주민의 소중한 목숨과 인권 개선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가치인 지 물어보고 싶다. 한반도 평화는 인간의 존엄성이 파괴되고 유린되는 상황에서 절대로 유지될 수 없다.

북한 인권문제는 이제 남북관계 틀이 아니라 국제평화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의제로 인식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한반도 평화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정상화도 중요하지만, 북한당국이 보편적 국제인권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는 북한에 대한 강한 압박효과와 더불어 인권유린은 시효가 없는 범죄임을 입증하는 국제적 사례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원웅 / 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