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기로에 선 남북경제협력…기업들, 북한 떠나 2011년 5월호
특집 | 5.24조치 1년…남북관계 현주소는?
기로에 선 남북경제협력…기업들, 북한 떠나

북한이 지난 4월 8일 현대아산의 금강산관광 독점권 취소를 발표하면서 남북 화해와 교류의 상징이던 금강산관광이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금강산 지구 내 호텔, 식당, 면세점이 있는 온정각 일대 모습 ⓒ연합뉴스
5·24조치 이후 1년이 지나면서 남북한 경제교류 분야에는 많은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5·24조치는 남북한 경제교류를 전면 중단하는 조치이므로 경제교류는 개성공단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다. 남북한 경제교류는 1988년 7·7선언 이후 5·24조치 이전까지 20여 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
이 기간 동안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의 대형사업과 함께 위탁가공 교역, 농수산물 교역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당연히 다양한 사업주체와 이해관계 역시 복잡하게 형성되어 왔다. 따라서 5·24조치로 인한 남북한 교역 중단은 다양한 사업주체와 복잡한 이해관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2010년 남북교역은 시작 이래 연간 규모로는 가장 큰 19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 이유는 개성공단의 생산이 증가한 데 기인한다. 5·24조치로 개성공단 역시 존폐위기에 직면했지만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만큼은 예외적으로 살려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011년부터는 남북교역이 전년대비 20% 가까이 줄어들고 있다. 개성공단의 생산량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교역 자체가 거의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개성공단 생산량 꾸준히 증가
5·24조치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북한과 중국의 경제교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당연한 현상이다. 2010년 북·중 교역규모는 전년대비 29.3% 증가한 34억 달러를 기록했다.
아직 2010년 북한 총 무역규모가 추정되지 않아서 비중의 변화는 알 수 없지만 2009년을 대비해 추론해 보면, 북한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80% 이상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거의 중국하고만 거래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탈냉전 이후 북한의 무역은 중국, 일본, 한국 등 3국에 대한 의존도가 80% 가까이 됐었다. 그런데 일본이 먼저 대북 무역제재를 취한 이후, 한국도 지난해 천안함 폭침 이후 대북 교역 전면중단 조치를 취함에 따라 일본 및 한국과의 교역이 대부분 중국으로 옮겨갔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중국은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방패막이를 하고 있는 관계로 풍선효과처럼 한국과 일본의 루트가 막히니까 중국으로 몰리는 것이다. 이와 함께 2010년 두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경제협력에 대한 대략의 방향성도 잡힌 듯하다. 아울러 중국 동북3성에 있는 기업들도 중국정부의 투자를 기대하고 북한과의 교류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강산관광, 최악 상황으로 치달아
이 와중에 그동안 남북경협에 참여했던 기업들은 중국과 북한의 경제교류로 방향을 선회하거나 북한과의 거래를 포기하는 방향을 택했다. 일반교역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농수산물 교역은 북한산 제품을 중국산으로 변경해서 국내로 반입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위탁가공 사업 역시 북한에서 생산해서 중국산으로 바꿔 국내로 반입해 들여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기업들은 남북교역에서 떠나 다른 나라들과 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남북교역 분야에서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다만 개성공단은 제한적이나마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히려 기존 진출한 기업들의 생산활동이 정상화되면서 개성공단을 통한 거래는 증가추세에 있다. 개성공단의 우리 측 인원들의 체류 숫자는 제한되어 있지만 북측의 근로자들은 이제 4만7천명을 넘어서고 있다.
연간 생산규모도 2010년 현재 3억2천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비록 3통 문제 등 개성공단 운영 정상화를 위한 진전은 답보상태에 있지만, 현상유지 이상의 실적을 보이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면 2008년 7월 민간인 피격사건으로 인해 중단된 금강산관광 사업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5·24조치와는 별개로 금강산관광 사업은 재발방지 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 대해, 북한 측은 사건은 유감이지만 잘못한 것이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북측은 관광 중단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우리 측 소유의 부동산을 몰수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현대아산의 사업 독점권을 회수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최근 북한이 보이는 일련의 대화분위기 조성 차원의 압박이라고 볼 수 있지만 금강산관광 자체만 놓고 보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좀 더 다른 각도, 조금 더 큰 틀에서 남북한 경제교류를 살펴봐야 향후 전망도 가능해 질 것이다. 북한과 일본이 이른바 국교정상화 회담을 개최하던 시절인 1990년대 초반, 일본의 배상금 지급에 관심을 보인 일본 기업들은 북한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아울러 조총련계 기업인들도 북한에 진출했다. 마치 북한이 금방이라도 변화할 것이며 북한에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당시에는 북한은 일본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그런데 불과 몇 년 만에 북한과 일본의 수교협상은 중단됐고, 조총련계 기업들은 대부분 쫓겨나다시피 북한 땅을 떠났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남북관계의 시대가 도래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서 남북교역은 빠른 속도로 확대됐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 등의 대규모 사업은 물론, 평양을 중심으로 한 임가공 사업 및 농수산물 교역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일본이 북한에 무역제재를 가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일본과의 교역 물량이 대부분 한국으로 넘어왔다. 중국 다음으로 북한의 대남 교역의존도가 높아졌다. 마치 남북관계는 더 이상 깨질 수 없는 확고한 틀을 갖춘 것으로 보였고 북한은 조만간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했다.
中, 日·韓 이어 대북 진출 … 미래는?
그런데 2010년 천안함 폭침으로 남북경협은 개성공단을 제외하고 전면 중단됐다. 이미 그 조짐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북한에 대한 비료와 식량지원이 중단되고 금강산에서 관광객 피격사건이 발생하면서 남북경협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연이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경협 회의론이 나오고 있던 차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남북경협에 참여했던 기업들은 북한 땅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중국기업들이 그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북한과 중국 무역의 주역은 중국의 화교, 조교, 조선족 등이다. 이들은 북한과의 교역에서 중간에 손해를 많이 보지만 한 번에 해소할 수 있도록 북측이 배려를 하기도 한다. 한 번 맞물려 들어간 거래는 자전거와 같이 계속 돌아가야만 쓰러지지 않듯이 계속할 수밖에 없다.
현재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들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조총련계 기업, 한국기업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여기에 조만간 북한이 변화할 것이라는 또 다른 기대를 가진 중국기업들이 중국정부의 자금지원을 기대하며 움직이는 모습 역시 1990년대 일본과 2000년대 한국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중요한 점은 북한이 변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아무리 중국이라고 해도 북한이 변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그러나 중국이 지금 북한에게 하는 것처럼 눈치 보기로 일관한다면 북한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기업들도 어떤 계기가 됐든 씁쓸하게 북한 땅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일본과 한국이 과거의 경험을 가지고 북한의 변화를 요구하듯이 중국도 북한의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중국기업들을 중국 스스로 보호하는 길일 것이다.
당분간 북한과 중국의 경제교류는 확대될 것이다. 그러나 그 속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북한이 전면적으로 중국과의 교류를 확대하는 것 역시 체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중국과의 교류를 전면적으로 확대한다면 그것은 북한이 개혁과 개방, 즉 진정성 있는 변화를 택한 것이며 남북한 경제교류도 근본적인 성격의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은 폭발적인 생산 증가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써는 그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북한이 이러한 변화를 선택할만한 자신감이 별로 없어 보인다.
지금 남북한 경제교류는 큰 기로에 서 있다. 변화하지 않은 북한,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과 교류를 통해 변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다시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북한이 진정성 있는 변화를 택하고 나오기 전까지는 교류를 중단하고 기다려야 할지를 말이다.
5·24 조치는 남북한 경제교류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에 빠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서 보다 나은 환경을 조성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금 불안정한 상황 속에 놓일 것인지의 기로에 놓여 있다.
동용승 /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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