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을 말한다 | 왜 북한의 인권을 말해야 하는가? 2011년 9월호
<연간기획> 북한인권을 말한다 1
왜 북한의 인권을 말해야 하는가?
북한인권 문제는 최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중심 의제로 등장하고 있다. 2004년 이래 유엔 인권이사회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임명해서 북한인권 문제를 특별한 국제적 관심사안으로 다루어 왔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이런 문제의식과 달리 우리 사회에는 북한인권 문제를 꼭 지금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견이 엇갈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인권 증진, 통일한국 지향 목표
혹자는 가뜩이나 먹고 사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의 나쁜 점을 꼬집어서 비판만 한다면 남북대화는 어려울 것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한다. 심지어 북한인권 문제를 자꾸 거론하는 것은 북한체제 붕괴를 노리는 미국의 음모론 혹은 냉전수구세력의 이념적 공세라고 폄하하는 극단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러한 의견과 주장들이 나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인권 개선이 촉구되어야 하는 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이유가 있다. 첫째, 북한인권 문제는 북한이 먹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 반드시 선결되어야 한다. 북한주민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 질서와 가치를 받아들여야 한다.
인권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 국제질서를 구성하는 주요한 규범적 가치이다. 인권적 가치를 훼손하는 정부는 오늘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반드시 국제사회로 나와야 주민을 먹여 살리고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둘째, 인권문제 개선은 한반도 통일을 달성하는 과정이다. 북한인권 개선은 외부적 압력으로 행해지는 체제전환이 아니라 북한 사회발전의 규범적 목표로 인식되어야 한다.
인권개선은 산업화, 민주주의 등의 보편적 인류사회 발전과 축을 같이 한다. 북한은 산업화 단계를 넘어서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고 인격을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곧 통일한국이 지향하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인권 증진은 곧 통일운동이자 통일과정을 의미한다.
셋째, 북한인권 문제는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해치는 새로운 안보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부각되고 있는 인간안보 이론은 인권유린을, 안보를 위협하는 7가지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하고 있다. 북한이 체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국내 인권문제를 외면하고 주민탄압을 가중시킨다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인권압력도 더욱 가중될 것이고 북한 체제불안도 가속될 수 있다.
이는 곧 탈북자의 양산과 지속현상이 입증하고 있다. 이미 지난 10여 년 동안 2만이 넘는 탈북자가 한국 사회에 정착하였고 수만명이 아직 중국 등 각국을 떠돌고 있다.
탈북자 문제는 중국 동북3성의 치안불안과 소수민족 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다. 북한의 인권탄압은 탈북자를 양산하고 북한 자신은 물론 한반도를 긴장과 대립의 국면으로 몰아가는 안보위협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인권 개선, 동북아 평화 창출 필수조건
그러면 북한인권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현안들은 무엇인가? 첫째 자유권 침해 문제이다. 여기서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사안은 북한 정치범수용소 문제이다. 북한은 이미 1950년대 후반부터 정치적 반대자와 그 가족들을 특별독재구역에 감금하고 노동을 통한 ‘정치적 순화’를 강요해왔다.
최근에는 탈북자들이 늘어나면서 정치범수용소 수감자들도 늘어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3년 말 미국 북한인권위원회는 상업용 위성사진을 이용하여 북한 정치범수용소 위치를 밝힌 바 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하여 이러한 폐쇄적인 수용소 내에서 강제유산 및 임의적 처벌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둘째는 북한주민의 식량권 문제이다. 북한의 식량난은 경제적·사회적·외부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였으며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나 식량을 얻기 위한 주민들의 자유로운 이동권 보장, 구호식량의 자유로운 배포, 극빈계층 및 취약계층에 대한 우선적 배급정책 등 식량권(right to food)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셋째는 탈북자 인권 문제이다. 북한은 탈북자 문제를 체제위기로 간주하고 가혹한 처벌주의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체제의 억압적 특성과 극심한 식량난을 감안한다면 이들 대부분은 난민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또한 단순히 식량난을 피하여 혹은 가족을 찾아 중국으로 갔던 사람들에 대해서 북한당국의 관대한 처벌이 요구된다. 궁극적으로 탈북자를 재생산하는 북한의 억압정책과 중국의 강제송환 정책으로 인한 탈북자 인권침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 이외에도 종교자유 문제, 언론의 자유를 포함한 정치적 자유권 문제, 고문 등 가혹한 형벌, 공개처형 등 행형 및 형사범 처리에 있어서의 권리보호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일본인 납치 문제, 납북자송환 문제, 이산가족상봉 문제, 러시아 벌목공 문제 등 북한과 관련된 양자 간 인권문제 현안들이 많이 있다.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비판이 고조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북한인권 문제의 존재양식이나 대처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그다지 활발하지 못하다.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과 교류협력 정책이 지향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남북한 체제의 평화적 통합과 동북아시아 평화질서 창출을 의미한다면 북한인권 문제 해결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정책 과제이다.
20만의 정치범들이 강제수용소에서 노동을 통한 인간개조를 강요당하고 있는 사회, 10만 이상의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혹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국경을 넘어 제3국으로 탈출하는 나라와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접근은 체제비판 차원을 넘어서 북한의 변화라는 거시적인 문제의식 속에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 우선 통일정책의 큰 틀 속에서 ‘화해, 협력’이라는 대북 포용정책의 정책목표와 북한인권 개선이라는 정책목표 간의 상충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즉 한편으로 국민적 합의로 진행되고 있는 대북 포용정책의 기조를 지속해나가되, 다른 한편으로 북한인권 개선을 가져올 수 있는 실천적 방안들을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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