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1년 9월 1일

현장탐방 … 155마일 휴전선 따라 | 생명의 열쇠로 평화의 문 연 ‘인제’ 2011년 9월호

현장탐방 … 155마일 휴전선 따라 7

생명의 열쇠로 평화의 문 연 ‘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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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 등록 1호인 국내 유일의 고층습원지 ‘대암산 용늪’

강원도 인제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넓은 군(郡)이다. ‘설악산’을 중심으로 산과 물, 봉우리와 골짜기가 조화롭게 형성돼 있어 이들 품에서 자란 귀한 동식물도 많다. 특히 풀이 4천여 년 동안 썩지 않고 퇴적돼 폭신한 층을 이룬 고층습원 용늪은 해발 1,280m 위에 자리 잡은 세계가 인정한 자연사박물관이다.

용늪이라는 명칭은 ‘승천하는 용이 쉬었다 가는 곳’이라는 뜻으로 붙여졌다고 하는데 비무장지대의 생태계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1966년 발견되었고, 1977년 국내에서 최초로 국제습지조약인 람사르조약에 습지보호지역으로 등록되었다.

대암산 용늪은 5월부터 9월까지만 영상을 유지할 정도로 춥고, 연중 170일 이상 안개가 끼는 매우 습한 곳이다. 사람에게는 혹독한 환경이지만 자연에게는 귀한 축복이 되어 습지 식물의 천국이 되었다. 차가운 공기와 축축한 안개 덕분에 수천 년 동안 풀이 썩지 않고 그대로 쌓여 이탄층의 고층습원이 발달했다.

이탄층은 1년에 약 1㎜가량 쌓이는데, 용늪의 이탄층은 최고 1.8m로 나이가 무려 4,000~4,500년이나 먹은 셈이다. 게다가 이탄층 안에는 퇴적된 식물의 잔해가 남아 있어 까마득한 옛날 한반도의 기후와 식생을 연구하는데 좋은 자료가 된다.

대암산 용늪, 남한 유일의 고층 습원지

봄에는 노란 동의나물과 보랏빛 얼레지가 제일 먼저 모습을 드러내며, 물이끼와 사초류가 용늪을 푸른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한다. 생명력이 넘치는 여름에는 사초류가 짙어지고 멸종 위기 2급인 기생꽃과 조름나물, 연보랏빛 화사한 비로용담, 곤충을 먹는 끈끈이주걱도 볼 수 있다.

휴전 이후 인위적인 힘이 가해지지 않아 그 만큼 잘 보존되어왔고,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에는 일반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구간이 개방되어 용늪의 순수한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인제군 북면 원통리. 설악산 방향 44번 국도에서 갈라져 산비탈로 가는 길은 최전방으로 가는 길이다. 453번 지방도, 그 유명한 칠성고개를 넘어 20여 분을 가면 오른편으로 최전방 풍경으로는 낯선, 뭔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건물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한국DMZ평화생명동산 교육마을이다.

한국DMZ평화생명동산은 DMZ 접경지역의 생태환경을 잘 보존하고 또 복원하자는 뜻에서 최전방 마을 서화리에 지은 친환경 교육동산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남북 생태 접점의 DMZ평화생명동산

1958년에 민간인이 처음 살기 시작하였고, 1979년에 민간인 통제구역에서 제외된 서화리는 한국전쟁 당시 서화지구 전투를 치른 곳으로, 마을 노인들의 중언에 따르면 큰 산봉우리 한 곳마다 3,000명씩 죽어나갈 정도였다고 한다. 또 금강산 봉우리 중 하나인 향로봉과 가칠봉, 대암산이 지척에 있어 남북 생태계의 접점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 대표 건축가 승효상 씨가 설계해 더욱 화제가 된 이 동산은 크게 교육마을, 지뢰생태공원, 생명연구동산으로 나뉘는데, 생태환경 보존이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건축 소재나 전기도 친환경적인 것을 사용했다.

특히 단아한 서화리 마을 풍경과 어우러진 야트막한 지붕은 전체가 폭신한 잔디밭이다. 잣나무 사이로 이어진 산책로에는 군 작전용 참호와 탱크가 설치돼 현실의 DMZ를 옮겨온 듯하다. 주변의 꽃들은 솔나리, 작은황새풀, 금강초롱꽃, 끈끈이주걱 등 희귀한 야생화로 채워져 있다.

100여 명이 함께 숙식하며 통일, DMZ 일원 생태 탐방, 명상, 노동, 건강 등 평화와 생명을 주제로 한 다양한 커리큘럼을 이용할 수 있다. 학생과 일반인, 단체를 대상으로 한 교육, 연수, 체험프로그램들이 연중 이뤄지고 있다.
취재 / 박윤식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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