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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 북한 핵시설, 방사능 물질 대량 유출 위험 안고 있어 2011년 5월호

집중분석

북한 핵시설, 방사능 물질 대량 유출 위험 안고 있어

 

지난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 부근 해저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초대형 지진과 지진해일에 의해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대기와 바다로 방출됨으로써 방사성 오염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미량의 방사능 검출 소식에 일부 생필품이 동나고 학교가 임시 휴교하는 등의 소동이 벌어졌다.

영변 핵시설, 방사능 오염된 고물 집합소

우리 정부는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감안하여 국내 전 가동원전에 대한 종합안전점검에 착수하였다. 국내 가동원전은 건설 당시의 최신 안전기준에 따라 설계·건설되었다.

또한 정부는 수시검사, 1년 단위의 정기검사, 10년 주기의 안전성 평가 등을 통해 가동원전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필요시 원전사업자에게 설비 또는 절차 개선 등을 이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 원전의 안전성 확인 관행과 그동안의 운전실적 등을 감안할 때 국내 가동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과도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원자력사고 발생확률과 우리나라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 유발 가능성 측면에서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북한의 핵시설이다. 북한은 평양에서 약 100km 떨어진 영변 원자력센터에 다수의 핵시설을 운영 또는 건설 중에 있다.

가동 시기와 핵프로그램 목적에 따라 핵시설을 크게 두 가지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플루토늄 프로그램용으로 1980~90년대 건설된 핵시설이다. 5MWe원자로, 재처리시설, 핵연료제조공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다른 하나는 우라늄 프로그램용으로 작년 11월 방북한 미국의 헤커 박사가 목격한 경수로 실험로와 우라늄농축시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플루토늄 핵시설들은 건설된 지 20~30년 된 시설이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들 핵시설을 둘러본 존 B. 울프스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영변 핵시설을 “방사능에 오염된 허물어진 시멘트 고물집합소”로 규정하고, “미국이라면 강제로 시설을 폐쇄했을 만큼 오염도가 심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을 고려할 때 이들 시설의 제대로 된 유지·관리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작은 실수나 사고가 방사선 방출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라늄 핵시설들은 플루토늄 핵시설에 비해 최신이다. 하지만 경수로 실험로가 완공되어 운전에 들어갔을 때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첫째, 경수로 실험로가 5MWe 원자로보다 외부 환경으로 방출될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을 3배 이상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경수로 실험로의 열출력은 100MWt이다. 열출력이 약 30MWt인 5MWe 원자로에 비해 3배 이상이다.

열출력은 핵물질의 핵분열 횟수에 비례하고, 이에 따라 방사성 물질인 핵분열 생성물의 생성량도 증가한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핵분열 생성물은 핵연료 안에 갇혀 있지만 핵연료 손상 사고가 발생하면 이들 핵분열 생성물이 외부로 방출된다.

경수로 실험로, 국제 안전기준 준수 불확실

둘째, 경수로 실험로가 최신의 국제 안전기준에 맞추어 설계·건설되고 있는지 불확실하다. 헤커 박사가 북측 인사에게 원자로 안전해석 및 관행에 대해 질문하자, 북측 인사는 경수로 실험로 부지를 기반암까지 굴착하고 내진해석을 수행했다는 답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국제 기준에 준하는 원자력 법령에 따라 원전 부지와 인근 지역에 대한 부지 조사를 수행하여 지진, 단층, 태풍, 홍수 등 원전의 안전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을 파악하여 원전 설계에 반영하고, 해당 설계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해석을 수행하여 안전기준 만족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헤커 박사의 언급을 토대로 볼 때 북한은 원전 설계 및 안전해석과 관련한 국제 관행에 익숙하지 않은 듯하다. 우라늄농축시설도 기존의 핵연료제조공장 건물을 개조하여 설치하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 빈번해지는 대형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가 불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북한이 고품질의 원자로용기 등 원전 부품을 제작할 시설과 기술적 능력을 갖추었는지 불확실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듯이 원자로용기는 핵연료를 담고 있는 고강도 강철 용기로 유사시 방사성 물질의 외부 방출을 막는 방벽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른 원전 부품도 원전 운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고도의 품질이 요구된다. 헤커 박사에 의하면 북한은 원전 부품을 자체 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북한이 고도의 품질이 요구되는 원전 부품을 제작할 시설과 기술적 능력을 갖추었는지 알려진 바 없다.

우리나라와 같이 원전 기기와 부품 설계·제작 과정 중 원자력규제기관이 독립적으로 품질을 검사하는 품질보증체계가 갖추어져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유지·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은 노후화된 핵시설과 부실한 설계 및 부품으로 이루어진 경수로 실험로는 예기치 않은 자연재해나 사고 발생 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을 방출할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다.

이들 시설에서 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고, 북서풍이 불 경우 우리나라는 고스란히 방사선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 핵시설의 안전성을 담보하고 원자력사고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방사성 물질을 탐지할 수 있는 환경방사능감시시스템을 확충하거나 원자력사고 시 북한이 우리를 비롯하여 인접국에 조기 통보하고 인접국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국제비상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관련 당사국 간 공감대 형성과 조속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 북핵 시설의 안전성 문제를 6자회담 또는 2012년 개최 예정인 핵안보정상회의 등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문주현 / 동국대 에너지환경 시스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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